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칼코마니]
누구나 상반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같은 듯 다른 '극과 극' 매력 대결.
누구나 상반된 면모를 가지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같은 듯 다른 '극과 극' 매력 대결.
◆ 훈훈한 저승사자 이동욱
'도깨비'의 왕여
"당신만은 이렇게라도 해피엔딩이기를."이토록 섹시하고 잘생긴 저승사자가 있었던가. 저승사자는 언제나 시커먼 갓에 시커먼 도포를 입고 나타나 창백한 얼굴로 황천길을 인도했다. 이동욱은 고정관념을 깼다.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시크함과 귀여움을 오가는 저승사자의 매력을 보여줬다.
'도깨비'에서 이동욱은 하얀 피부, 붉은 입술, 깊은 눈빛으로 '역대급 비주얼' 저승사자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는 드라이클리닝한 세련된 정장에 고급스런 페도라를 쓰고 우수에 젖은 눈빛을 발산했다. 이 잘생긴 저승사자에 '붙잡혀 따라가고픈' 시청자들이 쏟아졌다.
'도깨비' 속 저승사자는 어찌 보면 원칙을 잘 지키되 융통성 있는 직장인. 선후배, 동기 저승사자들과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기안 처리', '동계 워크숍' 등의 꽤나 번거로운 일도 해야 한다. 직장상사는 본 적 없지만 까다로운 염라대왕. 연말정산을 앞두고 제출할 '기타누락자' 서류 정리에 대해 고민하거나 300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노잣돈으로 전셋집을 계약했다는 모습은 '인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웃음을 유발했다. 망자에게 건네는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위로와 배웅은 이전 저승사자들에게선 볼 수 없었던 따스함이다.그는 눈빛으로 최면을 걸거나 손을 잡으면 상대의 과거를 볼 수 있다. 이런 초능력을 지닌 저승사자도 써니(유인나 분) 앞에선 맥을 못 췄다. 연애를 드라마로만 배운 탓에 써니에겐 언제나 '오답'만을 말했다. 써니와의 첫 만남부터 이유 모를 눈물을 흘렸던 저승사자. 알고 보니 써니는 그의 전생 연인이었고, 그는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끝내 자신의 목숨까지 스스로 앗아간 군주, 왕여였다. 그 죄로 저승사자로 살며 벌을 받는 중이었던 것. 입을 맞춰 상대에게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저승사자의 능력으로 써니의 기억을 엿본 애절한 장면은 '도깨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힘들고 슬픈 순간들은 다 잊어라. 전생이든 현생이든"이라고 써니에게 주문을 걸었지만 그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써니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 이동욱은 써니와의 로맨스를 아프고 아련하게 그려냈다.
차가워 보이지만 젠틀하고 아픔 많은 저승사자. 이동욱은 이렇게 인간적인 저승사자를 만들어냈다.
◆ 치명적인 구미호 이동욱
'구미호뎐'의 이연
"진짜 보고 싶어? 내가 사는 세상?"
1000년도 넘게 살고 있는 구미호. 그런데 그 구미호는 남자다. 뛰어난 미색을 자랑하는 남자 구미호가 드라마 '구미호뎐' 속 이동욱의 모습이다.'구미호뎐'에서 이동욱이 연기한 이연은 한때 백두대간을 다스리는 산신이었지만 현재는 도심에 정착해 현세를 어지럽히는 요괴들을 처단하는 심판자 구미호다. 산신이던 그가 왜 속세에서 심판자로 살게 됐는지부터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 이유는 '사랑' 때문이었다. 산신이었던 시절 이연은 금기를 깨고 인간 아음(조보아 분)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아음은 이무기와 얽히면서 죽게 됐고, 이연은 삼도천을 건너려는 아음에게 마지막 입맞춤으로 여우구슬을 전했다. 그가 환생했을 때 다시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렇게 수백 년간 아음의 얼굴과 비슷한 자들을 마주쳤지만 모두 여우구슬을
갖고 있진 않았다. 남지아(조보아 분) 역시 아음과 비슷한 얼굴을 가졌기에 21년 전 여우고개에서 사고 당했던 그를 구했다. 그리고 다시 만났다. 남지아는 아음의 환생이었다.
이동욱은 레드브라운 헤어와 무채색의 정갈한 슈트, 수놓인 붉은 장우산을 통해 강렬하고 신비로우면서 도시적인 느낌을 줬다. 한편으론 샤워와 아침식사로 시작하는 일상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만 찾는 취향까지, 1000년을 넘게 살아온 구미호의 '인간적인' 평범함과 귀여운 매력도 담아냈다.
액션신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동욱은 카리스마 있는 이연 캐릭터를 위해 준비 단계부터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디테일한 몸동작으로 세련된 액션신을 완성해냈다. 평범한 인간으로 위장해 살아가는 여우누이 처단에 나선 장면, 남지아를 위협하는 불가살이를 단숨에 제압하는 장면에서 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액션을 선보였다.
이처럼 '구미호뎐'의 이연 역시 '도깨비'의 저승사자와 마찬가지로 판타지적인 캐릭터. 하지만 이동욱은 또 다른 결로 이연을 그려나갔다. 저승사자보다 더 매혹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예민한 모습으로 판타지 액션 로맨스 장르에서 새로운 심(心)스틸러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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