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무려, 15년이다. 워드프로세서 2급 시험을 준비하던 중학생 K양이 우연히 튼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익숙한 단어, EDPS(‘전자 자료 처리 시스템’의 약자) 어쩌고 하는 말에 낚여 MBC 를 듣기 시작한지, 거기서 유희열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된지 5000일이 훌쩍 지났다. 그 EDPS가 사실 ‘음담패설’의 약자란 걸 알았을 땐 이미 개미지옥보다 무섭다는 이 남자의 매력에 빠진 뒤였다. K양이 애인 손 붙잡고 덕수궁 돌담길 한 번 걷지 못하고 나이 먹는 동안 오빠는 결혼도 하고 아빠도 되었지만, 지난 세월에 대해 변명도 원망도 하지 않으련다. 잊을만하면 “오빠, 믿지~” 하고 나타나 밤잠 못 자게 하다가 ‘그래, 오빠밖에 없지’라고 마음 놓는 순간 “오빠, 좀 쉬어야겠어~”라며 매정하게 떠나는 그대 이름, 유희열. 이 쓸쓸한 계절에 또 한 번의 아픈 이별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K양. 그저 지난 5000일 동안 오빠와 함께 한 순간들을 되새기며 추억을 곱씹을 뿐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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