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20여 년만에 프로듀서 복귀
송가인X송창식, 레전드 지원사격
김숙→김요한, 유쾌한 음악 도전기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상민(왼쪽부터), 김숙, 문세윤, 김요한/ 사진=KBS2 제공

"이 프로그램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로 불리던 이상민은 24일 오후 열린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악(樂)인전'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년 만의 음악 프로듀서로 복귀하는 진정성 있는 각오를 담은 출사표였던 것. 예능인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웃음기는 싹 빼고 엄격한 프로듀서로 돌아왔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제작발표회에는 연출을 맡은 박인석 PD를 비롯해 출연진 대표로 가수 이상민, 김요한과 방송인 김숙, 문세윤이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악인전'은 '음악인의 이야기'란 뜻으로,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한(恨) 많은 음악 늦둥이들이 레전드 음악인을 만나 새 프로젝트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담은 음악 예능 버라이어티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로 '언니쓰' 돌풍을 일으켰던 박인석 PD가 연출을 맡고 이상민이 약 20년만의 음악 프로듀서 복귀를 알려 화제를 모았다.
'악인전' 제작발표회/ 사진=KBS2 제공

제작진을 대표해 참석한 박인석PD는 '악인전'에 대해 "음악을 잘하는 사람, 잘했던 사람, 잘하고 싶은 사람이 얽혀서 벌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며 "이상민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성장해가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차별점을 묻자 그는 "그때도, 지금도 음악을 소재로 하며 사람간의 관계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땐 하나의 팀,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상위 폴더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더 많은 조합과 많은 음악, 그 안에서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기대해주시면 좋을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프로듀서 가운데 이상민을 선택한 이유로는 "스토리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꼽은 박 PD는 "전 세계를 통틀어 이렇게 스토리가 기구한 프로듀서가 계실까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러 프로듀서가 있지만 이상민은 음악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룰라부터 디바, 샤크라, 샵, 컨츄리꼬꼬, 브로스 까지 열거했다. 그는 또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에 최적화된 프로듀서라 생각했는데 미팅 후 확신을 갖게 됐다"며 "제작진이 느끼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지했는데, 거기에 반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상민에 대해 "출연자라기보다는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데 지혜를 모아줄 수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악인전' 연출을 맡은 박인석PD/ 사진=KBS2 제공

박인석 PD는 음악 늦둥이들에 대해선 "얼핏 보면 예능인들이 많아서 재밌고 핫한 사람 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행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만큼 음악적 욕심과 갈증이 있는 분들을 모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수 있는 멤버들"이라며 "이 분들의 대중성과 역량으로 낯선 레전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섭외했다"고 덧붙였다.

박 PD는 가장 기대되는 출연자로 이상민과 김숙을 뽑았다. 그는 "이상민이 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장 기대가 된다" 며 "김숙은 4년 전, 무릎에 파스를 붙여가면서 걸그룹에 도전했는데 그 이후로 시간이 또 흘렀기 때문에 앞으로의 극복 과정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다른 음악 예능과의 차별점으론 "세대간, 음악 장르간, 사람간의 조합"이라고 답했다. 박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와 딸이 좋아하는 가수를 한번에 볼 수 있도록 꾸미는 중"이라며 "송창식 선생님을 바라보는 김요한의 리액션 같은 게 새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47년생인 송창식 선생님 앞에서 댄스 파티를 하는 모습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냐"고 강조했다.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상민/ 사진=KBS2 제공

20여 년 만에 음악인으로 복귀한 이상민은 "이왕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기에 음악적으로 '아직 괜찮은 놈이네' '살아있네' 라는 이야기를 듣고싶다"고 밝혔다. 이상민은 음악에 재도전하게 된 이유로 "과거 머리를 맞대고 경쟁했던 분들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있고 나는 예능인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껏 마음만큼은 음악 프로듀서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과 대화를 해보니 아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생각이 맞는 아군이 생겼다고 느낀 순간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엔 "현재로는 없다"며 "송창식, 송가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욕심은 많지만 중간점을 찾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짜릿하면서 두렵기도하고, 걱정도 되고 기분이 좋을 때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레전드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재작년에 SBS '더팬'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며 "레전드라 하기에는 아직 아닌 것 같다. 프로듀서는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몸에 있으니까 제작자로서 다가가는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이상민은 가장 기대되는 음악 늦둥이로 김요한을 꼽았다. 그는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데도 겸손하다"면서 "음악적으로의 장점은 이제 시작이라 아직은 말씀드리기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문세윤은 "톤이 장점인데 자기만의 쓸데없는 필(FEEL)이 있다"고 했고, 김숙에 대해선 "뭐든 다 잘하는 게 장점이지만 딱 65% 정도만 잘한다. 어떤 걸 100%로 올려야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 가능성을 묻자 "어떤 음악을 해야될지 아직 고민"이라면서 "매회차에 맞는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애 쓰고 있다. 또 밝혀지지 않은 많은 레전드 분들이 도움을 주실 것"이라며 기대를 높였다.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숙/ 사진=KBS2 제공

'언니들의 슬랭덩크'에 이어 박인석PD와 재회한 김숙은 "음악 예능이라고 들었을 때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믿고 보는 피디다. 이제 그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려는 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박 PD에 대해 "본인이 확신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지만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멤버 한 명씩 다 신경을 쓸만큼 세심한 사람이라 박 PD가 한다면 무조건 해야된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박인석 PD는 김숙에 대해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맡은 역할이 다른 주인공들을 빛내주는 거라 아쉬웠다"며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서도 매력있는 출연자라고 생각해서 그 부담을 지게 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찾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장점 중 하나는 카메라 밖에서도 많은 사람을 챙기고 이상민부터 김요한까지 포용하는 리더십이다. 그게 최종 결과물에 도움이 된다. 무대 위의 제작진"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문세윤은 "무제 김숙"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고 이상민은 "김숙이 지금 누굴 챙길 형편이 못된다"라고 폭소를 자아냈다도전하고 싶은 음악 장르를 묻자 김숙은 "댄스 그룹을 생에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싶다. 멤버들과 중창단을 꾸려 화음을 맞추는 것도 좋다"며 "이상민을 믿고 어떤 장르를 줘도 100%를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숙이 얘기한건 1도 머릿 속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문세윤/ 사진=KBS2 제공

문세윤은 "어릴적 룰라를 보면서 녹화 버튼을 눌렀던 사람으로서 이상민과 함께 일한다는 게 영광"이라며 "지금은 저평가 돼있는 이상민을 다시 올려놓고 싶다"고 밝혔다.

'내 안의 발라드'에 이어 새로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문세윤은 "최근 '1박 2일' 녹화에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장래희망이 3년 동안 가수였다"며 "'왜 포기했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음악 프로그램 연락이 왔을때 마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덕업일치'를 실행 중이다. 문세윤은 "포크송을 워낙 좋아해 송창식을 만나러 간다했을 때 설렜다"면서 "발라드는 도전했으니 송창식 선생님에게 많이 듣고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상민에 대해선 "함께 작업하는 게 가슴이 설렌다"며 "자신이 뽑은 사람들도 아니고 제작진이 뽑은 멤버로 결과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정말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제 배워보겠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요한/ 사진=KBS2 제공

'악인전'의 막내이자 가수인 김요한은 "아직 음악적으로 배울 게 많다. 이상민 선배님의 프로듀싱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상민에 대해 "사실 잘 몰랐다"면서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이 봤는데 음악적으로도 대단하신 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 프로젝트 그룹 X1(엑스원)에서 활약했던 김요한은 프로젝트 그룹 활동의 노하우를 묻자 "특별한 건 없고 TV로 봐왔던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너무 좋다"며 "제 스스로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주연으로 낙점된 드라마 '학교'가 편성에 실패하며 마음고생을 겪은 김요한. 심경을 묻자 그는 "힘든 건 맞다"면서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잘해나가면 된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막내로서 세대차를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멤버들을 처음 만났을 때 먼 산만 보고 있었다. 다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면 나만 가만히 서있다"면서도 "이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려운 사람고 있냐 묻자 그는 "없다"면서 "김숙과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카메라 없을 때도 친근하게 해주신다"며 웃었다.

이어 "송가인 선배님은 TV로도 많이 봤고 음악방송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송창식 선배님은 데뷔연도가 어머니 출생연도랑 같다. 녹화를 통해 처음 봤는데 규칙을 수십년간 지키시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악인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상민/ 사진=KBS2 제공

끝으로 이상민과 박인석 PD는 첫 방송 시청 포인트를 짚었다. 이상민은 "'부부의 세계'와 같은 시간에 만났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보다가 답답할 때가 많더라. 한 번씩 채널을 돌려서 웃어주시고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뵙고 싶었던 송창식 선생님이 마음을 열고 삶의 철학과 음악 이야기를 털어놓으셨고, 송가인의 음악적인 변화도 지켜보시면 좋다고 느끼실 거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PD는 "박해준, 김희애, 한소희 씨가 사이좋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면서 "첫 방송에서만 느낄수 있는 설렘과 긴장을 놓치시지 말라"며 시청을 독려했다.

'악인전'은 오는 25일 오후 10시 55분 첫 방송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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