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주연 박혜수
"주인공 셋의 올망졸망 케미 '매력적'"
"고아성 뛰어난 집중력에 '감탄'"
"서태지 노래 들으며 캐릭터 연구"
배우 박혜수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각기 다른 세 여성 인물이 주인공이자 친구로서 일들을 해결해나가요. 작디 작은 인물들이 힘을 모아서 결국에 승리해내는 서사가 매력적이었어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주연한 배우 박혜수는 이번 작품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95년이 배경인 이 영화는 대기업 삼진전자에서 근무하는 고졸 여사원들이 힘을 합쳐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박혜수는 회계부 8년 차 사원 보람 역을 맡았다. 보람은 올림피아드 우승을 할 정도로 수학에 천재성을 갖고 있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8년째 승진도 못 하고 회계장부의 숫자 맞추는 일을 하고 있다. 동료인 자영(고아성 분)이 내부고발에 나서자 보람도 또 다른 동료 유나(이솜 분)와 힘을 보탠다. 박혜수는 "사건 해결이 이야기의 주된 부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셋의 올망졸망 함께하는 케미가 이 영화를 또 다르게 매력적으로 만든다"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안에 각자의 고민이 있고 각자 다른 상황들도 겪는데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멋스럽게 그려진다"고 말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는 현실의 벽 앞에 고초를 겪으면서도 연대와 성장을 이뤄내는 세 친구들의 모습이 뭉클함과 통쾌함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이들을 연기한 세 배우의 끈끈한 호흡이 더욱 중요했다. 박혜수는 "촬영 전 작품과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고민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져서 첫 촬영에 갔을 때부터 낯설지 않았다"며 "이미 이 관계가 돈독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친구 관계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자랑했다.

"고아성 선배는 연륜이 느껴졌어요. 여유도 있고 첫 촬영부터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보여주는 게 멋있었어요. 이솜 선배는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해온다는 게 느껴졌어요. 대본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까지 연기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셋의 합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제가 보람을 연기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배우 박혜수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95년인 만큼 당시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부분. 박혜수는 영화에서 90년대만의 따뜻하고 정겨운 정서가 느껴졌다고 했다.

"영상 자료도 많았고 저는 90년대 음악도 많이 들었어요. 촬영 전에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음악들을 다 지우고 90년대 음악으로만 채워서 제가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봤죠. 빛과 소금, 서태지, 잼의 노래들을 들었어요."박혜수에게 이번 영화는 '위로'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가며 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고 든든한 선배 고아성, 이솜과 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혜수는 "보람은 영화 초반 자기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인물이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보람을 보면서 나도 가만히 있고 싶던 때가 있었다는 게 떠올라 위로 받았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고아성 선배가 저를 단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더라고요. 그걸 보곤 제가 뭔가에 쉽게 흔들리고 무너져도 금방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한 번 일어나서 해보자는 제 마음이 조금 더 견고해진 것 같아요. 선배들한테 무한한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 것도 같아요. 나중에 저도 선배들 같은 위치에 있게 됐을 때 꼭 저렇게 돼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보듬어줘야겠다고요. 받고 나니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됐어요."

배우 박혜수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혜수는 "이번 영화는 영화를 만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내 자리가 존재한다는 게 느껴졌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 동료 배우들과 자유롭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 그는 "책임감도 커지고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이번 영화의 보람 캐릭터처럼 박혜수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시대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됐어요. 그 경험들이 어디로 도망가지 않고 켜켜이 쌓여가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인물을 만났을 때 이전 경험을 토대로 그 인물을 한층 더 깊이감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또 어떤 다른 인물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감도 커지고 더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욕심도 생겨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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