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개 "해외서도 즉각 반응 신기해"
'파수꾼' 감독과 두 번째 호흡 "날 전적으로 믿어줘"
외신 호평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흥미"
영화 제작사 설립 "오래 남겨질 작품 선보이고파“
배우 이제훈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들이 바로 온다는 게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즐겨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고생한 보람을 느꼈죠.”

배우 이제훈은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사냥의 시간’이 공개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경제가 파탄 난 근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훈은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고, 누군가 나를 써주지 않는 절박한 상황에서, 옳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치기 어린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이제훈이 연기한 준석은 한국을 벗어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친구들과 사설 도박장을 터는 계획을 세우는 인물이다. 이제훈은 “준석이라는 인물을 분석하기보다, 이 세계를 탈출하고 싶고, 또 탈출 계획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준석의 목표에 동질성을 갖고 인물에 이입하려 했다”고 밝혔다.

영화 '사냥의 시간' 이제훈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이제훈은 2010년 개봉했던 ‘파수꾼’에 이어 윤성현 감독과 이번 영화로 다시 작업하게 됐다. 이제훈은 윤 감독에 대해 “어떤 영화를 만들지 깊게 대화를 나눴다”며 “형제 같은 사이라 눈빛만 봐도 그가 원하는 장면이 나왔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윤 감독이 만족하지 못했다고 느낄 땐 먼저 자청해 테이크를 더 가기도 했어요.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 굳이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죠. 그가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조차도 나와 맞닿아있다고 느꼈어요. 아, 그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 그 만큼 제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제가 몸과 마음을 바쳐 쏟아내는 걸 지켜봐주고 지지해주고 밀어줄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런 영화적 동지를 얻은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이죠. 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에도 나온 것은 운이 좋은 일이에요.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에도 나오고 싶어요. 나중에 안 불러주는 거 아닐까요? 그럼 섭섭할 수도 있겠네요. 하하.”

이번 영화는 이제훈을 비롯해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 충무로의 핫한 청춘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제훈과 박정민은 ‘파수꾼’에서도 친구 사이인 기태와 희준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제훈은 “박정민과는 ‘파수꾼’을 통해 호흡을 맞췄었고,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는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함께 작업하길 바라왔다”고 말했다.

“또래 배우들과 희희낙락대며 촬영장에서 농담하고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이렇게 하나하나 찍어나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영화적 동지를 또 얻었죠. 이들은 한국영화를 이끄는 젊은 배우들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또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박정민과는 이렇게 또 만나서 너무 좋죠. ‘사냥의 시간’ 속 인물 관계가 ‘파수꾼’의 기태와 희준을 오마주한 듯도 해서 찍으면서도 ‘파수꾼’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제는 박정민이라는 배우 없이 한국영화를 논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어디서든 사랑 받는 배우가 됐어요. 우리는 20대 때 함께 연기했고 30대 때도 했는데 40대가 됐을 때 또 연기하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도 생겨요.”
배우 이제훈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이제훈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왔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제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팔라스트 극장 1600여석을 매진시켰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제에서 내 작품으로 레드카펫을 밝을 수 있을까 했는데 ‘사냥의 시간’으로 베를린을 가게 된 게 꿈만 같았어요. 가기 전부터 설렜죠. 1600여석이 꽉 찬 모습과 상영 후 박수와 환호를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이래서 사람들이 영화제에 오고 싶어하는구나 새삼 느꼈죠. 한국영화를 알릴 수 있는 영화제에 내 작품으로 가게 되면 좋겠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또 다짐하게 된 계기였어요.”이제훈은 해외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얻은 이유로 영화의 배경을 꼽았다. 그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즐기고 선호하는 분들이 많기에 이 작품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 사운드에도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인데 큰 사운드를 즐긴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근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표현한 부분을 흥미로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준석은 디스토피아적 세계 속에서 나름대로 ‘생존’하는 자신만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제훈은 이 영화의 의미를 준석의 선택에서 찾았다.

“인생에 있어 선택은 제게 결과로 오게 됩니다. 그 결과에 만족할 수도,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고, 회피할 수도 있죠. ‘어떤 선택으로 온 결과의 다음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 영화가 한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저는 배우로서 인생을 꿈꾸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도전하고 있고, 지금도 역시 그 과정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배우로의 인생을 살 만한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게 되죠. 앞으로의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결과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이 영화가 건들지 않나 싶어요.”
배우 이제훈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제훈은 배우를 넘어 영화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는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함께 지난해 영화 제작사 하드컷을 공동 설립하고 첫 작품인 ‘팬텀’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인으로서 그는 어떤 삶을 살아나가고자 할까.

“전 영화를 보는 것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에요. 영화가 아니면 내가 무엇을 또 할 수 있을까, 혹여나 배우를 당장 못하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를 상상해봤어요. 영화가 아니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을뿐더러 영화를 빼놓고는 제 인생을 논하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꿈꾸면서 도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 오래 남겨질 수 있는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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