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문제 다룬 영화 '고백'
박하선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 속상해"
"출산 후 첫 촬영작, 모든 걸 쏟아부어"
"엘리트 역할도 해보고파"
박하선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 속상해"
"출산 후 첫 촬영작, 모든 걸 쏟아부어"
"엘리트 역할도 해보고파"
최근 양부모가 16개월 아이를 학대하고 방조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일명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고백'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2018년 여름에 찍은 작품으로, 주연배우 박하선은 "사실 그때와 많이 달라진 게 없어서 속상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박하선은 이 영화에서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복지사 오순 역을 맡았다.
"'미쓰백'이나 '어린 의뢰인'처럼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그동안 나왔다는 건 이런 이슈에 계속해서 관심이 있었다는 거잖아요. 최근 정인이 사건이 터지고 매일매일 기사가 포털 메인에 걸려있는 걸 보니 바뀐 게 없나 싶어서 또 다시 무기력해졌죠.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눈여겨보고 있기에 메인을 장식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마음이 복잡하네요."'고백'은 박하선이 출산, 육아 등으로 4년 공백기를 가진 후 처음 찍은 작품이었다.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 방영은 먼저였지만 촬영은 '고백'이 앞섰다. 박하선은 "굶다가 연기를 해서인지 찍을 때 모든 걸 쏟아 부은 느낌이라 '역대급 연기 나오겠다' 했는데 스크린으로 다시 보니 역시 부족함이 많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이었어요. 일이 고플 때 들어온 작품이라 그 자체로도 감사했죠. 저예산 작품이라 엎어질 뻔 한 적도 있었는데 하고 싶어서 많이 기다렸어요. 이 작품 제안을 받았을 당시 저는 집에서 아이만 보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어요. 복귀할 수 있을까 싶었죠. 감독님이 첫 미팅 때 제가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었다면 찾지 않았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이 엄마인 제가 아이에 대한 감정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눈물이 났죠."
이외에도 박하선은 최근 드라마 '산후조리원', '며느라기' 등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육아고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쌍둥이 육아에 치여 초라해진 엄마 역을, '며느라기'에서 갓 며느리가 된 직장인 역을 맡아 '단짠'을 오가는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생동감 있는 작품을 완성해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하게 됐는데 들어오는 작품의 결이 달라지기도 했어요. 더 공감되는 게 이런 작품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젋은데 이런 경험이 있는 여배우가 많지 않아서 저를 좀 더 찾아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연기 스펙트럼이 좁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박하선은 독립영화 '첫 번째 아이'도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오는 3월 시작하는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의 시리즈 가운데 '산부인과로 가는 길'에도 출연한다. 이 이야기는 좀비보다 느린 만삭의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러 가기 위해 좀비와 극한의 사투를 벌이며 산부인과로 향하는 블랙코미디다. 박하선은 "주변에서 '또?'라고 하는데 사실 배불러있는 임산부 역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작을 욕심낼 법도 한데 작품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골고루 시도하는 것 같다고 하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도 대작 하고 싶죠. 하고 싶은데 들어와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작품을 볼 때 재미가 첫 번째에요. 혹은 메시지가 있어서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거요. 예전에 '영도다리'라는 독립영화를 제가 너무 힘들게 찍어서 당시 회사에서 이후에는 시키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번에 단막극도 사실 안 하려다가 자꾸 생각났어요. 다른 사람이 하면 어떡하지,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데 싶었어요. 촬영이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었어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 이어 '며느라기'까지 출산 후 출연작마다 연이어 흥행시킨 박하선. 쉼 없는 행보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박하선이기에 자부심도 있을 법하다."재작년에 힘든 일이 겹쳐서 왔어요. 동생도 세상을 떠났고 14년 동안 키운 반려견도 하늘나라로 갔죠. 아이도 다쳐서 한 달 정도 입원했어요. 일을 못할 정도로 힘들었죠. 그 즈음에 '첫 번째 아이'라는 독립영화를 찍었는데 촬영이 저를 다독여줬어요. 쉬지 않고 들어오는 대로 일을 했고 그러면서 안 좋은 기억들은 떨치고 다시 밝아진 것 같아요. 지금의 성과들은 이런 저에 대한 보상 같기도 해요. 사실 무섭기도 해서 당분간 얌전히 연기만 해야겠다 싶어요. 호사다마라고 하잖아요. 한 방에 갈지도 몰라요. 하하."
남편인 배우 류수영과는 서로의 일을 응원하며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박하선은 류수영에 대해 "배우로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며 류수영이 대본을 1000번 봤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를 본받아 밤을 새서 대본을 탐독했다는 박하선에게 변화를 느끼냐고 묻자 "질이 달라지더라"고 이야기했다.
"예전엔 대본대로 하면서 얼마나 극대화시키냐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요즘은 그 정답은 나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다르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해요. 요즘의 연기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게 트렌드인데 저는 너무 연기 같은 연기를 해온거죠. 자다가도 일어나서 대본을 읊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암기가 아닌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작품들이라는 게 다 '이야기'니까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잖아요. 예전엔 그런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연습량을 늘리니 인물과 동화될 때도 있어요. 알던 대본도 볼수록 새롭게 느껴져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느냐고 하자 박하선은 "의사, 검사, 변호사 같은 역할을 한 번도 못해봤다. 어리바리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의외로 똑똑하다"고 어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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