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범죄 추적 스릴러 '서치 아웃'
"개방적 공간인 SNS의 위험 체감"
가수서 배우 전향 "연기 전념"
"'아이돌 출신'은 나의 숙제"
"개방적 공간인 SNS의 위험 체감"
가수서 배우 전향 "연기 전념"
"'아이돌 출신'은 나의 숙제"
“영화 주연이라는 데 부담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전에는 잠깐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 연기를 길게 보여줄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했어요.”
배우로 전향한 그룹 포미닛 출신 허가윤이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아웃’으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 ‘서치 아웃’은 고시원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사건과 관련된 SNS 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 허가윤은 흥신소의 걸크러쉬 천재 해커 누리 역을 맡아 범인을 추적하는 이들 사이에서 브레인으로 활약한다.이 영화는 일명 ‘흰긴수염고래 게임’이라는 각종 해로운 미션을 수행하는 가상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연쇄로 자살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허가윤은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SNS는 모든 분들의 일상이 됐다”며 “대본을 봤을 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또 감독님이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썼다는 점에도 관심이 갔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사건은 청소년들이 범죄의 주된 타깃이었는데 우리 영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외롭고 공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 더 와닿았다”고 말했다.
허가윤은 자신이 “컴맹”이라며 “아날로그적인 나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의심이 많아 간편결제 같은 걸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소 컴퓨터 등 기계를 다루거나 SNS 하는 것이 서툴다는 허가윤은 “이 영화를 찍기 전엔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도 몰랐다”고 말했다.“기능을 알게 된 후로 다이렉트 창을 열어봤어요. (제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간 장소, 내가 한 행동, 내가 산 물건들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올린 게 아니라 일상을 기록한 건데 (악의가 있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된 셈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SNS를 통해 만나거나 물건을 사고 파는 일도 많아졌잖아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영화는 최근 텔레그렘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범죄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도 한다. 게다가 N번방의 진실을 파헤치는 추적단 불꽃처럼 영화 속 인물들도 평범한 인물들이라 더 놀라움을 자아낸다.
“2017년도에 이 영화를 찍었는데 당시에는 ‘나중에 이 영화를 보고 내 주변 친구들이나 대중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걸 보고 놀랐어요. 종종 영화와 현실이 닮은 부분이 있잖아요. 영화를 다시 보며 ‘머릿속으로만 조심할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죠.”
허가윤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이시언, 김성철과 호흡을 맞췄다. 이시언과 김성철은 자살 사건으로 조작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쫓는 취업준비생 성민, 준혁 역을 맡았다. 허가윤은 두 사람에 대해 “원래 알던 사이어서 좀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이시언 씨는 능청스러운 연기와 애드리브를 잘해요. 그 덕분에 대본보다 상황이 더 살았던 것 같아요. 이시언 씨가 능청스럽고 주눅 드는 연기로 누리의 시니컬함을 더 부각시켜주기도 했죠. 김성철 씨는 저와 같은 헬스장을 다녀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이번 영화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죠.”
2009년 그룹 포미닛으로 데뷔해 메인보컬이었던 허가윤은 2016년 팀 해체 후 배우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드라마 ‘빛과 그림자’ ‘식샤를 합시다 2’, 영화 ‘아빠는 딸’ ‘마약왕’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가수 활동 때도 연기에 욕심이 있었다는 허가윤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이 “나의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
“아직 저를 아이돌로 보는 분들이 많죠. 그게 득이 될 때도, 실이 될 때도 있어요. 포미닛에서 메인보컬이었지만 (배우로 전향했으니) 노래 부르는 모습은 당분간은 안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노래는 아예 안 할 거냐고 물었을 때 지금은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답해요. 나중에 배우로 자리를 잡았을 때 이벤트성으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죠. 노래 실력을 썩힐 생각은 없지만 당분간은 연기에 집중해서 저를 배우로 봐주시게끔 노력할 거예요.”
허가윤은 쉬면서 마음을 재정비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쉬는 동안에 심신단련을 했다. 여유를 즐기는 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포미닛으로 가수 활동을 할 때는 7년간 너무 바빠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스케줄이 없어) 여유로울 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하고 스트레스도 생겼죠.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내가 계속해서 가수는 아닐 테니 배우 생활을 하면서 공백기일 때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많이 생각했어요.”
원래 갖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는 허가윤. 그는 내내 자신을 “신인 배우”라고 칭했다. 그는 “가수 활동 때는 회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노래와 춤을 습득했는데 연기는 현장에서 내 의지와 생각대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며 즐거워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 사람들의 이미지 속에 자신의 모습,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는 허가윤. “의외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느 작품에 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쟤 허가윤이야?’라고 할 수 있게요. 아직은 포미닛으로서 제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각인돼 있지만 제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외인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허가윤은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하게 이야기 중인데 올해는 최대한 연기를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며 ‘신인 배우’로서 넘치는 의욕을 드러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