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 f(x)의 등장과 함께 도쿄돔의 5만 명이 함성을 지른다. 그 중 엠버는 여성 관객들에게 샤이니나 슈퍼주니어 못지않은 인기다. 지난 4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합동공연 (이하 )는 한국처럼 여성 관객들이 압도적이었고, 한국의 여성 팬들처럼 엠버에게 열광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였던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샤이니의 ‘링딩동’, f(x)의 ‘Nu ABO’는 한국에서도 각각의 팀들에게 중요한 곡들이다.
은 H.O.T.부터 f(x)까지 SM이 일관되게 유지한 그들의 전략이 나름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소속 가수들은 SM특유의 퍼포먼스 음악인 SMP로 활동하고, 세계 어디서든 SMP에 끌린 사람들이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한다. 자매인 크리스탈과 제시카가 함께 공연을 해도 둘의 관계는 강조되지 않는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안무만 출 뿐이다. 그들이 자매라는 사실은 어차피 전세계 SM의 팬덤을 통해 퍼져나갈 일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보아는 철저하게 현지화된 방식으로 활동했다. 반면 에 모인 대중들은 ‘소원을 말해봐’와 ‘Sorry Sorry’에 환호한다. 공연장의 팬들과 일반 대중의 반응은 또 다를 것이다. 하지만 팬덤 안에서 SM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반응은 상당부분 비슷했다.
15년의 노하우가 담긴 종합선물세트
SMP는 가장 SM다운 것이고, 은 SM다운 것들을 한데 모은 종합선물세트다. 한 무대에서 ‘Sorry’, ‘소원을 말해봐’, ‘링딩동’ 같은 SMP의 대표곡들이 동시에 나오면서 SM의 팬들에게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게 만든다. 동시에 모든 소속 가수들의 SMP가 연이어 나오는 은 일반적인 공연의 개념에서 약점도 가지고 있다. 작은 애드리브조차 들어갈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연결된 무대 구성은 SMP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공연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게 하는데는 적합하지 않다. 모든 무대마다 관객을 흥분하게 만드는 확실한 클라이막스가 있다보니 공연의 흐름이 끊길 수 밖에 없다. SMP 퍼레이드라고 할 만큼 SMP가 집중적으로 나왔을 때 첫 곡인 ‘소원을 말해봐’에서 리믹스를 통해 느린 템포로 서서히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다음 곡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사운드도 팀마다 차이가 있고, SMP를 소화하려면 강렬한 전자음이 거의 필수처럼 사용되기에 라이브 밴드를 쓸 수도 없다. 소리로 5만 명 규모의 공연장을 채우려다 보니 MR의 출력은 높아지고, 고음이 지나치게 크고 날카로워지면서 가수의 목소리가 사운드에 묻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은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SM이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은 곡과 곡, 팀과 팀의 유기적인 호흡 대신 각 그룹들의 대표적인 SMP를 클라이막스로 모아놓고, 공연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J-min, 김민종, 강타 등 현재 SM의 주력에서 벗어나 있는 가수들로 공연을 시작하면 SM의 후배 설리와 온유가 ‘7989’에 참여하고, 그 뒤로 f(x)와 샤이니가 ‘La chA Ta’, ‘누난 너무 예뻐’ 등 데뷔 초의 곡들을 부른다. 특히 슈퍼주니어는 ‘미인아’를 부르기 전까지 슈퍼주니어 K.R.Y., 규현과 서현의 듀엣 곡, 신동-은혁-민호-Key의 합동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의 클라이막스로 가기 전 다리 역할을 한다. SM내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가장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가 있는 슈퍼주니어는 팀마다 기계로 정교하게 세공한 듯한 무대가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는 을 보다 유연하고 활기 있게 만들어냈다. 은 선곡과 팀의 역할분담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압축해서 전시하고, 그 모든 것이 나온 뒤에야 각 그룹들의 대표적인 SMP를 보여준다. ‘소원을 말해봐’부터 ‘Mr. Taxi’까지 이어지는 SMP 퍼레이드는 강하고 자극적인 사운드와 포만감 가득한 퍼포먼스의 연속이다. 이 곡들은 한시간 이상 천천히 쌓아간 SM의 세계 뒤에야 등장하면서 네시간에 달하는 공연 전체의 거대한 클라이막스가 된다.
5만 명을 지배한 SM의 방식
특히 SMP 퍼레이드의 한가운데 순서에 등장한 동방신기의 ‘Rising sun’은 클라이막스의 클라이막스였다. 다른 팀과 차원이 다른 데시벨의 함성을 들은 그들은 다른 그룹의 곡보다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무대와 사운드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H.O.T.의 ‘열맞춰’부터 SMP 사운드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헤비메틀 기타는 귀를 자극하고,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뛰고, 차에 타고, 와이어에 매달리면서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자극한다. 물론, SM의 팬들이 사운드, 안무, 멤버들의 동작의 일체감까지 모든 것이 5명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SMP의 극단이었던 과거 동방신기의 무대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인조로 재편된 뒤 만들어진 ‘왜’와 ‘B.U.T’는 강한 록 사운드로 동방신기의 SMP의 특성을 이어가면서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을 중심으로 무대를 반으로 나누는 안무를 통해 현재의 그들에게 최적화 된 무대를 선사했다.
동방신기의 무대는 마치 SM이 5만 명의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회사의 방침’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 SM은 언제나 SM의 방식을 고수할 수 있고, 그것으로 가수를 키워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이다. SMP퍼레이드가 마무리된 뒤에는 SM의 일본진출을 상징하는 보아가 세 곡을 연이어 불렀고, 다시 동방신기가 등장했다. 은 그들의 아이콘을 공연 후반에 따로 배치해 예우를 갖추면서 다시 나온 동방신기를 통해 공연을 한차례 더 클라이막스로 끌어올리는 흐름을 만들었다. 공연 마지막 곡으로 H.O.T.의 ‘빛’이 나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SM의 가수들이 모여 H.O.T.의 곡을 부르면서 공연 안에서 SM의 역사를 완성시키고, 동시에 센 무대로 가득했던 공연을 따뜻한 분위기로 마무리한다. SM은 을 통해 최대한 일관성을 지키는 공연의 흐름과 일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각 팀의 셀링 포인트, 회사의 역사를 모두 합쳐서 보여준다. 그건 최고도, 최선도, 최악도, 차악도 아니다. 다만 SM의 방식이다. 그리고, SM은 그들의 방식으로 도쿄돔의 5만 명을 지배했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글. 도쿄=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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