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야구선수 주수인 役
실제 야구선수들과 한달 동안 연습
직구부터 너클볼까지 대역없이 소화
18일 개봉
실제 야구선수들과 한달 동안 연습
직구부터 너클볼까지 대역없이 소화
18일 개봉
화제작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렌스젠더 마현이로 존재감을 알린 배우 이주영이 이번엔 야구 선수로 변신했다. 시속 130km 강속구를 던지는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이 '프로'라는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 '야구소녀'를 통해서다. "여성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내용이지만 나아가서 더 큰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희망'을 안길 작품이라고 자부하는 이주영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야구소녀'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이주영: KBS2 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끝내고 쉬고 있을 때 제안 받은 작품이다. 영화에 목말라 있을 때여서 서둘러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주수인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더 끌렸다.10. 주수인 캐릭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이주영: 주수인과 같은 선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 입단이)법적으론 가능한데 벽에 가로막혀 있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주수인 자체가 주는 기운이 좋았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 영화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전해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10.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나보다. 야구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주영: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 실제 프로 무대로 가고자 하는 고교 야구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일주일에 3~4번, 한 달 정도 연습했는데 사실 시간적으론 부족했다. 당연히 프로 선수들의 발톱만큼도 못 갈 시간인데 내 능력에서 최대한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다.
10.특히 투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너클볼 등을 대역없이 던졌다던데?
이주영: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싶었다. 프로에 가려고 하는 아이를 그려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어색해버리면 몰입도가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있었다. 트라이아웃(일종의 테스트) 장면 때문에라도 직접 소화하고 싶었다. 직구는 비교적 수월했는데 다른 구종은 어려웠다. 구종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고 연습을 거듭했다. CG나 카메라 앵글 덕에 투구폼 등이 그럴듯하게 보인 것 같아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아쉬웠다. (웃음)10. 1년 정도 체대를 다녔다던데 영화를 찍는데 도움이 됐나?
이주영: 운동을 잘해서 간 건 아니었다. 수능도 안 보고 수시 논술로 가게 된 거라 민망하다. (웃음)
10. 평소 야구를 좋아했나?
이주영: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영화를 찍기 전엔 룰도 잘 몰랐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도 찾아봤고, 유튜브에서 여러 선수들의 투구폼 영상도 열심히 찾아봤다.
10. 주수인이 엄마를 비롯해서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주영: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주수인이 나아가는 길에 방해가 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 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더 클 것 같았다. 자신의 선택과 의지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가 날 법한 상황이나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장면에서 속으로는 끓지만 겉으론 드러내지 않는 느낌을 내려고 신경써서 연기했다.
10. 자신이 주수인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이주영: 배우로 살아가면서 주수인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혀 본 적이 있다. 그런면에서 공감했지만 주수인은 작은 히어로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라면 못했겠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고 느낄 정도로 뚝심이 대단해 보였다. 나도 어떤 일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는 편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주수인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존경스러웠다. 10. 현실의 벽이란 게 어떤거였나?
이주영: 이 일(배우)을 하면서 어느순간 느낀건데 정점이 없더라. 어느 위치에 있든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고, 닮고 싶은 사람이 늘 존재했던 것 같다.
10. 주수인처럼 밀고 나가는 스타일인가?
이주영: 어느순간 '인정하자'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인정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더라. 배우가 직업이고 일을 통해 돈도 벌고 인지도도 얻지만 물리적인 것이 왔을 때보다 내면에서 한단계 성장했다고 생각 했을 때 보상받는 느낌이다. 나와 비슷하게 가고 있는 동료 배우들도 있고, 나보다 일을 오래한 선배들도 있지만 공통된 고민이다. 다들 '나는 정점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어떻게 저 선배들이 정점이 아니지'라고 생각되는 데 그렇게 말하더라. 연기가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될 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지 예측할 수 없다. 쉽게 만족할 수 없고 항상 비교 당할 수 밖에 없다. 현실을 인정하는 게 가장 쉽다.
10.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이주영: 이런 생각을 한 지는 얼마 안 됐다. 계기라고 하긴 그렇고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다. 사실 내가 못하는 걸 하고 있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질투할 때도 많았다. 사람이라는게 그런것만 보이지 다른 배우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하는 건 잘 안 느껴지더라. 전소니 배우를 보면서도 그랬다. 친한 동료이고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 친구에게 질투를 느낀 적도 있고 영감을 받은 적도 있다. 서로 질투하고, 서로 잘 하는 것 못 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사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인정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10.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존재감을 알렸다. 인기를 예상했나?
이주영: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 원작이 연재되고 있을 때 재미있게 봤고,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원작 속 인물을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모든 일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웃음)10. 대중들이 '이주영'하면 '페미니스트' '젠더 프리'를 떠올린다.
이주영: 선택했던 작품의 결이 그랬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작품성 있다고 느껴졌고, 흥미로운 작품을 골랐다. 큰 상업 영화가 아니여도 좋았다. 젠더 프리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똑같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 없겠지만 '이번엔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볼까?'하기 보다는 소신껏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10.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까?
이주영: 특별한 기준은 없다. 이걸 하면 이점이 있을 것이고, 이걸 하면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택해봤자 의도대로 되진 않더라. 계산하기 보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데로 끌려서 선택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일인 것 같고 후회도 없을 것 같다.
10.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는 '이주영의 이미지'를 바꿀 생각이 있나?
이주영: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 같다. 공인이라서 제가 하는 말 한 마디가 영향력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조심하거나 몸을 사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배우이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는데 제가 이야기를 해도 조명되지 않고, 주목 받지 않는 당연한 시대였으면 좋겠다. '제 얘길 들어주세요'라고 하기 전에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10.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주영: 의사, 기자, 형사 등 전문직 역할을 해보고 싶다. 되게 평범한 사랑 이야기나 로맨틱 코미디에도 관심이 간다. 재밌을 것 같다. 하하.
10. 연기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
이주영: 제가 즉흥적인 편이다.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연기가 즐겁고 성취해 나가는 게 재밌다. 그런데 만약 지금과 같은 즐거움이나 보람보다 희생하면서 한다는 생각, 소진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온다면 끝까지 연기를 붙잡고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잘 모르겠다. 솔직한 마음이다.
10. 예비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주영: 여성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내용이지만 나아가서 더 큰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꿈과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한다. 지금 우리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영화계도 힘들다.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지금은 우리 영화 뿐만아니라 어떤 작품이라도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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