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근래 보기 드물게 명쾌하고 매혹적인 첫 회였다. 는 단 1회를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운명적으로 얽히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구축했다. ‘방진’과 ‘밀지’. 첫 회에 등장한 이 두 가지는 앞으로 이 드라마를 관통할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왕위에 오르고도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상왕 태종(백윤식)에게 눌려 “저는 아무 것도 하지 못 합니다”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세종(송중기)은 방진에 몰두한다. 가로와 세로의 크기가 같은 정사각형의 칸에 1부터 시작하는 숫자를 차례로 배열하되 모든 행, 열, 대각선상의 숫자의 합이 ‘모두 같게’ 하는 방진을 대하는 세종과 태종의 태도는 피의 숙청을 통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자 한 태종과 분산 된 왕권과 재상 정치를 지향하는 세종의 권력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또한 한자로 쓰인 밀지가 가져 온 비극적 참사는 ‘문자가 곧 권력’이었던 시대에 세종이 어떤 백성을 위한, 어떤 조선을 꿈꿨는지를 그려갈 이 드라마의 핵심 의도를 드러낸 동시에 훗날 채윤(장혁)이 될 똘복(채상우)과 소이(신세경)가 될 담이(김현수)가 세종과 어떻게 얽히며 역사의 무대 위로 올라오게 되는지, 채윤이 왜 세종에게 뿌리 깊은 원한을 갖게 되고 소이가 왜 말을 잃게 되는지 보여주었다. 게다가 태종과 세종, 석삼(정석용)과 똘복의 대조적인 부자관계를 통해 트라우마를 가진 나약하고 고독한 세종과 담대한 배짱과 집요함을 가진 채윤의 캐릭터를 명쾌하게 설득했다. 는 한글 창제와 이를 둘러 싼 연쇄 살인 사건의 추리, 세종과 반대 세력 간의 대결 등 할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다. 1회는 앞으로의 이 이야기들을 바짝 다가앉아 들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회였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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