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25일 열린 영화 '자산어보'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설경구가 영화 '자산어보'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자산어보'의 제작보고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25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준익 감독과 배우 설경구, 변요한이 참석했다.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통해 사극에 첫 도전하게 됐다.

설경구는 "몇 년 전 모 영화의 무대 뒤에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사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셨고 무턱대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열흘 쯤 뒤에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는데 '자산어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멀리서 봤다. 그러다 보니 따지게 되더라. 두 번째 볼 때 마음을 넣어서 봤다. 눈물이 핑 돌고 여운이 있었다. 첫 리딩 때 감독님에게 읽으면 읽을수록 여운이 있다고 했더니 이 책의 맛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설경구는 "전에 제안을 받았던 거 같은데 용기가 안 나서 '다음에 하자'고 했던 게 이제야 된 것 같다. 나이 들어서 이준익 감독과 하게 됐는데, 이준익 감독이라서 다행이고 흑백이기도 하고 한 번의 결정으로 여러 개를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설경구는 "정약전 선생이라는 이름을 제 배역으로 쓰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자산어보'이기에 정약전 외에 다른 이름으로 배역을 쓸 순 없었다. 털 끝만큼도 정약전 선생을 따라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고, 흑산도라는 섬에 들어가서 선생이 자신의 자유로운 사상을 민초들에 의해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민초들에게서 오히려 가르침을 받고 자기 사상을 실천하게 된 것 같다. 그런 것처럼 저도 이 이야기에 묻혀서 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정약전은 실존인물이고, 영화라는 건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거다. 그렇기에 실존인물을 캐릭터로 연구한다는 건 부정확할 수 있다.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내가 느끼는 대로 진실되게 표현하면 그 인물과 만날 수 있는 말씀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간 정약전과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함께 만들어가며 벗이 돼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자 두 번째 흑백 영화로, 오는 3월 31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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