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 다시 살펴보면 좋을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교황은 자진 사퇴하는 법이 없다. 지난 역사에 딱 한번 그런 일이 있었을 뿐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12세(1406~1415 재위)인데 이른바 ‘대립교황’이 있어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런데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교황의 위치를 고려할 때 전 세계 가톨릭신자가 충격으로 받아들인 게 당연한 노릇이었다.
베네딕트 16세(안소니 홉킨스)의 뒤를 이어 교황 좌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조나단 프라이스)은 본디 교황은 커녕 자신의 추기경직에서도 물러나려 했던 사람이다. 추기경으로서 또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이런저런 고민에 놓여있어서였고 은퇴를 요청하는 편지까지 베네딕토 16세에게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교황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교황의 호출에 아르헨티나에서 로마까지 날아 온 그에게 완전히 예상 못 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두 교황의 틈을 잘 파고 들어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이라는 제목의 영화다. 둘 사이에 있었을 법한 대화와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있게 했는지, 무엇이 그들의 장점과 약점인지,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가장 현명한 결론을 맺을 수 있었는지, 그 모든 양상을 감독은 잘 디자인해 넣었다. 이야기는 전부 가공이지만 두 교황이 영화를 직접 보았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가톨릭교회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비유럽권 나라에서 교황을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유럽식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참다운 개혁을 기대하기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2005년에는 당시 교리성 장관이었던 독일 출신 라칭어 추기경이 교황에 당선됐고 그로써 개혁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12년에 교황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호출한다. 차기 교황 자리를 제안하기 위해서이다. 영화는 그 때부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교황청의 여러 구역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교황의 여름 별장, 로마로 향하는 교황 전용 헬리콥터 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교황선출 회의인 콘클라베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시스티나 성당의 제의실(새로 선출되는 교황은 여기서 교황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은퇴한 교황의 자택에서이다. 이렇게 장소를 옮겨가면서 두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문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 개인적 고민과 상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침내 베네딕트 16세의 입에서 왜 자신이 교황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깜짝 놀라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은퇴를 부탁하려 왔다가 차기 교황 자리를 제안 받은 것이다.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아직 영화를 안 본 독자를 위해 입을 다물도록 하겠다.
영화의 짜임새가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 마치 스릴러를 보듯 잠시도 한눈 팔 틈이 없었다. 혹시 두 사람의 대화로만 구성됐으니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접어두길 바란다. 거기에 두 배우가 보여준 발군의 연기는 정말 뛰어났다. 독일사람 특유의 치밀함과 강인함, 아르헨티나 사람 특유의 여유와 솔직함이 절묘하게 표현되면서 마치 진짜 두 교황의 모습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하는 두 교황의 실제 모습과 비교하시기 바란다.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조나단 프라이스)과 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 후보에 올랐다.교황이 되면 모든 게 바뀌지만 결코 바뀌지 않는 것도 있는데 바로 사람의 기질이다. 베네딕트 16세는 전통의 수호자이자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라는 사명감에 충실했지만 프란치스코 1세는 가난한 자들의 수호자이자 교회의 종이라는 자의식이 강하다. 교황이 신는 붉은색 프라다 신발과 금으로 된 십자가 목걸이를 거부하고 아르헨티나의 동네 제화점에서 만들었을 법한 허름한 구두와 자신이 평생 착용한 십자가를 선택한다. 두 교황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없다. 단지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질문만 남는 것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기는 했지만 대사들은 참으로 교황다웠다. 교회의 지도자로서, 민중의 지도자로서, 세계의 지도자로서 해야만 할 적절한 말들이 이어진다. 앞뒤가 다른 세속 정치가의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기에 자연스런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떤 때는 주님과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날에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 시도는 해봤잖아!” “이제 너무 늙어서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잊어버려요.” “당신이 어떻게 내 잘못을 바로 잡는지 보고 싶소.”
‘두 교황’은 가톨릭 영화로, 또한 깊이 있는 종교 영화로 손색이 없다. 감독의 연출력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낸다.
박태식(영화평론가)
베네딕트 16세(안소니 홉킨스)의 뒤를 이어 교황 좌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조나단 프라이스)은 본디 교황은 커녕 자신의 추기경직에서도 물러나려 했던 사람이다. 추기경으로서 또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이런저런 고민에 놓여있어서였고 은퇴를 요청하는 편지까지 베네딕토 16세에게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교황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교황의 호출에 아르헨티나에서 로마까지 날아 온 그에게 완전히 예상 못 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두 교황의 틈을 잘 파고 들어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이라는 제목의 영화다. 둘 사이에 있었을 법한 대화와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있게 했는지, 무엇이 그들의 장점과 약점인지,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가장 현명한 결론을 맺을 수 있었는지, 그 모든 양상을 감독은 잘 디자인해 넣었다. 이야기는 전부 가공이지만 두 교황이 영화를 직접 보았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가톨릭교회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비유럽권 나라에서 교황을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유럽식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 참다운 개혁을 기대하기 불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2005년에는 당시 교리성 장관이었던 독일 출신 라칭어 추기경이 교황에 당선됐고 그로써 개혁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12년에 교황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호출한다. 차기 교황 자리를 제안하기 위해서이다. 영화는 그 때부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교황청의 여러 구역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교황의 여름 별장, 로마로 향하는 교황 전용 헬리콥터 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교황선출 회의인 콘클라베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시스티나 성당의 제의실(새로 선출되는 교황은 여기서 교황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은퇴한 교황의 자택에서이다. 이렇게 장소를 옮겨가면서 두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문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 개인적 고민과 상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침내 베네딕트 16세의 입에서 왜 자신이 교황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깜짝 놀라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은퇴를 부탁하려 왔다가 차기 교황 자리를 제안 받은 것이다.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아직 영화를 안 본 독자를 위해 입을 다물도록 하겠다.
영화의 짜임새가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 마치 스릴러를 보듯 잠시도 한눈 팔 틈이 없었다. 혹시 두 사람의 대화로만 구성됐으니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접어두길 바란다. 거기에 두 배우가 보여준 발군의 연기는 정말 뛰어났다. 독일사람 특유의 치밀함과 강인함, 아르헨티나 사람 특유의 여유와 솔직함이 절묘하게 표현되면서 마치 진짜 두 교황의 모습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마지막에 잠시 등장하는 두 교황의 실제 모습과 비교하시기 바란다.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조나단 프라이스)과 남우조연상(안소니 홉킨스) 후보에 올랐다.교황이 되면 모든 게 바뀌지만 결코 바뀌지 않는 것도 있는데 바로 사람의 기질이다. 베네딕트 16세는 전통의 수호자이자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라는 사명감에 충실했지만 프란치스코 1세는 가난한 자들의 수호자이자 교회의 종이라는 자의식이 강하다. 교황이 신는 붉은색 프라다 신발과 금으로 된 십자가 목걸이를 거부하고 아르헨티나의 동네 제화점에서 만들었을 법한 허름한 구두와 자신이 평생 착용한 십자가를 선택한다. 두 교황의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은 없다. 단지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질문만 남는 것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기는 했지만 대사들은 참으로 교황다웠다. 교회의 지도자로서, 민중의 지도자로서, 세계의 지도자로서 해야만 할 적절한 말들이 이어진다. 앞뒤가 다른 세속 정치가의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기에 자연스런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떤 때는 주님과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들지만 어느 날에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 시도는 해봤잖아!” “이제 너무 늙어서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잊어버려요.” “당신이 어떻게 내 잘못을 바로 잡는지 보고 싶소.”
‘두 교황’은 가톨릭 영화로, 또한 깊이 있는 종교 영화로 손색이 없다. 감독의 연출력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낸다.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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