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불륜녀, 새로운 스타 등용문?
순진한 척 뻔뻔 VS 대놓고 도발
시청자들 분노할수록 높아지는 인기
순진한 척 뻔뻔 VS 대놓고 도발
시청자들 분노할수록 높아지는 인기
드라마 속 불륜녀를 연기한 배우들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대세 배우'로 발돋움했다. 자칫하면 '욕받이' 캐릭터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배우들은 남다른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마치 실제 상황처럼 착각하게 만든 이들의 연기력에 많은 시청자들은 감정이입하며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의 마음이 들끓을수록 배우들의 인기는 치솟았다. 지난해 종영한 SBS 드라마 'VIP'의 표예진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JTBC '부부의 세계' 속 한소희가 그렇다.
2015년 웹드라마로 데뷔한 표예진은 '쌈, 마이웨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다수의 작품에서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지만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VIP'에선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꾀했다. 극 중 직장상사 남편의 불륜녀로 등장하면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이전의 밝고 명랑했던 표예진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표예진이 연기한 온유리는 불륜녀라는 사실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내성적이고 가난에 찌든 존재감 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부사장의 혼외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점차 욕망을 드러냈고 그 덕에 얄미움도 배가됐다. 표예진은 운명의 소용돌이 중심에 선 온유리의 다양한 서사와 급변하는 감정선을 그려내며 극의 긴장감을 상승시켰다. 순진한 척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과 뻔뻔하고 당당한 태도는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애잔하면서도 악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 탓에 그를 애처롭게 생각하는 드라마 팬들도 생겨났다. 연말에는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여자 베스트 캐릭터상'을 수상하면서 캐릭터 소화력을 인정 받았다.
반면, 한소희가 연기하는 상간녀 여다경은 대놓고 악독한 인물로 단 8회 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 중 김희애(지선우 역)의 남편 박해준(이태오 역)의 불륜녀로 나온 그는 지역 유지인 이경영(여병규 역)의 외동딸로 재력에 미모와 젊음까지 갖췄다. 부족함 하나 없는 완벽한 인물로 그려진 탓일까. 얼굴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캐릭터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여다경은 불륜을 저질렀지만 지선우 앞에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내는가하면 "그 남자가 두 달 안에 이혼한다더라고요"라는 도발로 보는 이들을 분노케한다. 지난 방송에서는 불륜으로 만난 이태오와 결혼에 성공하며 딸까지 출산했다. 가히 '불륜 빌런'으로 불릴만 하다.
이러한 역할을 맡은 한소희는 김희애, 박해준, 이경영 등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특히 대선배 김희애와의 신경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포스를 내뿜는다.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소희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소희는 김희애, 박해준과 함께 4주째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투와 담배 등 그의 과거 사생활도 집중 조명됐다.
앞서 언급한 두 배우들의 열연에 일각에서는 "불륜을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오히려 표예진과 한소희가 그만큼 불륜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는 방증인 셈이다.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두 사람이 차기작에서 불륜녀의 강한 이미지를 떨쳐내고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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