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송강 인터뷰
"고민시와 촛불 장면, 가장 기억에 남아"
"'타이타닉' 보며 배우의 꿈 키웠다"
'스위트홈'에서 현수 역을 연기한 배우 송강./사진제공=넷플릭스
"어두운 모습과 밝은 모습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니, 대본을 표현함에 있어 감정의 폭이 전보다는 다양해진 것 같아요. 대사가 아닌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이제야 좀 알게 됐죠. 대작의 주인공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추억인데, 많이 배우게 된 작품이라 너무 감사합니다."

배우 송강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통해 성장한 지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형 크리처물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 그린홈을 배경으로 다양한 주민들이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18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이후 일일 랭킹 톱 10을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송강은 은둔형 외톨이에서 그린홈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현수 역을 맡았다. 송강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현장 대본은 현수가 가족들을 다 떠나보내고 장례식장에서 통장을 집어던지며 소리치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물티슈를 통장이라 생각하고 연기 해보라고 했다. 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표현했는데 감독님이 현수 같다고 느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강은 "(원작이) 즐겨보던 웹툰이라 캐스팅 소식에 너무 기뻤다. 부담이 많이 됐지만, 감독님이 '나는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고 캐릭터의 감정만 생각해서 마음대로 해봐'라고 말해줘서 편하게 연기했다. 주변 반응이 너무 좋다. 아직까진 실감이 안 난다"고 덧붙였다.
송강은 현수가 괴물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는 욕망에 잠식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발생한다. 욕망에 따라 형체가 다르며 괴물로 변하는 전조 증상은 코피, 분노, 기절 등이다. 송강은 1회 엔딩 장면에서 코피를 쏟으며 괴물화가 진행 됐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괴물이 되지 않았다.

이에 송강은 "현수가 괴물화가 된 이유는 죽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고, 살고자 하는 면역력이 약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현수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고 정의로움이 점점 쌓이면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졌기에 괴물이 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가 괴물이 된다면 인간 송강은 근육 괴물이 될 것 같아요. 요즘 헬스장을 못가고 있거든요. 배우 송강은 어떻게 하면 내면을 눈으로 표현할까 감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다 눈알 괴물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
자신의 가장 내성적인 모습과 가장 사악을 모습을 끌어내려고 했다는 송강./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 웹툰보다 더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고등학생 때 리더십 있던 현수가 왕따를 당하고, 가족들에게 외면 받고, 그러다 가족들 모두 교통사고로 떠난 상황을 생각하면 무척 어두울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매일 상상하며 연기하다보니 더 어둡게 표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강은 "외적으로는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은 분장 팀에게 맡겼고,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목을 빼는 등 자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 후드티를 입으면 좀 더 왜소해보여서 계속 그런 스타일로 입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수는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많은 걸 표현하는 인물이기에 고민도 많았다고. 송강은 "첫 번째는 현수와 환영 현수의 차별점, 두 번째는 괴물을 맞닥트렸을 때 현수의 표정과 감정, 마지막으로는 은둔형 외톨이 현수에서 정의감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현수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현수와 환영 현수를 연기할 때는 어떠한 차별점을 두려고 했을까.

"현수를 연기할 때는 제 안에 있는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환영 현수를 연기할 때는 가장 사악한 모습을 끌어내려고 했어요. 입 꼬리에도 포인트를 많이 주려고 했죠. 영화 "조커" 캐릭터를 보면 입 꼬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래서 환영 현수일 때는 입술을 최대한 많이 찢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송강은 가장 기억에 남는 괴물로 '근육 괴물'을 꼽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스위트홈'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과 넷플릭스가 손을 잡고 탄생시킨 초대형 프로젝트. 회당 30억, 총 300억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송강은 이 감독에 대해 "연기를 할 때 너무 편안하게 해준다. 표현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송강은 "8회 엔딩에서 재헌(김남희 분)이 죽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일정상 혼자 다른 날 찍게 됐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울부짖는 연기를 해야 해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재헌이 죽는 걸 모니터로 보여주면서 세세하게 가르쳐주셨다. 배우들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송강은 "혼자 있는 현수에게 은유(고민시 분)가 촛불을 들고 와서 말을 거는 장면"이라며 "은유가 현수에게는 촛불 같은 존재, 위로가 되는 존재여서인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괴물로는 '근육 괴물'을 꼽았다. 송강은 "특수 분장을 보는데 몸도 크고, 키도 크더라. 욕망이 얼마나 컸으면 저렇게 커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신기하게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도현이 연기한 은혁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송강./사진제공=넷플릭스

촬영 현장 분위기를 묻자 송강은 "드라마 분위기는 어두웠지만,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모두 자기 장면이 아닌데도 모니터를 해주고 칭찬도 해줄 만큼 너무 좋았다. 대기실에 있던 시간보다 현장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며 미소 지었다.원작 캐릭터 중 본인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와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누구였을까. 송강은 "현수와 비슷한 부분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사람은 모두 어두운 면이 있지 않나. 나도 그런 면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현수와 잘 맞는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현수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이해를 좀 더 빨리 했던 것 같다"며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은혁(이도현 분)이다. 냉정하지만 결단력 있고 리더십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고 말했다.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는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해서 만족한다. 그 다음 상황은 모르지만 현수가 어떤 상황으로 이어질까 상상을 많이 한다. 실험의 대상이 되진 않았을까, 더 강해지진 않았을까, 악당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시즌2가 제작된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시즌1 10회에서 현수가 괴물로 변했다 돌아오는데, 그런 모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서 액션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스위트홈"은 단순한 장르 크리처물이 아닌 따뜻한 휴머니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겉은 어둡고 무겁지만, 내면을 보면 따뜻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거든요."스무 살 때 처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됐다는 송강. 그는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는데 눈이 너무 좋더라. 그 눈이 인상 깊게 남아서 그날 저녁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연기를 시작했다"며 "어머니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 원해서 반대를 많이 했는데, 아버지는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해보라고 적극 지원을 해줬다. 어머니도 지금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데뷔 4년차 배우 송강은 "깊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2017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로 데뷔한 송강은 어느덧 4년차 배우다. 배우로서 또 사람 송강으로서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나 노력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는 어딜 가든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겸손함을 지키려 노력해요. 배우로서는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 표현하고 화술적으로도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추후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배역을 묻자 송강은 "지금은 학생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좋은 점이지만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조금 더 성숙해져서 느와르 장르도 해보고 싶다"며 배우로서의 목표를 밝혔다.

""스위트홈"을 통해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목표도 조금 바뀌었어요. 다방면으로 잘하는, 깊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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