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tvN '슬의생' 통해 첫 주연 신고식
율제병원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役
베이스 연주부터 음치 연기까지 재미와 감동 선사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율제병원의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사진제공=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극 중 채송화는) '저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할이 너무 좋았어요.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일 만큼 모든 게 완벽한 인물이죠. 그러나 음치인데도 밴드의 메인 보컬로 들어가겠다고 사기를 치고 음식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엉뚱한 모습도 있었어요. 이런 면들이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죠."
배우 전미도가 지난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을 통해 첫 주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슬의생'은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메디컬 드라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미도는 극 중 율제병원의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으로 열연했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의대 동기 5인방이자 일명 '99즈'로 함께 호흡한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과 유쾌한 시너지를 발산하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올해로 데뷔 15년 차에 접어든 전미도는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를 시작으로 뮤지컬 ‘영웅’, ‘화려한 휴가’, ‘번지점프를 하다’, ‘베르테르’, ‘맨오브더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에 나왔다. 그는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등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신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신인보다 인지도가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면서 "전미도의 경우 조정석과 유연석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캐스팅 비하인드를 처음 알게 됐다는 전미도. 그는 "감독님께서 나에게 '뮤지컬 계에서는 입지가 넓은 배우지만 드라마 쪽에서는 완전 신인이다. 그래서 (캐스팅에) 고민이 된다'고 그러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조정석은 내가 오디션을 보는지도 몰랐을뿐더러 사적으로 전혀 교류가 없는 사이였다"며 "유연석과는 시상식에서 잠깐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슬의생' 오디션을 보고 나올 때 마주쳤다. 유연석이 '(전미도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에게 말한 것이 섭외 결정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귀를 의심했어요. 여자 주인공이라는 기쁨도 잠시 부담감이 크게 다가왔죠. (드라마) 경험이 많이 없는 데다가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인 만큼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싶었거든요. 촬영에 들어갈 때는 연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죠.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 배우들이 힘이 돼 준 덕에 저의 장점들이 잘 나올 수 있었어요."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 중 첫 인상과 달랐던 배우로 정경호를 꼽았다. /사진제공=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오랜 기간 공연계에 머물렀던 전미도가 방송 카메라 앞에 선 것은 2018년 tvN 드라마 '마더'부터였다. 극 중 설악(손석구 분)의 전 애인으로 나오며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에는 영화 '변신'에서 소녀모 역으로 등장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까 문득 '내 연기가 정형화되어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안정적으로 활동하면서 나 자신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생겼죠. 그 시기에 '마더'를 만났어요. 카메라가 너무 낯설고 부담스러워서 '여기는 안 되겠구나' 했죠. 이대로 포기하기 아쉬워하던 찰나에 '변신'을 찍었어요. 촬영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했다는 전미도. 그는 "SNS를 통해 메시지를 주거나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인기를 느끼고 있다"며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안경을 벗으면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마스크를 써도 다 알아보더라"라고 밝혔다.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는 "대중들의 반응이 무서워서 피하는 편인데 지인들이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준다"면서 "그중에서 '채송화라는 인물은 이 배우를 보고 만든 것처럼 최적화되어 있다'는 댓글이 가장 인상 깊다. 너무 감사해서 울 뻔했다"며 웃었다."극 중 채송화는 환자를 대할 때 진정성이 있고 책임감이 강해요. 믿음을 주는 의사라는 느낌이 있죠. 저도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런 부분에서 비슷한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인물의 표정이나 동작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전미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본 촬영을 앞두고 동료 배우들에게 촬영 현장이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드라마 특성상 촬영을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열악한 환경에서 찍기 때문"이라며 "감독님께서 '슬의생'을 주 1회 방영으로 결정한 이유가 편안한 촬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그러더라. 신인인 내 입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서 촬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현장 스틸컷. /사진제공=tvN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전미도는 "다섯 명이서 촬영하는 날만 기다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에서 보는 모습과 실제 내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공연은 장시간 함께 연습하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갈 기회가 많다"며 "드라마는 비교적 그런 시간이 없어서 '연기할 때 어색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대를 휩쓸고 다니며 탁월한 가창력을 입증한 전미도. 그런 그가 '슬의생'에서는 음치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다. 전미도는 "감독님께서 음치로 나오면 너무 매력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오히려 메인 보컬을 계속했다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동료 배우들과 생목으로 못 부르는 척 장난을 치곤 했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99즈'의 합주 장면을 위해 일찍이 개인 연습을 시작했어요. 촬영 전에 미리 만나서 합주를 하기도 했죠. 사적으로 많이 만나다 보니 금방 친해졌어요. 이미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 좋았죠."

의대 동기 5인방의 밴드 이름은 '미도와 파라솔'이다. 그룹명의 탄생 배경은 뭘까. 전미도는 "누군가와 악기로 합을 맞추는 게 너무 재밌었다. 배우들끼리 합주를 하다가 흥분해서 밴드명을 짓자고 했다"면서 "단체 메시지 방에서 한참을 고심한 끝에 나온 것이 '미도와 파라솔'이다.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졌다. 나중에는 이상한 화음을 맞춰서 밴드명을 부르더라"라며 웃었다.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은 전미도. 그는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곡의 속도가 빨라서 안정감 있게 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후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연주하는데 3주 만에 해냈다"며 "실력이 엄청 늘었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전미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전공의로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추민하(안은진 분)를 꼽았다. /사진제공=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채송화를 연기하면서 후배들을 대하는 게 달라졌어요. 배려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극 중 채송화가 수술을 집도하던 안치홍(김준한 분)의 몸이 아픈 걸 눈치채는 장면이 있어요. 수술에 집중하지 못하는데도 그 자리에서 혼내지 않고 기다리죠. 이런 점들이 정말 닮고 싶더라고요. 저도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해줄 거예요."

전미도는 '슬의생'을 통해 고향(부산)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다.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면서 간간이 연락만 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친구들과 단체 메시지 방을 만들고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옛날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을 위해 배우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합주를 한다는 전미도. 그는 "시즌2가 계획돼 있다. 올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시즌2에서는 채송화의 속마음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교 때 이익준(조정석 분)을 좋아했는지, 도대체 오빠들과 어떤 일이 있었길래 식탐이 많은 건지 구체적으로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전미도는 차기작으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선택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매체와 무대를 병행하고 싶다"며 "좋은 작품이면 어떤 장르든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희 작품은 평양냉면 같은 드라마에요. 슴슴한 데 깊은 맛이 있죠. 그 매력에 시청자들이 빠지신 것 같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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