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개봉 이후 15년
찰진 대사, 명장면 '인기'
조승우의 손기술 대역은 누구?
김혜수가 협찬 의상을 '내돈내산'한 이유
찰진 대사, 명장면 '인기'
조승우의 손기술 대역은 누구?
김혜수가 협찬 의상을 '내돈내산'한 이유
<<노규민의 씨네락>>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영화의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아수라발발타"
"묻고 더블로 가""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손은 눈보다 더 빠르니까""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렇게 많은 명대사가 존재하는 작품이 있을까 싶다. 명대사는 곧 유행어가 됐고, 패러디가 넘쳐났다. 개봉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여기저기서 회자 되는 작품 '타짜'(2006, 감독 최동훈)다.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 '타짜 1부-지리산 작두' 편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화투로 타짜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청년 고니(조승우 분),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정 마담(김혜수 분), 전설의 도박꾼 평 경장(백윤식 분), 등 타짜들이 인생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 이들 주요 캐릭터 이외에도 고광렬(유해진 분), 아귀(김윤석 분), 짝귀(주진모 분), 곽철용(김응수 분), 화란(이수경 분), 박무석(김상호 분), 너구리(조상건 분)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매 장면을 임펙트 있게 그려낸다.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2시간 19분이 1시간 19분처럼 지나간다"라고 한 줄 평을 남긴 것처럼, 말 그대로 '시간순삭'을 이끈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최동훈 감독이 제대로 잠재력을 폭발시킨 작품으로, 감독 특유의 찰진 대사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의 맛깔나는 대사를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찰떡같이 소화해 내 그야말로 이야기, 연출, 연기 3박자가 완벽하게 들어맞은 명작이 됐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데도 568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타짜2: 신의 손'(2014년, 강형철 감독), '타짜3: 원 아이드 잭'(2019, 권오강 감독) 등 시리즈물이 이어졌지만, '타짜1' 만큼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타짜1'이 오락적인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으면서, 후속작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지만, 전작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등이 출연한 '타짜3: 원아이드 잭'이 개봉될 시점, 10대~20대 젊은 누리꾼들에 의해 '타짜1'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당시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가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곧 '밈'(meme)이라는 새로운 유행이 형성됐다. 누리꾼들은 1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세련된 영상과,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 향연, 그리고 입에 착 붙는 대사에 반했고 비의 '1일 1깡'처럼, '1일 1타짜' 분위기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의 주옥같은 명대사를 남긴 김응수(곽철용 역)는 '타짜1'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예능, 광고계를 섭렵했고,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울러 개그맨 이진호가 '곽철용' 패러디를 선보이면서 김응수는 더욱 높은 인기를 끌게 됐다. 김응수는 "광고만 120건이 들어 왔다"며 이진호와 성원해준 젊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명작'으로 인정하는 영화가 된 '타짜'에는 재미난 여담도 많다. 원작자인 허영만 작가는 애초 최 감독에게 "영화를 원작과 똑같이 만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덕분에 최 감독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담았고, 각색에서 한결 자유로웠다. 시대적 배경부터 다르다. 만화에서는 1960년대를 그리는데,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다. 이는 당시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벌어져 건조하고 삭막했던 당시 분위기를 녹이고자 한 최동훈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화투판에서의 화려한 손기술이 볼거리다. 연기파 배우들도 이를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배우들이 실제 타짜 출신인 장병윤 씨에게 기술을 전수 받았는데, 주인공 고니를 연기한 조승우가 가장 힘들어했다. 장병운 씨의 말에 따르면 조승우가 손기술을 쓰는 연기를 어려워해 최동운 감독이 고니의 '손 대역'을 맡았다. 극 중 고니가 평 경장의 집에서 수련을 받을 때 밑장빼기 연습을 하는 장면은 최 감독이 직접 연기한 것이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고니의 손이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최 감독은 밑장빼기를 진짜 타짜 수준으로 소화해 냈다고 한다.
또한, 고니가 정 마담의 돈을 태우는 장면이 '명장면'으로 꼽히는데 이는 최동훈 감독이 즉석에서 만든 장면이다. 정 마담 역의 김혜수에게 불을 끄는 역할을 부탁했고, 김혜수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특히 불을 끌 때 김혜수가 사용한 옷이 디자이너의 협찬 의상이었는데, 그 옷이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 모든 스태프들이 놀라 걱정했지만, 김혜수는 불탄 옷을 주저 없이 사겠다고 했다. 평소 화끈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김혜수의 면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타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물건인 '돈'은 모두 소품이다. 가짜 돈을 만드는 데만 1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기차에서 돈을 날리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이 진짜 돈인 줄 알고 주우러 다녔다는 헤프닝도 있다.
이처럼 영화 자체도, 여담도 흥미로운 '타짜'다. 이 영화는 촬영 당시 현장에서부터 '명작 탄생'을 예고했다. 한 시상식에서 조승우는 "촬영 현장은 한마디로 놀자판이었다. 스태프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섯다를 한판 치면서 시작했고, 촬영 내내 화투를 잡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가, 촬영이 마칠 때가 되면 집에 들어가기 아쉬우니까, 블랙잭이나 고스톱으로 마무리 짓고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즐기며 완성한 이 작품을, 관객들도 그리고 훗날 많은 누리꾼도 제대로 즐기게 된 것이다. 한 영화가 '명작'이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