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올리브 오후 2시
방영되는 당시보다 훗날 더 많이 회자되는 작품들이 있다.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감독 콤비가 방송국을 배경으로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역시 그런 작품이다. ‘아킬레스건’이라는 부제를 단 3회에서는 옛 연인이자 드라마국 선후배 감독인 정지오(현빈)와 주준영(송혜교)이 다시 연애를 시작하려 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하지만 “사랑을 정리하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너무 쉬운 게” 아킬레스건이라는 자책감과 다시는 이 사랑을 쉽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뒤섞이며 준영은 혼란을 겪는다. 온갖 이유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이들이라면, 특히 이번 에피소드에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오와 준영이 말했듯, 인생은 드라마와 비슷하니까.

캐치온 오전 10시 10분
루이스 캐럴의 동화 는 너무나도 기괴한 작품이다. 얼굴만 덩그러니 남은 채 묘한 미소를 짓는 체셔 고양이나 늘 신경질만 내고 있는 붉은 여왕,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늘 바쁘게 움직이는 토끼와 미친 모자장수까지, 음침하고 미스터리한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2010년 국내에서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통해 팀 버튼은 이 기괴한 풍경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19세가 된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멍청한 남성의 청혼을 피하기 위해 회중시계를 찬 토끼의 뒤를 따라가다, 또 다시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 일행을 물리치고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의 왕관을 찾아주는 것.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가 아닌 ‘전사’로 탄생한 앨리스는 어떤 모습일지 확인해보자.

EBS 밤 12시 35분
어제 장기하와 얼굴들이 뜨겁게 달궈 놓은 무대를 비교적 차분하게 만들 두 팀, 몽니와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모두 7년 차 밴드다. 2004년 결성해 이듬해 1집 앨범 을 내놓은 몽니나 2004년 1집 앨범 로 데뷔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두 팀 모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와 함께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 우리의 지금은 순간이야’(몽니 ‘일기’) 혹은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의 끝에서 만났다는 걸’(소규모아카시아밴드 ‘23 Red Ocean’)처럼 마음 한 구석을 울리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TV 속에서 흐르는 그들의 음악에 귀를 열어 두고 있는 것도, 여름밤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듯하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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