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으로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이를테면 ‘영화 근본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12일 오후 3시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영화가 그랬듯 도발적인 질문을 거침없이 던졌다.

은 영화에 대한 영화다. 가난한 독립영화 감독인 슈지(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은 고전 영화들의 상영회를 연다. 어느 날 상영회 도중 찾아 온 낯선 남자들을 따라 나선 슈지는 야쿠자였던 그의 형이 자신에게 빌려준 영화 제작비를 갚지 못해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야쿠자는 슈지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고, 방법이 없는 그는 형이 살해당한 바로 그 장소에서 인간 샌드백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한다. 얼굴이 뭉개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슈지를 지탱케 하는 것은 오직, 영화다. 돈을 갚기로 한 마지막 날, 남은 금액만큼 구타를 당하는 슈지의 모습과 아미르 나데리 감독이 직접 선정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100편’의 타이틀이 교차로 보여진다.

“예술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슈지가 그랬듯 아미르 나데리 감독에게 ‘진짜 영화’(pure movie)란 구로사와 아키라, 오슨 웰즈,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들이다. 한 관객이 오락 영화와 예술 영화를 구분 짓는 기준을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열변을 토해냈다. “영화 속에도 나온 같은 영화에도 흥미로운 오락적 요소들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할리우드 식의 산업적 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영화 고유의 순수한 오락성을 훼손하기 시작했다”고 서두를 꺼낸 그는 “순수한 의미로서의 영화, ‘진짜 영화’(pure movie)는 시대를 담는 영화, 즉 당대와 다가올 미래를 기록하는 의미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고, 다 가짜다”라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의 작품을 보면 4,500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와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다음 세대들이 봤을 때 뭔가 의미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물론 영화가 갖고 있는 오락성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오로지 오락성에만 치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 창피한 일이고 영화의 죽음을 앞당기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지금 같은 상황을 내버려두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영화라는 예술 형식이 사라질지도 모르니, 당장 무엇이든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분의 짧은 관객과의 대화가 아쉬웠던 관객과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상영관 밖에서도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아미르 나데리 감독의 주장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영화는 혼자 만들기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예술이다. 산업 밖에서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도 고려해야하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디지털화로 영화를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변명조차 될 수 없다. 예술은 가슴에서 나오는,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응수했다. 방금 전까지 현장에서 “CUT!”을 외치고 온 것처럼 편안한 복장으로 부산을 찾은 아미르 나데리 감독. “지금의 상업영화는 다 거짓말이니 보지 말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발의 노 감독이 부르는 ‘영화, 오직 그대만’을 향한 처절한 세레나데는 피할 수 없는 강하고 묵직한 펀치처럼 날아와 꽂혔다.

글. 부산=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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