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터지겠찌이잉 곧 터질고야아얌 내가 다아아 터트릴꼬얌'이라던 배구선수 이다영. 이다영의 이 글을 시작으로 본인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의 학교 폭력(학폭), 배구계 학폭, 그그리고 이제는 연예계 학폭 미투로 번졌다. 대세 배우부터 인기 아이돌들의 학폭 논란이 계속 되면서 떳떳하지 못 한 연예인들을 걸러내는 학폭 연예인 소탕 기간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연예인들의 학폭 논란은 전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처럼 수많은 연예인들의 과거가 '털린 건' 처음이다. 한 명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하나 둘 씩 과거를 떠올리고 용기를 내 고발하고 있다. 물론 피해를 주장하는 글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고, 아직 학폭을 인정한 연예인들도 없지만 학폭을 사회에 고발하는 잃명 '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과거의 단발성 학폭 폭로와는 완전히 다르다.
학교 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주고,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지닌 연예인들을 퇴출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만 제시하거나 학폭 흐름을 타고 평소 싫어하던 연예인의 학폭을 거짓으로 꾸며내는 일도 있어 날카롭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연예계 학폭 폭로는 배우 조병규가 시작이다. 조병규는 과거에도 한 차례 학폭 의혹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허위사실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 초등학교와 중학교, 뉴질랜드 유학 시절 등 시기를 가리지 않고 학폭 의혹이 넘쳐났나 허위사실로 넘기기엔 꽤나 무거웠다. 게다가 조병규의 동문 일부가 학폭 피해자를 응원하기도 해 조병규를 향한 의심은 강해졌다. 조병규과 그의 소속사는 학폭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모두 고소하겠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피해글이 계속 되자 조병규가 직접 "삶에 환멸을 느꼈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입장문을 냈다. 조병규의 학폭 폭로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학폭의 진위 여부 역시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수진도 학폭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이 배우 서신애라는 주장이 나오며 더욱 화제가 됐다. 서신애는 과거 자신의 학폭 피해를 고백하기도 해 수진의 학폭 논란은 거세졌다. 소속사와 수진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고, 수진이 직접 서신애와 대화 조차 나눈 적이 없다고 나섰으나 서신애와 서신애의 친구가 '변명은 필요 없다' '사필귀정' 등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학폭이 사실이라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수진의 학폭을 폭로한 ㄱ씨는 23일 수진 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피해를 입은 동생이 수진을 만나지 않겠다고 해 그대로 전달했다는 새 글을 올렸다.
배우 김동희도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동희의 동창생이라고 주장한 인물은 김동희가 학창 시절 만만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렸으며 장애를 가진 친구도 괴롭혔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소속사는 "배우 본인과 학교 관계자에게 사실을 확인을 해 본 결과, 학폭과 관련된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적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고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를 진행 중이다. 배우 박혜수에 대한 학폭 폭로도 줄줄이 나왔다. 박혜수의 학폭을 처음으로 폭로한 게시자는 "머리채를 질질 잡고 교탁 앞에서 가위로 머리를 뭉텅 잘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조미김 속 방부제를 입에 넣고 삼키라며 머리채를 잡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박혜수의 동창이라고 나선 사람들이 박혜수에게 받은 피해를 언급했다. 박혜수의 폭로는 중,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도 이어졌다. 박혜수 소속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학교폭력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를 악용하여 박혜수를 악의적으로 음해·비방하기 위한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은 방부제를 넣은 배우는 박혜수가 아니라며 글을 정정했으나 박혜수의 학폭 의혹의 진위 여부 역시 가려지지 않았다.
22일 하루 동안에만 그룹 세븐틴의 민규와 아이오아이 출신 김소혜, 트로트 가수 진해성 등 상당수의 연예인들이 학폭 가해자로 거론됐다. 이들의 소속사는 학폭 의혹을 부인하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학폭 미투는 오늘(23일)도 이어졌다.
이달의 소녀 츄에게 왕따 및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는 '츄와 같이 어울렸으나, 갑자기 왕따를 당했다'며 '단톡방에 초대해 욕하고 협박해 학교에서 급식도 먹지 못했다'고 폭로글을 작성했다. A씨는 '수시로 때리거나 돈을 뜯지 않았지만 수행평가 시간에 야유를 보내고 욕설하고 구박했다'고 폭로했다. 츄의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제기한 주장은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A씨는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뒤로라도 조용히 사과해달라"고 글을 올려 안타까움을 샀다.
현아도 같은 날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현아의 학폭을 주장한 이는 현아에게 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현아는 직접 학폭 의혹을 부인하면서 "저는 그 글 쓴 분이 마음으로 행복한 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아의 소속사 역시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몬스타엑스의 기현, 스트레이 키즈의 현진, 더보이즈의 선우, 에버글로우의 아샤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선우의 폭로글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내용도 있었고 현진과 아샤의 폭로글에는 성희롱과 음담패설을 즐겼다는 진술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소속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허위사실 유포시 고소하겠다며 모두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학폭 미투 중 거짓도 있었다. 학폭 의혹을 받고 있는 츄와 같은 팀인 현진은 거짓 학폭 미투의 피해자가 됐다. 이달의 소녀 현진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현진의 동창생들의 증언에 의해 자작임을 인정하고 사과글을 올렸다. 학폭 고발에 대한 분위기를 이용해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진짜 학폭 피해자들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행위다.
학교 폭력은 엄중한 사안이기에 하나의 글만 보고 함부로 판단해선 안된다. 한 개의 글로 인해 글의 작성자 혹은 한 연예인이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폭 피해는 현재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어려워 진위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고, 허위 사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물론 피해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피해자 혹은 목격담이 많은 사건은 합리적 의심이 들 수 있으나 한쪽이 인정하기 전까지 모두 의혹일 뿐이다. 지금의 학폭 미투는 과거와 달리 고발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론이 형성됐고, 이슈화도 잘 되고 있다.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 짓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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