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12부작 '검은 태양' 종영
남궁민, 캐릭터 위해 14kg 벌크업 했는데…
캐릭터 붕괴에 연기력 논란, 아쉬운 액션까지
150억 대작의 '용두사미' 결말
'검은 태양' / 사진 = MBC 제공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남궁민 노력에 비해 진부한 스토리, '검은 태양'의 씁쓸한 종영

부풀려진 남궁민의 몸에 기대가 컸던 걸까. 한국형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검은 태양'이 빈약해진 스토리로 용두사미 모습을 보이며 막을 내렸다. 특히 남궁민, 유오성 등 굵직한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잦은 반전을 위한 떡밥들이 캐릭터의 정체성을 흔드는 자충수 역할을 해 아쉬움이 따른다.지난 23일 방송된 '검은 태양' 최종회는 전국 시청률 8.8%(닐슨코리아 기준), 한지혁(남궁민 분). 백모사(유오성 분)의 옥상 대결 장면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 11.4%까지 치솟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간 시청률 0%대까지 추락하며 부진의 늪에 시달리던 MBC로서는 올해 최고의 성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150억 제작비와 '흥행 보증 수표' 남궁민의 캐스팅 등 MBC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라는 홍보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기도 하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 종영 후 이동하는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첫 금토드라마까지 신설하며 공격적인 편성을 시도했음에도 '원 더 우먼'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처졌고,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와 복잡한 전개로 시청층 확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검은 태양'이 시청률 상승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거듭된 반전으로 인한 피로도 상승. 매회 배신자는 누구일지, 각 인물의 과거와 정체는 무엇일지 등 반전에만 집중하다 보니 떡밥들이 넘쳐났고, 이에 앞선 방송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전개에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시청률 하락의 결과로 이어졌다.
'검은 태양' / 사진 = MBC 제공


여기에 남궁민을 든든하게 받쳐줘야 할 여자 주인공들의 아쉬운 연기력도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박하선은 과한 스타일링과 굳어있는 연기톤으로 어색함을 자아내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당초 예정돼있었지만 6회서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전개로 연기 못해서 하차시킨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후 여자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김지은 역시 남궁민의 파트너로 조력자 역할을 했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 사이서 이렇다 할 매력을 발산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검은 태양'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남궁민의 액션이 어느 순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맥빠진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덩치와 근육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14kg을 증량하며 '코리안 헐크' 피지컬을 완성한 남궁민. 그는 첫 회에서 털복숭이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상대방을 제압하는 강렬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3회 펜트하우스 액션 장면에서도 치열하고 긴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이 원한 것도 이런 화려한 액션.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지혁은 그저 말로만 행동하기 급급했다. 정보는 유제이(김지은 분), 천명기(현봉식 분)에 알아보라 시키고, 한지혁은 그저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두를 의심했다. 액션보다는 정치 심리 싸움에 치우쳐졌고, 벌크업을 굳이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거대한 액션 스케일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과 비교하며 액션 장면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은 태양' 남궁민, 유오성./사진제공=MBC


여기에 '최강 빌런'으로 기대를 모았던 백모사 역시 캐릭터 붕괴로 허탈함을 자아냈다. 그간 피도 눈물도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높인 데 반해 마지막 2회서는 그간 보여왔던 치밀함과는 전혀 다른 무모하고 현실성 없는 모습으로 보였고, 그가 사실은 외상 후 이인증(자아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리거나 외계에 대하여 실감이 따르지 않는 병적인 상태)이라는 정신병을 앓는 환자라는 것이 밝혀진 것.

또한 마지막 회서 과거 자신이 즐겨 듣던 음반 CD과 딸의 모습을 보고 전직 국정원 요원이자 유재이의 아빠였던 유준만으로서의 기억이 돌아오며 한 순간에 무너지는 신파 역시 황당함 그 자체. 괴물 같은 백모사와 한지혁이 마지막 옥상서 대치하며 주고받는 대사 역시 전형적인 감동을 위한 클리셰에 지나지 않았다.

익숙하고 진부한 구성, 일관성 없는 캐릭터, 허술한 떡밥 처리 등 첩보물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보인 '검은 태양'. 오는 29일 2부작 스핀오프 '뫼비우스: 검은태양'으로 4년 전 또 다른 사건에서 활약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연인 오경석(황희 분)이 죽은 후 '흑화'를 겪고 마음의 문을 닫은 서수연(박하선 분)의 과거사를 밝힌다고 하지만, 이미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무너진 '검은 태양'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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