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네 시간 동안 배워서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연출 로버트 요한슨)의 연습 영상을 본 옥주현이 먼저 주인공 그윈플렌 역을 맡은 규현에게 연락을 했고, 무려 4시간 동안 발성부터 목 관리, 발음 등 꼼꼼하게 알려줬다고 한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규현은 “옥주현 선배님도 1세대 아이돌이어서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에 도전할 때 더 유심히 보는 것 같다”며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규현은 지난달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웃는 남자’에서 그윈플렌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이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다룬다. 탄탄한 구성과 화려한 무대 연출, 배우들의 열연까지 3박자가 조화를 이뤄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2018년 월드 프리미어로 국내에서 초연된 ‘웃는 남자’는 4개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첫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규현은 올해 두 번째 공연에 합류해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6년 ‘모차르트!’ 이후 약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를 밟은 규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할 때 ‘웃는 남자’를 두 번이나 봤다”면서 “당시 뮤지컬 관계자들이 ‘다음에 같이 하셔야죠’라고 해서 웃어넘겼는데 계속 생각이 났다. 나중에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작품의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웃는 남자’로 컴백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감명 깊게 본 작품이어서 들뜬 마음으로 연습을 시작했지만 부담도 컸다고 한다.“뮤지컬은 2016년 이후 오랜만에 한 것이어서 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연습에 참여를 했죠.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규현은 극중 하층민에서 귀족으로 극변하는 그윈플렌의 삶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2010년 뮤지컬 ‘삼총사’로 처음 뮤지컬을 시작해 ‘모차르트!’ ‘베르테르’ ‘그날들’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에서 쌓은 내공을 제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친근하고 웃긴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묻자 “‘베르테르’ ‘모차르트!’에 이어 이번에도 죽는 역할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는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는 극중 인물이 됐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연기자들처럼 순간 몰입이 어렵기 때문에 진심으로 깊게 몰입해서 연기한다. 웃음기를 싹 뺀다”고 말했다.규현은 화음을 맞추면서 부르는 넘버(뮤지컬 삽입곡)가 배치된 1막에서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감미롭게 풀어내고, 혼자 끌어가는 넘버가 많은 2막은 힘을 실어 가창한다고 했다. 그렇게 1막과 2막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뮤지컬 무대에서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 즐겁다는 규현은 “‘삼총사’부터 ‘웃는 남자’까지 약 10년 동안 뮤지컬 작품을 해오면서 앙상블부터 베테랑 배우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힘줘 말했다.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대사 톤이나 발성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같이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특히 이번에는 옥주현 선배님이 ‘웃는 남자’의 연습 영상을 보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공연이 시작된 뒤였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네 시간 동안 발성부터 발음을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 공연 이후 목 관리 방법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셨어요. 열성적으로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죠.”‘웃는 남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는 ‘그 눈을 떠’를 꼽았다. 규현은 “사람들에게 제발 좀 나누고 살자고 호소하는 내용인데, 요즘에도 통하는 말 같다. 각박한 세상에서 부자들을 설득하면서 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표현하는 느낌이 좋다”고 설명했다.

입이 찢어진 그윈플렌의 기괴한 분장도 이 작품의 백미다. 입을 그리는 데 30분이 걸린다는 규현은 “분장을 하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넘친다”며 “다만 물을 마실 때도 빨대를 이용해야 하는 게 신경 쓰인다.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성들의 고충을 알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규현은 무대 위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발을 쓰지 않고 다섯 달째 머리카락을 기르는 중이다.“저의 만족보다 관객들의 만족이 우선이에요. 그들이 만족해야 비로소 제가 만족할 수 있죠. ‘웃는 남자’를 본 저의 팬들은 ‘잘 어울린다. 규현의 인생작’이라고 얘기해주는데, 그 말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잘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서 관객들이 ‘웃는 남자’를 보고 나가면서 가슴속에 뜨거운 뭔가를 느끼고, 벅찬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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