≪우빈의 조짐≫
MBC '방과후 설렘' 긴장감 없는 편집 지적
참가자들의 탈락 방식 논란
MBC '방과후 설렘' 긴장감 없는 편집 지적
참가자들의 탈락 방식 논란
≪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한 입체적인 분석을 전합니다.예쁘고 맛있다는 홍보에 넘어가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떫다.
세계적 공연 제작사로부터 3년 월드투어 3000만 달러 제안을 받았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로부터 협업을 제안 받았다, 약 9만 명이 지원했다, 촬영분 자체가 매운맛이라는 등 방송 8개월 전부터 대대적 홍보를 하던 MBC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후 설렘'. 그저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동안 MBC는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놨다. '쇼바이벌' '위대한 탄생' '언더나인틴' '킬빌' '최애엔터테인먼트' '야생돌'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작했지만 결과는 늘 참담했다. 'MBC표 오디션은 망한다'는 공식을 깨기 위해 MBC는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을 성공시킨 한동철 PD과 손을 잡았다.
'방과후 설렘'의 목표는 전 세계 팬덤을 갖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걸그룹을 만드는 것. 소녀시대의 유리, 옥주현, 댄서 아이키, (여자)아이들의 소연 등 레전드 걸그룹과 댄서, 글로벌 인기 아이돌을 멘토로 세웠지만 목표에 닿기엔 갈 길이 먼 듯하다.
'방과후 설렘'의 첫방송은 지난 28일 150분간 방송됐다. 150분 동안 보여준 건 83명의 최종 참가자들과 '입학시험'으로 불린 1차 시험, 참가자들의 VCR 등. 어떤 기준으로 83명이 추려졌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장도연과의 간단한 인터뷰 뒤 바로 무대가 이어졌다.
입학시험의 평가는 잔인했다. 닫힌 무대 뒤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다 언택트 평가단의 75%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무대 앞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끝. 1차 합격을 하더라도 멘토의 3표 이상의 표를 받아야 최종 합격이 됐다. 공연장 안에는 가족들이 참가자들의 합격 여부를 지켜봐야했다.
1회에서 1차 합격조차 받지 못한 참가자는 소수였고 멘토의 선택을 받지 못한 참가자도 소수였다. 냉정한 아이돌의 세계니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멘토의 선택을 받지 못할 만큼 실력이 없다면 탈락하는 게 옳은 평가다. '방과후 설렘' 역시 이러한 냉정한 규칙을 적용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방과후 설렘'은 매력을 보여줄 기회를 박탈했다. 대중의 선택이라는 의도 뒤 연습한 것을 제대로 보여줄 무대에 서지 못하게 했고, 좌절의 순간을 이들의 가족이 지켜보게 했다. 화제성과 새로움을 위해 부모와 참가자에게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연출한 것. 간절함을 오락거리로 이용하니 불편함이 따랐다.
'방과후 설렘'은 노래짱, 댄스짱으로 구성됐지만 1차 탈락한 참가자들의 무대 다음 음치, 박치에 가까운 2인의 무대를 보여줬다. 언택트 평가단은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선택해줬다. 이들의 1차 합격에 합격 연습생들은 황당해하기도 했다. 멘토 아이키는 "영상 조회수 높겠다"며 웃었고 소연은 "화도 안나는 최악의 무대"라고 평가했다.
이 무대는 예선이 아니다. 데뷔조가 되기 위한 중요한 1차 관문. 제작진은 화제성을 위해 부족한 실력의 참가자를 선택했다. 이는 데뷔조가 될 가능성이 있던 2명의 실력자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노래 실력 뒤 시청자가 알지 못하는 다른 끼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냥 웃으며 넘길 순 없는 설정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는 실력자들의 경쟁과 긴장감. 경쟁을 지켜보며 누군가의 팬이 되고 긴장감 넘치는 편집으로 프로그램의 시청자가 된다. 하지만 '방과후 설렘'엔 즐거운 경쟁도 긴장감도 없었다. 그리 강조하던 '매운맛'도 떨어지는 방식뿐이었다.
'방과후 설렘'의 편집에 비해 참가자와 멘토는 볼만하다. 신선한 비주얼과 괜찮은 실력의 참가자들이 모여있고, 커리어와 실력이 탄탄한 멘토도 이들을 받쳐줄 예정. 막 첫걸음을 뗐으니 프로그램의 흥망을 논하기엔 이르다. '방과후 설렘'이 빛깔도 좋고 맛도 좋은 살구로 끝맺을 수 있을진 제작진의 손에 달렸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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