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 오전 10시 50분
우리가 이육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절정’, ‘광야’, ‘청포도’의 시인.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초인 의지, 공감각적 심상, 일제 치하 극한의 상황에 대한 현실 극복 의지. 사실 우리가 이육사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들은 대략 이 정도다.

그러나 광복절 특집극 은 이러한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항에 맞춰 암기한 지식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이육사라는 한 인간의 짧은 생을 들여다본다. 멋 내기를 좋아하던 청년 이원록(김동완)이 시를 사랑하는 필부로만은 살 수 없었던 시대, 유독 ‘밝은 눈’을 가진 탓에 역사의 톱니바퀴 사이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드라마는 천천히 따라간다.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었던 수천 가지의 방식을 포기한 채, 동지가 죽고 아이가 죽어도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남자는 자신의 수인번호를 딴 이름으로 남은 생을 싸워나간 끝에 말한다. “나를 타오르게 하는 것은 분노가 아니었네. 그것은 슬픔이었네.” 비록 120분에 담아내기엔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대거 생략되었고 이야기는 때때로 루즈해 졌으며 관동대지진을 비롯한 몇몇 신의 스펙터클은 부족했지만 이육사가 남긴 글들을 적절히 인용한 대본, 독립을 향한 그의 갈망을 형상화한 연출은 충분히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겼다. 그리고 이육사는 우리에게 광복절 하루 동안 방송에 등장한 그 어떤 지도자보다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새로 태어날 조선의 백성들은 내 입에 들어올 쌀을 기름지게 먹겠다 하여 다른 이의 고혈이 빨리는 것을 못 본 척 해서도 아니 되네. 대답해 보게. 자네가 꿈꾸는 조선은 어떤 모습인가” 그가 꿈꾸었던 해방된 조국에서 지금, 당신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모습인가. 당신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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