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이 하남 석바대 골목 춘천식 닭갈빗집 사장의 '악어의 눈물'에 분노했다.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사기'라며 호통을 쳤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은 하남 석바대 골목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백종원은 춘천식 닭갈빗집 사장을 위해 역지사지 솔루션을 실시했다. 이에 아들은 주방에서, 어머니는 홀에서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자신만만하던 아들 사장은 닭고기 손질부터 엉망이었고,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어머니도 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우왕자왕 했다.상황실에서 지켜보던 백종원은 "실제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다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난 백종원은 어머니에게 "어떠셨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어설프죠"라며 자책했다. 백종원은 아들 사장에 대해 "너무 엉망이다. 저래서 장사를 어떻게 하지"라며 씁쓸해 했다. 이어 백종원은 주방에서 아들 사장의 칼질을 관찰했다. 지켜보던 백종원은 "아예 닭고기를 짓이겨 놓네"라며 칼 상태가 좋지 않은지 의심했다. 그러나 칼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미숙한 칼질이 문제였다. 아들 사장은 "칼질을 하자마자 물집이 잡히더라"라고 했고, 백종원은 "다트는 그렇게 잘 던지면서 자랑이다. 잘 드는 칼로 톱질하듯 썰고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10년 동안 주방에서 일한 어머니처럼 능숙하진 못해도 어설프진 말아야지. 어머니한테 의지하지 말고 연습해라"라고 조언했다. 이어 백종원은 "진짜 숙제가 있다. 이 가게만의 소스를 준비해라"라고 미션을 안겼다. 백종원은 "다음 촬영 때까지 닭 손질과 소스를 준비하라.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석바대 편 첫 녹화 후 제작진은 춘천식 닭갈빗집에 소수의 장비를 둔 채 철수했다. 청소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영상을 확인한 제작진은 경악했다. 영상 속 아들 사장은 10분 남짓 청소를 하는 듯 하더니, 이내 지인들과 모임에 나섰다. 밤 늦은 시각, 어머니와 동생이 가게를 찾았을 때도 아들 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아들 사장의 멘트에 제작진도 분노했다. 그는 청소를 돕고자 온 지인에게 "어제 (녹화에서) 엄마도 울고 나도 방송용 눈물을 흘렸다. 대본도 없고 뭐 하라는 말도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었다. 슬픈 생각하면서 눈물을 조금 보였다"고 말한 것.제작진은 닭갈비집 사장을 앉혀놓고 "우리를 속였느냐"라고 물었고, 닭갈빗집 사장은 "눈물을 흘린 건 진심이었다. 그런데 난 우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이 보고 놀릴까봐 방송용이라고 한 거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이 "지금 사장님이 하고 싶은 게 뭔가?"라고 묻자 아들 사장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흘러갈 뿐이다. 내가 나쁜 놈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종원은 그 어느때보다 굳은 표정으로 아들 사장을 마주했다. 백종원은 "내가 '골목식당'을 3년 정도 했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인데 많은 시간을 할해하고, 손해도 감수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외식업이 잘 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지금 이 기분 같아선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다"라고 했다.백종원은 "정말 황당하다. 진짜 기회였는데, 진심을 가지고 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느냐. 자칫 잘못하면 욕 먹을 수 있다고"라며 "사람이 천진한 건지, 악용하는 건지. 여기에 써붙이지 말던지. 그런게 다 연기지 뭐냐. 그 날 죄송해서 문 닫는다고 하는 모습 보고 '젊은 친구들이 저래야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정하고 바꾸잖아. 우리 기성세대들은 멀었다' 라고 제작진에게 큰 소리치고 갔다. 그런데 그게 사기다. 써붙인거, 청소하는거 우는 거 다 거짓말이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백종원은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안 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골목식당을 거쳐간 분들을 색안경 끼고 봐야 된다. 그 사람들도 우릴 이용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정말 더럽다"라며 "사장님의 인생만 걸린게 아니다. 여태까지 나왔던 사람들의 인생이 걸렸다. 사장님 같은 행동을 하면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생각하지 않겠냐. 이런걸 친구들 사이만 알 것 같나? 퍼지고 퍼지면 다 소문이 돈다. 생활 태도 바꿔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한테도 좌절을 주는 거다. 기분이 정말 더럽다"고 질책했다. 아들 사장은 고개를 또 다시 눈물을 보이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백종원은 "잘 결심해라. 그리고 진짜로 얘기해라. 여차하면 방송 나가지 말라고 하겠다. 실제로 방송 찍어놓고 안 나간적도 많다. 그래도 여태까지 이런적은 없었다"고 했다.
백종원이 자리를 떠난 후 어머니가 가게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우는 모습을 보고 속상해 했다. 두 사람은 카메라가 없는 뒷편에서 서로를 자책하며 울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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