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푸드, K드라마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K좀비'. 산사람만 보면 물어뜯는 괴물인 좀비는 잔인하고 무서운 소재인 만큼 국내에서는 B급 소재 또는 마니아만 보는 것이라는 정서적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킹덤'을 필두로 K좀비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서양 좀비물과 달리 새로운 쾌감과 놀라움을 선사하며 인기를 끄는 한국형 좀비물의 계보를 살펴봤다.
국내 최초 좀비 영화는 '괴시'(1981)로 볼 수 있다. 되살아난 시체를 소재로 삼았지만 사람의 피를 취한다는 점에서 '흡혈귀'로 보이기도 하는 점이 현재의 좀비와 다르다. 또한 일반적인 귀신처럼 혼백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육체를 가지고 살아나는 좀비라는 괴물의 속성은 당시 꽤 낯설었고 동시에 큰 놀라움을 줬다.
뜸하던 좀비 영화는 2006년에 다시 나타난다. 공포영화 프로젝트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죽음의 숲'은 '괴시' 이후 26년 만에 제작된 좀비 슬래셔 영화다. 출입이 금지된 산 속으로 야영하러 간 젊은이들이 겪는 사건을 다루는데 좀비물답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잔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후 좀비 영화는 간간히 제작된다. '불한당들'(2007)은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이 지면 한국인이 좀비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특이한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예리한 풍자가 돋보인다.
'이웃집 좀비'(2010)는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여섯 가지 내용을 다룬 옴니버스 영화다. 2010년, 서울에 전 세계적으로 퍼지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정부는 좀비를 찾아서 제거하기 시작한다. 좀비가 됐지만 가족이기에 시민들은 이들을 숨겨주고 살아남고자 애를 쓴다. 좀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존재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 단돈 2000만 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로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특별상' 2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러나 한국형 좀비 영화는 그리 각광받지 못했다. 예산의 한계, 부족한 특수효과, 흥행에 대한 확신 부족 등이 결합된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2007), '좀비랜드'(2009)를 비롯해 국내에서 5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월드워Z'(2013) 등 외국산 좀비 영화의 인기는 한국 관객에게도 좀비라는 소재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본격적인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신호탄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었다. 개봉 전 불안감은 적지 않았다. '돼지왕' 등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좀비 블록버스터였고, 국내에서 좀비 소재가 흥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시에 2016년 최다 관객 동원작으로도 우뚝 섰다. '부산행'은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KTX와 역이라는 공간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정서적 충격, 유리창을 깨고 쏟아져 나온 좀비 떼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속도감, 부산으로 다가갈수록 극대화되는 공포감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부산행 이후 좀비 영화는 영역을 넓혀 사극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창궐'(2018)은 장동건, 현빈이 주연을 맡았다. '부산행'이 천만관객을 달성하며 좀비물의 인기를 입증한 데다 이름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미남 배우들의 등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종 성적은 160만명에 채 미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약 38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좀비 떼와의 전투 장면은 신선했다. 한복을 입고 달려드는 좀비들에 맞서 검으로 맞서 싸우는 현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좀비들과 싸우면서 상처 하나 나지 않고 딱히 위기도 없는 '무적모드'로 인해 긴장감이 생기지 않은 점, 시나리오의 허술함 등이 아쉬웠다는 반응이었다.
세계를 겨냥한 'K좀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넷플릭스의 '킹덤'이다. 2019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처음 공개된 뒤 1년 2개월 만에 시즌2가 올해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호평과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킹덤2'에 대해 "지금까지의 좀비물 중 최고"라면서 "'킹덤'을 보면 코로나19가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킹덤'은 흥미로운 스토리는 물론이고 의복, 건물, 갓 등의 한국적인 요소까지 부각시켰다. 늘 사극을 접하는 한국인과 달리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신선하다며 열광했다. 주연배우 주지훈은 "서구권에서 동양 문화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한국의 모든 것을 보며 새로운 오리엔탈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K좀비의 열기는 이제 '반도'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반도'는 천만관객을 돌파한 '부산행' 그 후 4년의 상황을 그린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현재 1차 예고편까지 선보이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좀비라는 서구적 소재를 끌어들여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킨 'K좀비' 열풍이 재현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국내 최초 좀비 영화는 '괴시'(1981)로 볼 수 있다. 되살아난 시체를 소재로 삼았지만 사람의 피를 취한다는 점에서 '흡혈귀'로 보이기도 하는 점이 현재의 좀비와 다르다. 또한 일반적인 귀신처럼 혼백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육체를 가지고 살아나는 좀비라는 괴물의 속성은 당시 꽤 낯설었고 동시에 큰 놀라움을 줬다.
뜸하던 좀비 영화는 2006년에 다시 나타난다. 공포영화 프로젝트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죽음의 숲'은 '괴시' 이후 26년 만에 제작된 좀비 슬래셔 영화다. 출입이 금지된 산 속으로 야영하러 간 젊은이들이 겪는 사건을 다루는데 좀비물답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잔혹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후 좀비 영화는 간간히 제작된다. '불한당들'(2007)은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팀이 지면 한국인이 좀비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특이한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예리한 풍자가 돋보인다.
'이웃집 좀비'(2010)는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여섯 가지 내용을 다룬 옴니버스 영화다. 2010년, 서울에 전 세계적으로 퍼지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정부는 좀비를 찾아서 제거하기 시작한다. 좀비가 됐지만 가족이기에 시민들은 이들을 숨겨주고 살아남고자 애를 쓴다. 좀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존재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 단돈 2000만 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독립영화로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특별상' 2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러나 한국형 좀비 영화는 그리 각광받지 못했다. 예산의 한계, 부족한 특수효과, 흥행에 대한 확신 부족 등이 결합된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2007), '좀비랜드'(2009)를 비롯해 국내에서 5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월드워Z'(2013) 등 외국산 좀비 영화의 인기는 한국 관객에게도 좀비라는 소재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본격적인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신호탄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었다. 개봉 전 불안감은 적지 않았다. '돼지왕' 등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좀비 블록버스터였고, 국내에서 좀비 소재가 흥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시에 2016년 최다 관객 동원작으로도 우뚝 섰다. '부산행'은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KTX와 역이라는 공간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정서적 충격, 유리창을 깨고 쏟아져 나온 좀비 떼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속도감, 부산으로 다가갈수록 극대화되는 공포감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부산행 이후 좀비 영화는 영역을 넓혀 사극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창궐'(2018)은 장동건, 현빈이 주연을 맡았다. '부산행'이 천만관객을 달성하며 좀비물의 인기를 입증한 데다 이름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미남 배우들의 등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종 성적은 160만명에 채 미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약 380만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좀비 떼와의 전투 장면은 신선했다. 한복을 입고 달려드는 좀비들에 맞서 검으로 맞서 싸우는 현빈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좀비들과 싸우면서 상처 하나 나지 않고 딱히 위기도 없는 '무적모드'로 인해 긴장감이 생기지 않은 점, 시나리오의 허술함 등이 아쉬웠다는 반응이었다.
세계를 겨냥한 'K좀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넷플릭스의 '킹덤'이다. 2019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처음 공개된 뒤 1년 2개월 만에 시즌2가 올해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호평과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킹덤2'에 대해 "지금까지의 좀비물 중 최고"라면서 "'킹덤'을 보면 코로나19가 좀비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킹덤'은 흥미로운 스토리는 물론이고 의복, 건물, 갓 등의 한국적인 요소까지 부각시켰다. 늘 사극을 접하는 한국인과 달리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신선하다며 열광했다. 주연배우 주지훈은 "서구권에서 동양 문화라고 하면 중국과 일본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한국의 모든 것을 보며 새로운 오리엔탈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K좀비의 열기는 이제 '반도'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반도'는 천만관객을 돌파한 '부산행' 그 후 4년의 상황을 그린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현재 1차 예고편까지 선보이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좀비라는 서구적 소재를 끌어들여 한국식으로 재탄생시킨 'K좀비' 열풍이 재현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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