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人싸≫
김종관 감독, 신세경 다큐 영화 '어나더 레코드' 선보여
단편, 장편, 연극, 뮤비, 다큐까지 소신 있는 창작 활동
작품마다 '가장 사적인 이야기'로 공감, '감성 장인' 타이틀
김종관 감독, 신세경 다큐 영화 '어나더 레코드' 선보여
단편, 장편, 연극, 뮤비, 다큐까지 소신 있는 창작 활동
작품마다 '가장 사적인 이야기'로 공감, '감성 장인' 타이틀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저는 늘 새로운 도전을 즐깁니다. 극장 영화 개봉만 생각하면 창작 작업을 할 수 없죠. 전 기회가 있으면 해보자는 주의 입니다."2000년, 입봉 이후 첫 다큐 영화 '어나더 레코드'를 선보이게 된 김종관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어나더 레코드'는 이른바 '신세경 다큐'로, 모두가 알고 있는 배우 신세경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세경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취향, 관심사 등을 드러내며, 이는 '감성 장인'이라 불리는 김 감독의 연출로 더없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김 감독은 "제작사에서 먼저 의뢰가 왔다. 평소 다큐를 종종 보는 편이었다. 특히 인간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긴 다큐를 좋아했다. 가벼운 듯 하면서 삶의 철학이 느껴지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다"라며 "제가 하는 창작의 연장선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김 감독은 극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단편, 장편 영화는 물론, 유튜브, OTT 등을 통해 선보일 작품, 때론 뮤비, 연극도 만든다. 그는 "특히 유튜브나 OTT처럼 그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기반에서 작품을 오픈 하는 것에 대해,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 전 기회가 있으면 해보자는 주의를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보다 늘 기대감을 먼저 갖는 김 감독이다. 무엇보다 그는 재미있는 작업을 원한단다. 김 감독은 "다큐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 그 대상이 중요했다. 평소 신세경 배우에 대해 호감이 있었다. 배우로서 매력도 있었지만 유튜브, 인터뷰 등을 통해 드러난 그의 삶에 호기심이 생기더라. 제 주변에 있는 연출자, 배우들이 대부분 일에 대한 강박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데, 신세경은 그런면에서 삶의 균형이 좋다고 생각됐다. 현재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익숙한 공간 서촌을 이번 다큐의 무대로 삼았다. 이에 대해 "관객들이 산책하면서 모험을 하는 그런 기분을 가지길 바랐다. 그 안에서 삶의 한 조각을 얻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며 "실제 사람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았다. 카페, 위스키 바 등 여러 공간을 다뤘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다. 내가 위로 받았던 공간에서 위로 받았던 포인트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감독은 단편 '거리 이야기'(2002)를 시작으로 배우 정유미의 데뷔작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아이유를 주인공으로한 '페르소나: 밤을 걷다'(2018), 한지민-남주혁이 호흡한 '조제'(2020)까지, 수많은 단편과 장편 영화를 번갈아 선보여 왔다. 탁월한 영상미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깃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골수팬들이 많다. 특히 김 감독 영화의 중심엔 늘 여배우가 있었다.
김 감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배우는 정유미다. 정유미는 6분 30초짜리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 작동법을 배우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 사랑의 민낯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정유미는 여주인공 선아를 맡아 이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때 정유미를 다시 찾았다. 이 영화는 다섯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낸 것으로, 김 감독은 정유미와 윤계상을 주인공으로 '은희'와 '현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정유미의 현실감 있는 연기가 몰입감을 높였지만 무엇보다 김 감독은 특유의 롱테이크 기법을 이용해 헤어진 연인을 멀리서 지켜 보는 듯, 생생한 연출로 담아내 짙은 여운을 남겼다.이후 김 감독은 6년이 지난 뒤에야 장편 영화를 내 놓는다. 한예리를 주연으로 내세운 '최악의 하루'다. 은희(한예리)가 하루 동안 만난 세 명의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이 담긴다. 특히 이 영화는 남산, 서촌 등 김 감독에게 익숙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인간의 찌질한 내면, 이별 후 감정 등 불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공간의 아름다움으로 해소 시킨다.
정유미, 한예리, 아이유, 한지민, 신세경까지...김 감독 특유의 감성은 섬세한 여배우들의 감정선과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여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한 이유에 대해 "제가 쓴 시나리오에 여주인공이 많이 나온다. 영화를 하기 전부터 보고 읽었던 것들에서 여주인공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제 작품에도 여성 캐릭터들이 많아졌고, 필연적으로 여배우들과 작업하게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의 작품에서 개인과 개인,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모순, 감정을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생생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안겼다. 그는 창작물을 만드는 데 "가장 사적인 이야기, 개인의 욕망 등을 담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신념을 밝힌 바 있다. 그런 관점에서 다큐 영화 '어나더 레코드'는 김 감독의 시선에 포착 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더욱 더 적나라하게 담긴다. 관객 입장에서는 김 감독이 극을 통해 보여줬던 특유의 '낭만'을 더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 활동에 있어 다양한 장르와 포맷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작품을 대할 때 인간에 대한 시선이 어디까지 가는가에 주목합니다. 저 역시 계속해서 그런 영화들을 만들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범죄영화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김 감독은 과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영화를 만들 사람이라 한편 만들고 영화 인생 끝낼 것처럼 일희일비하고 싶진 않다. 항상 다음을 생각하고, 한편 찍을 때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계속 발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사람들이 좀더 일반적인 장편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고, 나도 어느 정도 걱정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멀리 보면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 언젠가는 '쟤가 또 단편 찍었어?' 할 게 아니라, 김종관이라는 이름만 듣고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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