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BS '골목식당' 방송 화면.
백종원이 과거 자신의 가게가 망했던 일을 털어놓으며 백종원이 빚에 눌린 우울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쫄라김집 사장님과 자포자기로 게을러진 떡튀순집 사장님께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23번째 골목 '수원 정자동 골목' 두 번째 편이 공개됐다.

2개의 주방 때문에 손님이 한 테이블만 있어도 버거워하던 '쫄라김집' 사장님은 의욕 없이 앉아 있다가 백종원이 오자 벌떡 일어섰다. 지난주 예고편을 보고 찾아온 다섯 테이블의 손님을 치룬 사장님은 무얼 팔았는지, 얼마를 벌었는지도 계산하지 않았다. 백종원은 쫄라김집 사장님에게 "장사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장사가 잘 되면 좋겠지만, 남편하고 나하고 둘이 벌어서 아이들한테 짐이 안 되려고 그런다"고 다소 답했다.

이에 백종원은 "여기 6개월 장사하셨는데 만족하냐"고 재차 물었고, 사장님은 "만족 못 한다. 조금 더 잘됐으면 한다. 지금 겨우 해봐야 하루에 15만 원이다. 20만 원은 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백종원은 의욕이 없이 사람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는 사장님의 모습과 과거 쭈꾸미집을 하다가 빚을 진 사연을 듣고 "빚을 얼마나 졌나"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눈물을 쏟으며 "5~6년 전에 맨바닥에 4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인테리어 하니 빚이 1억이 넘어가더라. 여전히 빚이 있고, 생계유지를 넘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종원은 "나도 망해보고 빚을 갚아봐서 그러는 거다. 의욕이 있어야 뭘 도와드린다. 가게라는 것은 손님에게 좋은 기운을 줘야 한다. 그런데 가게가 우울하다. 나도 빚만 17억 있었다. 난 욕심 부려서 음식점 장사하다가 잘 나가던 건설회사까지 쫄딱 망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음식 사업하지 말라고 말렸었는데 자존심이 있는 놈이라 어떻게든 일어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존심이 강해서 죽으려고 했다. 그걸 머릿속에 계속 갖고 있었으면 성공 못했을 거다. 일어나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 거다. 빚을 갚아야 죽을 거 아니냐. 나는 그 사람들한테는 죄인인 거다. 빚진 사람들은 아플 주제도 안된다”고 따끔하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이 가게로 일어나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그 희망이 있다.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이 기회는 로또"라고 자신의 경험을 비유해 사장님을 격려했다.

또 "지금 머릿속을 비워놓고 가르켜주는 걸 잘 잡고 다 찾아내도 될까말까한 게 장사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뭘 줄 거 아니냐"며 "어줍잖은 옛날 기억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거다. 지나고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장님이 계속 갖고 있는거다. 바뀌어야 한다. 본인이 안 바뀌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직언했다.

사장님이 계속 눈물을 흘리자 백종원은 "그만 울어라. 눈물 흘리려면 빚 다 갚고 장사 잘될 때 집가서 펑펑 울어라. 이 가게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단골 손님들 생길 때 울어라. 지금은 우는 것도 사치"라며 "세상에 안 망해 본 사람이 있겠냐. 강도가 다르고 느끼는 게 다를 뿐이지. 많이 망해도 일어나는 사람이 있고 조금 망해도 평생의 한을 지고 사는 사람이 있다. 희망을 보고 살아야한다"고 격려했다.
사진= SBS '골목식당' 방송 화면.

지난주 백종원에게 "기분 나쁜 맛"이라는 혹평을 들었던 '떡튀순집'은 주방점검에서 백종원의 분노를 샀다.냉장고를 열자 어마어마한 양의 얼음덩어리가 가득했다. 백종원은 "이건 청소를 안한 것"이라며 "여긴 빙하 시대"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주방을 둘러본 백종원은 기름때가 찌들다 못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는 상태를 보고 "이게 말이나 되냐"며 "튀김기 옆에 기름때가 상당히 오래됐다. 이건 자포자기다. 사장님이 게으른 것"이라고 일침했다.

사장님은 "저게 너무 오래된 것들이라 기름 때가 안벗겨 졌다. 자신이 없어지더라. 저것 때문에 혼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했다. 이에 백종원은 "방송이 문제가 아니다. 사장님 이쪽으로 와라"라며 식당으로 불렀다.

백종원은 식당에 온 사장님에게 "이건 게을러서 그런 거고 자포자기다. 기본적인 관리조차 못하고 새 출발 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장님은 "가게 인수를 할 때부터 여기가 이랬다"며 "청소하는 법을 몰라서 못했다. 버려야 하는데 생각만하고 몸은 그러질 못했다"고 말했다.백종원은 "다 변명이다. 사장님 의지만 있다면 할수 있는 것이고 청소는 기본이다. 이건 안한거다. 이해는 한다고 해도 넘어갈수는 없다. 의욕이 안생기고 자포자기 하다가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런 사람들은 떠넘겨 줘도 못 받아 먹는다. 사장님이 새롭게 변해야 우리도 도와준다. 일단 사장님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라. 일주일 동안 청소해라"라고 숙제를 줬다.

일주일 후 사장님은 찌든 때를 상당 부분 벗겨내 백종원의 인정을 받았다. 백종원은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여길 다 청소하려면 2달은 걸린다. 하지만 사장님이 의지를 보여주셨으니까 제가 빠르게 도와드리겠다. 청소 업체가 오면 사장님이 같이 팔을 걷어붙이고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음식점을 할 때 요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안에 설비까지 다 꿰고 있어야 한다. 이래서 식당 일이 어려운 것이다. 이런 곳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청소해야한다. 이런 데서 냄새가 나는 것"이라며 아직도 청소가 안 된 화구 안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식당 바닥에 엎드려 구석구석 닦고 있을 때 비참하고 악에 받친다. 노력하면서 악이 받치면 '손님들 진짜 계속 우리 집에 오게 할거야'라는 진짜 악이 생긴다. 사장님은 악이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다. 지금 여기서 엎드려 청소 할 수 있는 복장이냐. 사장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청소하면서 느껴야 한다. 난 죽고 싶을 정도로 실패한 뒤 전단지 붙이고 대청소하면서 악에 받쳤다"고 과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백종원은 "지난번 막창집은 청소업체를 바로 투입했지만, 여긴 다르다. 그분들은 의욕은 충만했지만 정말 방법을 몰랐기에 그런 것"이라며 "여긴 방법을 아는데 자포자기라는 게 다르다. 자기관리가 떨어진 대표적인 케이스라 본인이 직접 청소하면서 본인이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SBS '골목식당' 방송 화면.

고모X조카의 메뉴 대립이 계속되고 있던 '오리주물럭집'에는 MC 김성주가 깜짝 등장해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후 등장한 백종원은 "김성주가 무슨 이야기 했느냐. 내가 전문가다"라고 질투해 웃음을 안겼다. 백종원은 오리 주물럭이라는 메뉴로 방향을 잡은 두 사람에게 "오리는 아주 좋은 메뉴고 틈새시장이다. 여태까지 오리는 '마리'로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비쌌다. 지금처럼 인분수로 팔면 삼겹살처럼 먹을 수 있다. 잘 생각 하신 것"이라고 칭찬했다.

두 사람은 소스 개발 숙제에 볶은 마늘 소스, 생마늘 소스, 간장겨자 소스 3가지를 준비했다. 백종원은 "지금 완전히 주방에서 볶은 상태로 조리되어서 제공되는 태라면 찍어 먹는 소스가 필요 없다"며 "지금 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봐라. 모든 음식을 주방에서 조리해서 나가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손님들이 직접 조리하게 하고 숙주나 채소를 올려 먼저 볶아지면 소스를 찍어먹는 과정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백종원은 자신이 과거 시행착오를 겪었던 연탄 고깃집 경험을 비유했다. 백종원은 "연탄 고깃집을 왜 안하지? 그때 연탄불을 피우니까 점심에는 생선을 굽고 저녁에는 고기를 구워먹게 했다. 장사한지 2주됐는데 직원들이 연탄가스 때문에 견디질 못했다. 그때 연탄가스가 지하로 가서 노래방 사장님 항의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백종원은 우울증과 자포자기, 시행착오를 겪는 수원 정자동 골목 사장님들에게 자신의 사업 실패담으로 현실 조언을 해주는 등 진심을 전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