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김민희 함께한 8번째 작품 '인트로덕션'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각본상 수상
김민희, '제작팀장'으로도 참여
여전한 '불륜 꼬리표'에 국내 반응 냉담
비슷한 포즈로 제 70회 베를린영화제 프로필 사진을 찍은 홍상수 감독(왼쪽)과 배우 김민희. / 사진=베를린영화제 홈페이지


'불륜' 딱지가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한 영화 '인트로덕션'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축하받아 마땅한 수상 소식이지만 국내에선 냉담한 시선이 대부분이다.

5일(현지시간) 제71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인트로덕션'은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가져가게 됐다. '인트로덕션'은 청년 영호가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각각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7년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은곰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인트로덕션' 은곰상 각본상이라는 기쁨을 '함께' 누리게 됐다.

베를린영화제는 공식 SNS,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수상자들의 소감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다른 수상자들과 달리 홍 감독은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 대신 영어로 쓴 소감문 스크립트만 보여주며 읽어내려갔다. 홍 감독은 "수상 소식을 듣고 놀라고 행복했다"며 영화제 측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래 전 김민희와 길을 걷다가 어린 달팽이를 발견했다"며 "힘든 시기 여러분께 작은 선물로 이 달팽이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달팽이는 울퉁불퉁 돌바닥으로 보이는 곳에서 힘겹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영상에는 한 여성이 도리스데이의 '케 세라 세라'를 부르는 소리가 담겼는데 누구인지 등장하진 않지만 김민희로 짐작된다.

제7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이 은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 사진=베를린영화제 온라인 생중계 캡처
이번 영화는 홍 감독과 김민희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 '그 후', '풀잎들', '강변호텔', '도망친 여자' 등에 이어 호흡을 맞춘 8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서 늘 주연을 도맡아왔던 김민희가 이번 영화에서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김민희가 이번 영화에서는 제작진으로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김민희는 현장 프로듀서 격인 제작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영화제 홈페이지에도 김민희는 이 영화의 '프로덕션 매니저(Production Manager)'로 소개됐다. 김민희가 홍 감독의 작품에 제작진으로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70회 베를린영화제의 영화 '도망친 여자' 관련 행사에서 커플링을 끼고 손을 잡은 모습이 포착된 홍상수 감독(왼쪽), 배우 김민희. /사진=베를린영화제 SNS 캡처
주요 외신들은 이번 영화에 대해 호평을 쏟았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홍상수 감독의 특기인 관계의 상호작용이 잘 드러난 영화"라며 "소주에 적신 점심식사를 끝낸 뒤 바다에 잠시 몸을 담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고 평가했다. 데드라인은 "처음에는 이 영화가 그저 애피타이저처럼 느껴지더라도, 곧 전체 요리를 능가하는 요리를 먹는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에서의 반응은 냉랭하다. 작품 자체보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서 연인 사이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2019년 홍 감독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후에도 둘은 여전히 연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도 두 사람은 포옹을 하거나 커플링을 끼고 손을 꼭 잡는 등 스킨십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홍 감독과 연인 사이라고 밝힌 후 김민희는 줄곧 홍 감독의 작품으로만 연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어찌됐든 세계적 영화제에서 계속해서 인정받고 있는 걸 보면 홍 감독과 김민희의 일적 호흡도 꽤나 좋은 모양이다. 서로가 서로의 '대단한' 예술적 뮤즈일지도 모르겠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 '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소감과 함께 공개한 달팽이 영상 캡처. / 사진=베를린영화제 유튜브 채널 캡처


홍 감독이 장황한 수상 소감 대신 공개한 '달팽이 영상' 속 달팽이는 어찌보면 괴로운 한 걸음을 딛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슨 일이든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 그들의 시선에선 자신들의 '예술'과 '사랑'이 숭고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엔 '다름'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지켜야할 순리와 법도가 있다. 될 대로 되라는 뜻인 '케 세라 세라'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도 있단 얘기다.

그렇게 일도 사랑도 오붓하게 함께하며 자신들만의 '세계관'에서 '잘' 살고 있는 홍 감독과 김민희. 여전히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 가며 '찰떡 호흡'으로 다음 작품도 같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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