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전현무 무릎 꿇게 한 '나혼산'
친구 같던 프로그램의 배신

'나 혼자 산다' /사진= MBC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거짓 홍보에 제작진 무대응까지…효자였던 '나혼산'의 배신

MBC 인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각종 잡음을 일으키며 삐거덕대고 있다. 한때 큰 사랑을 받았던 화려한 과거가 무색하게 최근 거듭된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지난 18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 401회는 거짓 홍보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래퍼 사이먼 도미닉은 휴대전화에 대고 "아이유 씨, 지은 씨. 저 방금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 보다가 엄청 울었어요"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MC들은 아이유와의 전화 통화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때 중간광고가 시작되며 2부로 넘어갔고, 상대방의 정체가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유명인을 따라 하는 사용자라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많은 시청자는 제작진의 지나친 과장 홍보와 낚시성 편집에 분노했다. 앞서 '나 혼자 산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쌈디는 곧바로 드라마 속 주인공인 아이유에게 전화 연결(?)을 해 감상평을 전했다'고 예고했다. 진짜 아이유와 통화하는 것처럼 헷갈리게 만들어놓고 시청자들을 우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방송에 등장한 SNS 사용자는 아이유 프로필 사진을 해놓고 '성대모사 계정'이라고 명시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 사칭이라는 지적을 받는 인물이었다. 이에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관련 항의가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제작진은 별도의 해명이나 사과 없이 VOD, 재방송 등에 해당 장면을 삭제할 뿐이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한 거짓 홍보는 시청률 상승마저 끌어내지 못했다. 이날 방송된 '나 혼자 산다' 401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시청률 7.3%를 기록하며 3주 연속 하락했다. 8%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한 건 지난 4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나 혼자 산다'는 수 년간 MBC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출연진의 논란과 제작진의 자충수가 반복되며 거듭 실망을 안기고 있다.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사진=MBC 캡처

박나래 감싸고 전현무 무릎 꿇게 한 '나혼산'지난 4월 제작진은 회장 박나래가 성희롱 논란으로 위기에 빠지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등장 시켜 눈물의 사과쇼를 선보이며 박나래 구하기에 나선 것. 하지만 대중들은 이에 공감하지 못했고, 하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외면하기 시작했다.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뒤 '나 혼자 산다'는 5주 연속 시청률이 하락했다.

위기를 느낀 제작진은 과거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한 '무지개 회원'들을 투입했다. 배우 김광규, 이규형, 곽도원, 사이먼도미닉 등이 줄줄이 출연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결국에는 400회 특집을 빌미로 2대 회장 전현무를 복귀시켰다. 개인사로 떠났던 그가 2년여 만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지만 오히려 시청률은 1% 가까이 떨어졌다.

제작진이 꺼내든 전현무 카드는 현 회장 박나래의 부담감을 줄이면서 안정감을 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던 그를 투입한 건 제작진 역시 위기에 몰렸다는 걸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 산다'의 부진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작진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출연자가 떠안게 했다. 앞선 방송에서 전현무는 복귀 후 시청률이 하락한 것을 언급하며 무릎을 꿇었다. 박나래는 "전현무의 귀환을 축하해주려고 역대 최고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시청률이 쭉 빠졌다"고 했다. 독이 든 성배라는 걸 알고도 마신 그에게 돌아온 건 격려가 아닌 문책이었다.

'나 혼자 산다'는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해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시청자들은 무지개 회원들의 일상에 공감하면서 친근함을 느껴왔다. 그만큼 가까운 친구 같았던 프로그램이기에 거짓 홍보나 시청자들과의 불통은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앞선 논란을 딛고 화려한 영광을 되찾으려면 다시 한번 낮은 자세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길 바란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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