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인물 연기한 황정민 "더 어려웠다"
연출 데뷔 필감성 감독 "실감 안 나"
신인들 대거 캐스팅 "현실감 위해"
배우 황정민이 5일 열린 영화 '인질'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NEW
어떤 역할도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는 영화계 베테랑 황정민이 이번에는 '황정민'을 연기했다.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는 설정의 영화 '인질'을 통해서다. 신선한 설정과 탄탄한 전개, 탁월한 연출, 그리고 황정민의 실감나는 연기가 어우러져 역대급 몰입도를 자랑한다.'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 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인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필감성 감독과 배우 황정민이 참석했다.황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된 톱배우 역을 맡았으며, 자신과 같은 이름의 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배우 황정민(왼쪽), 필감성 감독이 5일 열린 영화 '인질'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NEW
필감성 감독은 "예전에 우연히 해외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어떤 톱스타가 납치됐다가 경찰에 의해 무사히 하루 만에 구출됐다는 실화였는데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영화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게 출발점이었다"고 소개했다.황정민을 캐스팅한 계기로는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황정민 배우가 떠올랐다. 영화의 초중반 이야기가 인물이 의자에 묶여서 진행되는데 상반신만으로 감정의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황정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드루와'라든지 '브라더'라는 명대사를 쓰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아는 황정민이 저기 잡혀있구나'라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 황정민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황정민은 동명의 배역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초반에 인질로 잡히기 전까진 제가 편하게 할 수 있지만 그건 영화상 1분 남짓이다. 그 다음부터는 인질로 잡혀서 얘기가 진행되지 않나. 제가 납치를 당해본 적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을 상상해서 설정해야 했다. 차라리 가상의 인물이었다면 제가 감정을 조율하고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실제 황정민이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납치당했다면 실제로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대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철저하게 황정민으로서 연기했다"고 전했다.필감성 감독은 "촬영 전에 이미 황정민 배우가 다 체득하고 왔다. 처음에 한두 장면을 찍고 연출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이 연기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모니터를 봤다. 촬영을 끊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선배님이 대체 언제 컷을 할 거냐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이번 영화 출연진은 황정민을 원톱으로 내세웠으며, 그 외의 배우들은 신인이나 연기력이 뛰어나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기성배우들을 발탁해 신선함을 더했다. 필감성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기획 포인트 중 하나가, 실력 있는데 스크린에서 덜 알려지고 신선한 배우를 찾아보자는 것이었다"며 "3개월 이상 1000명 넘는 배우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추천도 받고 전작도 검토했다. 나중에는 결정 장애가 오고 잠도 안 왔다.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황정민 배우가 상대 역할로 (연기도) 맞춰주셔서 제가 선택하는데 수월했다"고 밝혔다.황정민은 "갇혀있는 공간에서 인질범과 인질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이러니가 중요했다. 관객들이 생경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느낌을 받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 부분에 대해 수없이 얘기하고 리허설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늘 영화 보면서 저는 행복했다. 처음 우리가 얘기했던 것들이 오롯이 다 담겨있어서다. 영화에 황정민만 보이는 게 아니지 않나. 인질범들, 형사들 등 연기를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종합선물세트 같았다"고 덧붙였다.'인질'에는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과 함께 출연해 '브라더'라는 명대사를 만든 박성웅이 특별 출연해 현실감을 더했다. 황정민은 "박성웅에게 제가 출연을 부탁했다. 대본에도 '브라더'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성웅이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저 말고는 처음 보는 사람이 나와야 더 와닿게 되고 더 팩트처럼 느껴 '인질'에 심도 있게 다가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박성웅이 나오면 관객들이 더 반갑게 느낄 것 같았다"고 전했다.황정민은 원톱 주연의 부담감에 대해 "이 시기라 부담이 덜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내 "농담이다. 이 시기라서 더 부담된다. 보란 듯이 더 잘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납치된다는 설정의 영화 촬영 후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에는 "밤길을 조심하게 되고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된다. 예전에 복싱을 열심히 했는데 요즘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유쾌한 면모를 보였다.'인질'은 오는 18일 개봉한다.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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