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경이로운 소문', 지난 24일 종영
김세정, 카운터 계 인간 레이더 도하나 役
역대 최고 시청률 경신, 두 자릿 수 돌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OCN 토일 오리지널 '경이로운 소문'에서 몇 초 만에 타인의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이자, 악귀 감지율 100%에 빛나는 카운터 계의 인간 레이더 도하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세정.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이번 드라마는 이상하게도 끝이 났는데 크게 슬프지 않았어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싶죠. 시즌2가 아니더라도 카운터들 그리고 감독님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니까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노랫말처럼 마지막이 아니란 걸 아는 듯한 안녕이었습니다."

김세정의 재발견이다. 2021년의 시작을 폭발적인 열연으로 꽉 채운 그는 OCN 토일 오리지널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극 중 몇 초 만에 타인의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이자, 악귀 감지율 100%에 빛나는 카운터 계의 인간 레이더 도하나 역을 맡은 김세정은 죽음에 얽힌 슬픈 가족사부터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액션까지 인물이 처한 상황을 섬세한 표현력으로 전달하며 호평을 끌어냈다. 겉은 무심하지만, 속은 따뜻한 캐릭터를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로 담아내 몰입도를 배가했다.

2016년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결성된 그룹 아이오아이(I.O.I)로 활약한 김세정은 그해 구구단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솔로 활동과 다수의 예능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 외에도 드라마 '학교 2017', '너의 노래를 들려줘'에 나오며 연기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김세정이 생각하는 도하나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카운터들 앞에서만 무너지는 감정을 드러내며 아이가 되고 만다. 사실 도하나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고, 겉으로만 센 척하는 여린 아이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밝혔다.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으로 '자연스러움'을 꼽은 김세정. 그는 "그건 그냥 하나의 성격인 거지, 어둡고 칙칙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성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은 어두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성격이 되고 나면 어두움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싱크로율이요? 사실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거의 90%라고 말하고 싶지만, 도하나는 아직 상처를 마주하는 법을 잘 모르고 서서히 배워가는 중이에요. 김세정은 그나마 상처를 어떻게 달랠 수 있는지 아는 아이죠. 상처 앞에서 눈을 감을 것이냐, 웃으며 같이 아파할 것이냐는 모든 일을 대할 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선택의 기로에서 저렇게 갈릴 것 같기에 50%를 주고, 도하나의 상처가 낫길 기다리면 금방 100%가 될 것 같습니다."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가족들이 죽은 이후 도하나가 동생을 붙잡고 울면서 '언니가 미안해'라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경이로운 소문'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OCN 개국 이래 첫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과 함께 OCN 역사를 새로 썼다.

김세정은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노력과 행복이 맞닿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결과까지 따라와 줘서 더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감사하다. 욕심이 있다면, 한동안 이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까지 주목받게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속이 고구마처럼 꽉 막히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답답하게 풀리는 전개보다는 우리 드라마처럼 사이다가 나와야 할 부분에서는 시원하게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다.또한 "스토리도 어렵지 않고 간단한 점도 있다. 그리고 가장 열광해 주고 환호해 줬던 이유는 여러 가지 배경들보다도 우리 카운터들의 케미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카운터들의 케미 덕분에 함께 하는 장면들이 더욱더 시원하고 재밌게 그려졌던 것 같다.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던 휴머니즘적인 한국형 히어로물이 꼭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전했다.

방송 이후 긍정적인 반응에 기뻤다는 김세정. 그는 "나만 알 거라 생각했던 도하나 만의 포인트들을 시청자들이 같이 알아봐 줘서 좋았다. 김세정 만의 도하나가 아닌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도하나의 흐름으로 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면서 "극 중 도하나의 잠옷이 핑크다. 늘 차가워 보이고 무심해 보여도 잘 때만큼은 핑크 잠옷을 입고 잔다. 도하나 만의 귀여운 모습을 시청자들이 알아봐 줘서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모으는 버릇이나 뒷짐 지는 버릇 등 사소한 것들까지 캐치해 줘서 '도하나를 유심히 바라봐줬구나'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경이로운 소문'이 좋은 반응을 얻게 돼 주변에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응원해줬어요. 하지만 사실 친오빠나 사촌들은 연기하는 제 모습이 어색하고 부끄럽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주는 피드백이나 전해주겠다'며 본방사수를 피했죠. 하지만 다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엄마는 늘 냉정한 평가를 하고는 했는데, 이번 드라마는 정말 많이 만족한 듯했어요. 하하"

'경이로운 소문'에서 김세정은 갖고 싶은 능력으로 "괴력을 소유해서 나 자신을 지키거나, 평소에 힘이 많이 소모되는 일들 쉽게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따기 힘든 잼 뚜껑을 쉽게 따거나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세정은 "늘 티격태격 싸우지만, 가장 잘 맞고 배울 점도 많은 쌍둥이 오빠 같았던 친구 조병규, 친구처럼 함께하고 당해주지만 늘 길을 제시하고 먼저 나서준 아빠 같은 유준상 선배, 그런 우리들의 정신없는 모습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재밌게 이끌어준 엄마 같은 염혜란 선배, 다들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나도 모르게 실수한 부분들이 있진 않을까?' 하고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실수가 존재할 것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에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 그 점을 정확히 짚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더 오래도록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로도 더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고난도 액션에 도전한 김세정. 촬영 현장에 관해 그는 "액션 장면이 있는 날은 가장 설레는 날이다. 물론 액션 장면을 찍는 날은 대기도 길고 체력도 지치긴 하지만, 그날 내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연습과 차분함, 그리고 습득력이 판가름을 내더라"라며 "그래서 일단 몸을 충분히 풀고 합을 안무 외우듯 숙지한 뒤 선생님 없이도 몸을 계속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후 촬영에 들어가면 흥분하지 않고 차분해지도록 속(감정)을 누른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 있다. 할 수 있는 동작이 늘어갈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그때 '아 액션 재밌다.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도하나는 상처받기 싫어 기대하는 걸 멈춰버린 친구예요. 사실 김세정도 그랬죠. 어느 순간부터 상처받기 전까지의 기대와 꿈만 꾸고 있는 저를 봤어요. 그런 나를 어떻게 다시 깨울 수 있을까, 깨어날 수 있는 걸까 고민하던 때 '꿈꿔도 된다', '두려워 말라', '지금까지 잘해왔다', '계속 걷고 있었다',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줬죠. '경이로운 소문'은 도하나도 김세정도 성장시켰어요."

김세정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다시 노래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연기로 달리고 노래로 쉬고, 노래로 달리고 연기로 쉬고, 일을 쉼으로 느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다. 그래서 계속 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