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tvN '하이바이, 마마!'서 유령 엄마 役
애틋한 모성애로 진한 감동 선사
5년 만의 복귀 '성공적'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아픔에 이승을 맴도는 유령 엄마 차유리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태희.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꿈꾼 것 같아요.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너무 즐겁고 행복했죠.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제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작품이라 더욱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죠."
배우 김태희가 5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지난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이하 '하바마')를 통해서다. ‘하바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 분)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이규형 분)와 딸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태희는 극 중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아픔에 이승을 맴도는 유령 엄마 차유리 역으로 열연했다.

김태희는 딸을 향한 그리움부터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까지 캐릭터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애틋한 모성애를 그려냈다. 그의 깊은 내면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오랜만의 복귀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김태희는 "부담스럽고 두려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늘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면 설렘보다는 긴장이 더 컸다"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품을 준비하면서 육아를 병행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오히려 모성애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다"며 "(작품을) 함께 했던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과 사전에 호흡을 많이 맞추면서 인물의 톤을 잡아나갔다"고 설명했다.

"차유리는 한 가정의 딸이자 아내고 엄마기도 한 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에요. 그래서 ‘차유리가 곧 김태희’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싱크로율은 100%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극 초반에는 제가 귀신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죠.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호응이나 눈 맞춤 없이 혼자서 연기해야 했어요."

'진짜 엄마'가 된 김태희는 달랐다. 2017년 가수 겸 배우 비와 결혼한 김태희는 그해 첫째 딸을 품에 안았으며 지난 9월에는 둘째 딸을 출산했다. 이후 살림과 육아를 위해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엄마라는 공감대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펼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이바이, 마마!' 스틸컷. /사진제공=tvN


"가족이나 남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뒀어요. 차유리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죠. 차유리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연기하다 보니 물 흐르듯이 빠져들더라고요."

김태희에게 '하바마'는 배우로서의 영역을 넓혀준 작품이다. 앞서 김태희는 인형 같은 외모와 고학력자로 주목받으며 '국민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쉬운 연기력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한 김태희는 따뜻한 엄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먹먹한 여운을 전했다. 그는 '하바마'를 통해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는 데 성공하며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차유리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해주고 응원해준 시청자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진심을 다해 연기한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아 정말 기뻤죠.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태희는 "아직 아기가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라면서 "남편은 '너무 슬퍼서 못 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나에게 가족은 존재만으로 힘이 되고 외롭지 않게 해준다. 결혼을 통해 많이 행복하고 성숙해졌다"며 "결혼이 내 삶의 폭을 한층 더 깊고 크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희는 '하이바이, 마마!'에서 차유리가 사람이 됐을 때 조강화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대본 리딩 때 처음 본 서우진 군은 영락없는 남자아이였어요. 그래서 양 갈래머리와 원피스가 잘 어울릴까 싶었죠.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과연 서우진 군이 여자아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요?'라는 걱정을 살짝 내비쳤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평소 서우진 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죠. 카메라 앞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니까요."김태희는 극 중 딸로 출연한 서우진과의 호흡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추운 겨울에 아침 일찍부터 촬영장에 나와 졸음과 추위를 이겨내며 연기에 집중했다"며 "성인도 하기 어려운 일을 책임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 너무 기특하고 예뻤다"며 칭찬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며 즐겁게 연기하더라. 그걸 보니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서 연기 몰입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서우진 군이 아니었다면 정말 어쩔 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또한 "나이에 비해 정말 차분하고 집중력이 강하다. 배우들 중에서 가장 NG를 덜 냈을 정도"라고 밝혔다.

당분간 살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히 살고 싶다는 김태희. 그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이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면서 "특정한 캐릭터를 하고 싶기보다는 재밌고 뜻깊은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과 그리 길지 않은 공백기 후에 작업할 것"이라고 소망했다.

"('하바마'는)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아이가 생기고 난 후 만난 작품이라 모성애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더욱 와닿았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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