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드디어 시작된 KBS ‘1박2일’의 시청자 참여 프로젝트 ‘시청자 투어 3탄’. 첫 번째 방송은 MBC 라디오 작가까지 빌려온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면서 시작했다. 1세 아기 김주하부터 100세 이임금 할머니, 그리고 100세 이상을 대표하는 102세 김정암 할아버지까지 모여 인생의 큰 추억이 될 유쾌한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다. 내내 훈훈했던 이 80분간이 ‘1박 2일’이 왜 국민 예능인지 보여줬다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
오늘의 대사 :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역사가 오셨습니다” – 강호동
2011년 1월 1일에 태어난 아기 김주하부터 정확히 100년 전에 태어난 이임금 할머니, 그리고 102세 김정암 할아버지까지 모인 이날 ‘1박 2일’을 보고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역사가 오셨습니다”라는 강호동의 멘트가 호들갑스럽다고 느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영·유아, 어린이들의 포동포동하고 매끄러운 피부가 20대, 30대를 거쳐 60대, 70대, 그리고 90대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1박2일 인생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잡아낸 이날 방송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생 그 자체를 돌이켜 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오프닝만으로 이루어졌다.
Best&Worst
Best: ‘1박 2일’의 매력은 각 출연자들이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1박 2일’은 엄태웅의 멘트 중 30대 대표를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길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약하더라도 조바심을 내거나 무리수를 동원해서 웃기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적응할 것을 기다릴 뿐이다. 전현무의 ‘숍에서 만진 머리’가 화제가 되고 이승기의 재킷에 “연예인 포스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1박 2일’은 소박한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1박 2일’에 밥차 아주머니가 출연하고 카메라 스태프들이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 투어’는 ‘1박 2일’만이 가능한 기획이다. ‘시청자 투어’는 ‘1박 2일’의 1년 방송 중 가장 특별한 이벤트이지만, 오히려 ‘여배우 특집’이나 ‘명사 특집’보다 더 ‘1박 2일’답다.
Worst: 80대의 막내 허숙 할머니는 “1박 아니면 나 살 길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청자 투어 3탄’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어느 누군가에겐 삶의 낙이고, 어느 누군가에겐 병상에서 가질 수 있는 위로이며, 어느 누군가에는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6개월 후 종영한다. 방송 시간 84분 중 60분 이상을 출연자 소개로 쓰는 것만으로도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이번 ‘시청자 투어 3탄’이 마지막 ‘시청자 투어’라는 것 자체가 이번 방송의 유일한 Worst일 것이다.
동료들과의 수다 포인트
– 너도 나도 이승기를 찾는 통에 정말 쓸쓸했던 것은 강호동이 아니라 성시경 아니었을까.
– 90대 조장 성시경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전현무. 영·유아의 전원 자리 이탈에 대한 그의 대책은?
– 점심 복불복에서 끊어버린 ‘1박 2일’도 악마의 편집? 일단 편의점에 간 강호동의 20대, 분식집에 간 엄태웅의 30대는 꽝이 아니다. 꽝을 뽑은 조장이 정말 있을까?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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