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16개월 정인이 사망사건 다뤄
정인 양 입양 후 271일 만에 세상 떠나
학대 피해 정황…전문가·어린이집 선생님들 증언
정인 양 입양 후 271일 만에 세상 떠나
학대 피해 정황…전문가·어린이집 선생님들 증언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입양아 정인 양의 학대 피해 정황을 전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생후 16개월 정인 양이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숨진 사건을 다뤘다. 정인 양은 생후 7개월 경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정인 양의 양어머니는 지난해 11월 아동학대치사와 방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어머니는 지난해 2월 정인이를 입양한 뒤 약 한 달 후부터 학대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아버지도 방임 및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단독 입수한 CCTV 영상, 부검 감정서 및 사망 당일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에게 가해졌던 학대행위를 파헤쳤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양부모는 정인 양의 죽음이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의가 아닌 실수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
그러나 주변인들의 의견은 달랐다. 의료진은 아이의 상태를 두고 단순 사고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판단해 현장에 있던 양부모를 경찰에 신고했다. 정인 양의 복부는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인해 피로 가득 차 있었고, 골절이 된 곳도 있었다.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건 무조건 학대"라면서 "(양모가)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가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울더라. 이게 다 학대고, 살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슬퍼하는 걸 보면서 정말 악마라 생각한 의료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인 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CCTV도 공개됐다. CCTV 속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정인 양을 특별히 돌봤다. 정인 양은 선생님이 안아주며 일으켜세워줘도 걷지 못했다. 볼록한 배가 눈에 들어왔다. 사망 직전 VT와 부검감정서를 살펴본 소아청소년과 배기수 교수는 "장이 터져서 장 밖으로 공기가 샌 거다. 통증 중 최고의 통증일 거다. 애가 말을 못해서 그렇지 굉장히 괴로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가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서박탈이 심해 무감정인 상태일 때 저런 행동을 보인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정인이의 뺨 쪽에 붉은 자국과 멍이 생겼던 날부터 꾸준히 정인이의 학대 정황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선생님들은 "보통 이 나이 때 아이들이 상처가 잘 안 생기고 생겨도 학부모님들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잘 모른다고 답하더라"며 10개월 이후로는 귀에 상처가 집중적으로 생겨 경찰에 1차 신고를 했지만 정인이는 결국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선생님들의 신고로 정인 양은 2개월 간 어린이집에 나오지 못했고,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등원한 아이는 몸무게가 1kg 줄어든 상태였다. 이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으나 오히려 양부모들은 "왜 병원에 데려갔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정인 양의 사망 원인인 췌장 절단이 이루어지기 위한 수치는 3800에서 4200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는 체중 73kg의 권투 선수가 작정하고 쳐야 나오는 수치로, 체중 50kg의 여성이 이 수치를 내기 위해서는 바닥에 아이를 눕혀두고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큰 물리력이 가해져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편 아동학대치사죄를 받고 있는 정인 양의 양부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은 지난달 20일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넘긴 23만명으로 마감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에 앞서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피해 아동을 함께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MC인 배우 김상중도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방송을 통해 김상중은 "같은 어른이어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늦게 알아서, 정인아. 미안해"라고 말했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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