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이승훈 PD 인터뷰
"선수들 너무 진지, 연습 말릴 정도"
"리플레이 줄이라고 하도 들어"
"박선영 대항마? 연예계에 없을 듯"
"선수들 너무 진지, 연습 말릴 정도"
"리플레이 줄이라고 하도 들어"
"박선영 대항마? 연예계에 없을 듯"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을 연출한 이승훈 PD는 최근 텐아시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출연진을 두고 거듭 '선수'라고 표현했다. 축구 예능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든 출연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었다. 그런 진정성 덕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하고, '골때녀'는 월드컵보다 더 재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골때녀'는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전국 가구 시청률 1회 8.4%(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2회 10.2%를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고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이후 첫 방송에서 2.6%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해 우려를 모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다. 현재는 6~7%대 안정적인 시청률로 순항 중이다.
이 PD는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 했다"면서도 "현장에서 촬영할 때 선수도, 감독도 이렇게 진지하게 임하면 나중에 방송에 나갈 때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파일럿 이후 준비 기간 동안 어떤 마음이었냐고 묻자 그는 "그저 선수들이 부상 당하지 않고 잘 준비하길 바랐다"며 "출연자들이 진지하게 임하면서 제작진도 처음에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접근했다가 이제는 선수처럼 대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파일럿 때는 유니폼에도 '누구의 아내' 같은 수식어를 넣었는데 이제는 오롯이 그들을 선수로 대우를 해드리고 싶어 이름만 넣고 있다"며 "열심히 임하는 자세를 봤을 때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한 분, 한 분 선수 그 자체로 대우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골때녀'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스포츠 예능이라고 하면 남자들이 많이 하지 않았나. 그런데 나는 여자들의 승부욕이 더 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여성 분들이 몸이 안 따라줘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기본적으로 몸이 안 따라주는 것도 재미 요소가 될 수 있고, 스포츠를 임하는 마음가짐이 진지하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스포츠 예능에 많은 걱정이 쏠렸지만 '골때녀'는 기분 좋은 반전을 만들어냈다. 화려한 플레이도 없고, 해박한 축구 지식도 없지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원동력을 묻자 이 PD는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나조차도 가볍게 생각했다. 예능 PD로서 축구 실력이 떨어지는 게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은 연습 기간을 거치면서 모두 제거됐다"며 "팀을 나눠 놓으니까 특정 집단, 직업군을 대표하는 성격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몰입도 잘 되고 정신 무장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연출자 입장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든 출연하시는 분들이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잘 될거라 생각하거든요. '골때녀'는 파일럿을 거치면서 경쟁하는 분위기가 잡혔어요. 어느 한 팀이 열심히 하니까 경쟁 구도가 생겨 저희가 말릴 정도로 연습을 하시더라고요. 막상 해보니까 재밌어서 본인들의 자발적 의사로 연습도 잡지만,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골때녀'에는 총 6개 팀으로 나눠진 약 40명의 여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섭외 기준을 묻자 "사실 파일럿 준비할 때는 섭외가 쉽지 않았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고 뭘 하면 되는지 모르니까 어려웠다"면서 "정규 편성되니까 기존에 했던 분들은 또 하고 싶다고 했고, 새로운 분들도 모실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팀을 나눈 것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출연자가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처음 개개인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팀 색깔을 확실히 갖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팀 이름만 들어도 여기가 어떤 팀인지 알 수 있게 하려고 했다. 팀 콘셉트의 색깔을 정한 다음에 그 안에서 출연자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리플레이 줄여달라는 요청이 상당하다는 지적에는 "그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많이 줄였다"면서도 "그게 전부 비슷한 장면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PD는 "출연자들이 프로 선수가 아니라 축구 중계처럼 놔두면 플레이가 너무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멋있게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긴장감도 주고 표정도 잡다보니까 반복되는 그림이 들어갔다. 분량을 늘리려고 한 건 아니고 멋진 그림을 만드려고 한 거다. 사실 만드는 입장에선 리플레이를 줄이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때문에 부상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 PD는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부상 (방지)에 대해 최우선으로 말하고 있고 조심하시라고 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고 털어놨다.
"진짜 선수들처럼 계속 리그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1년 내내 경기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한 경기에만 집중하고 모든 걸 쏟아내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직까지 큰 부상이 아니라 삐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라 괜찮은데 걱정이 됩니다."
출연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실력자는 단연 박선영이다. 그는 50대의 나이에도 왕성한 체력과 현란한 개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대항마가 필요하지 않냐는 물음에 이 PD는 "이번 시즌 시작할때 각 팀별로 강력한 다크호스들을 투입했다. 아직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은 기량이 있다. FC 액셔니스타 팀도 운동을 다 좋아해서 잘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도 "사실 어느 누구를 데려와도 박선영을 대항할 만한 분이 연예인 중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골때녀'는 폭염에, 코로나19 사태로 촬영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 PD는 "리그전 촬영은 다 돼있다. 본선 촬영 사이에 에피소드를 찍고 있다"며 "우승팀을 가리려면 아직 많이 남았다. 리그전 경기도 남아있고 본선에는 더 많은 경기기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이 PD는 "본선에 올라가면 더 재밌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예선 경기가 앞으로 2주 정도 남았다"며 "본선에 올라가게 되면 바로 탈락 팀이 나오는 토너먼트라 더 재밌을 거다.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이후에도 기약할 수 있는 뭔가가 생길 것 같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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