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음원차트 10위권 절반 차지
인기리에 종영한 '부세계'는 한 곡도 없어
드라마의 인기 떠나 스토리텔링 중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미도와 파라솔'/ 사진=tvN 제공

드라마 OST가 각종 음원차트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이며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음원사이트 멜론이 제공하는 5월 3주차 차트에 따르면 최상위권에 포진한 10곡 중 5곡이 드라마 삽입곡이다. 다른 차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음원사이트 지니에선 4곡, 소리바다에선 무려 6곡이 10위권에 올라있다.

해당 노래들을 살펴 보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인 '아로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를 비롯해 JTBC '이태원 클라쓰' 삽입곡으로 화제가 된 '시작' 등 인기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강세를 보이는 추세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태원 클라쓰' OST/ 사진=JTBC 제공

앞선 두 드라마는 배경 음악을 적극 활용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인공 5인방의 밴드 활동으로 OST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부분의 회차에서 5인방의 합주 장면이 담겼으며, 배우들은 촬영 전부터 약 1년간 악기 연습을 해오는 등 배경 음악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새로운 음원 깡패가 탄생했다. 그중 보컬 멤버 조정석이 가창한 쿨의 '아로하'는 아이유,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협업한 '에잇'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반면 '이태원 클라쓰'는 특정 상황에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삽입하는 등 중요한 장면마다 배경음악을 활용했다. 극 중 박새로이(박서준 분)가 복수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땐 가호의 '시작'이 들렸고 조이서(김다미 분), 오수아(권나라 분)와의 감정신에선 김필이 부른 '그때 그 아인'이 흘러나왔다. 이에 OST만 들어도 캐릭터와 극 중 상황이 떠오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는 음원차트 성적으로 직결됐다.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한지 2달이 넘었음에도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는 이유다.

최고 시청률 1.8%로 저조했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도 오랜 시간 사랑 받는 OST를 낳았다. 가수 장범준이 만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발매한지 10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20위권에 올라 있다. 이 노래는 극 중 손범수(안재홍 분)이 전 여자친구를 위해 작곡했다고 소개됐으며, 그가 직접 기타 연주와 함께 불러 화제를 모았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드라마 OST/ 사진=JTBC 제공

그에 반해 시청률과 화제성을 싹쓸이하며 종영한 '부부의 세계'는 멜론,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 TOP 100에 단 한 곡도 진입시키지 못했다. 김윤아, 백지영, 하동균 등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가창에 참여했지만 드라마의 서사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부부의 세계'는 앞서 언급한 세 드라마에 비해 높은 시청률 올렸음에도 OST의 활용도가 현저히 낮았다. 대부분 목소리가 빠진 노래를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용도로 썼으며, 심지어는 방송에서 틀지 않은 음악도 있다. OST 가창에 참여했던 가수 하동균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부부의 세계 OST를 불렀는데 방송에선 들을 수 없었다"며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껏 만든 OST를 틀지도 않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OST는 서사의 전개를 위해 사용되는 부수적인 장치다. 그만큼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몰입을 도와야 한다는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현재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는 OST들이 그러하다. 오래도록 즐겨 들을만한 배경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드라마의 인기를 떠나 얼마나 극의 흐름과 연관성 있게 그려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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