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넷째날, 영화 의 상영에 앞서 이뤄진 무대인사에서 금성무를 보고 헷갈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진가신 감독, 탕웨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그의 간단한 인사말의 위력은 그만큼 강력했다. 묵직한 저음은 3층 규모의 대극장을 가득 채웠고,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무게가 실렸다. 금성무의 목소리가 이렇게 인상 깊은 것이었나? 아니다, 그는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니었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 년으로 하고픈 의 스물다섯 청년이나 카메라 앞에서 귀여운 표정들을 한껏 지어보이던 의 가동은 보는 것만으로 미소 짓게 하는 아름다운 남자들이었다. 여명, 곽부성, 유덕화, 장학우 등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같은 중화권 스타들과도 구별되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국적이 묘연한 그의 외모에서 나왔고, 사람들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새 없이 거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귀보다 눈이 먼저 반응하던 사내는 18년이 흐르는 동안 음성만으로도 공간을 지배하는 배우의 중량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사랑의 상처에 휘청거리던 청춘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의 지략가 제갈량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세월의 흐름에 맞는 연기를 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데뷔 당시에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매순간마다 제가 생각해낸 동작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재미있었죠. 세월이 흐르면서 경험을 쌓게 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 속에서 연기의 노하우라든지 비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젊었을 때는 그에 맞는 연기를 했고, 지금은 또 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연기를 통해 계속 창작을 해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에서는 금성무의 세월이 빚어낸 완숙함과 예전의 해사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중화권 스타들이 포진한 영화는 액션과 유머를 놓치지 않지만 동시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금성무가 연기한 바이쥬 형사는 “인간과 짐승은 다를 바가 없고, 좋은 사람 같은 건 없다”고 믿는 동시에 사람의 선의를 믿었던 과거의 실수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로 노이로제와 강박증을 달고 사는 예민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금성무는 사건을 재현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그의 모습에 천진함을 새겨 넣었다. 머그샷을 찍을 때조차도 해맑기만 했던 지무처럼. 늙지 않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아직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답한 것처럼 금성무의 시간은 그렇게 거꾸로 갈 것이다.

글. 부산=이지혜 seven@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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