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평범한 소녀였다. 여전히 평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밀을 가진 10대였다. 평범한 연애를 하는 살인자였다. 그리고, 이제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전설’이 됐다. 남들과 평범하게 섞여 있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앞으로 툭 튀어나왔던 어떤 배우의 이야기.


재이: 최강희가 영화 에서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 학교 어딘가에 늘 있을 것 같은, 하지만 없어도 티나지 않을 것 같은 재이는 “책상을 옥상에 올려놓고 밖에서 놀다 와도 선생님이 모를 정도”였던 최강희의 고교 시절과 다소 닮아 있다. “출석도 잘 안하고 존재감도 적었”고, “선물가게 하는 게” 꿈일 만큼 평범했던 고교시절. 미스 레모나가 돼 연예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딱히 연기를 계속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스무 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계를 위해 연기를 계속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최강희는 KBS , , MBC 등 10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했다. 존재감 없던 학생이 평범한 듯한 인상 속에 감춰져 있던 생기로 똘똘하고 당찬 10대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최강희는 에 대해 “연기는 좀 못했지만, 잘했던 건 지금보다 더 잘했다. 아무 것도 없는 순수한 진정성 같은 거, 그런 건 다시 하래도 못할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현경: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 때 인연을 계기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최강희는 류현경을 “건전지가 6개쯤 들어있는 것 같다”며 “남들보다 에너지가 두 배쯤 많다”고 했고, 류현경은 최강희를 “선물 같은 친구”라고 말한다. 에서 최강희가 연기한 가란은 “자칫하면 밉상에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 “호감형인 사람”인 류현경을 관찰해 많은 부분 연기에 녹여냈다고. 평범한 일상의 톤을 유지하면서 어느 순간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툭툭 드러내는 다림은 의 재이가 그러했듯 평범한 듯 하지만 사실은 별난, 거기에 더해 매력적인 새로운 캐릭터였다. 을 기점으로 최강희는 유별나다는 말을 듣곤 하던 자신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MBC 에서 중년 남성의 평범한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 ‘바람’을 일으키던 여성처럼, 최강희는 평범한 듯 했지만 일상의 평온함을 깨는 매력을 보여줬다. 강짱: 최강희의 별명. KBS라디오 를 진행하며 널리 알려졌다. DJ는 최강희가 “연기를 빼고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으로, 라디오 진행을 통해 성격도 보다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라디오를 통해 얼마 전까지 핸드폰대신 삐삐를 사용하고, 때로는 미니 홈피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독특하게 전달하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 공개되며 그는 이른바 ‘4차원 연예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골수를 기증한 사실까지 더해져 ‘천사’와 ‘4차원’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독특한 행동을 하는 한 음료 CF는 당시 최강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당시 최강희는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늘 조금씩은 불편”했다고. 나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독특하게 본다. 그러면서도 “연예인 생활 고달프다는 동료도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마인드를 가졌다. 최강희의 연기가 보여주는 독특한 존재감은 거기서 나오는 것일지도.

이선균: SBS 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영화 과 는 최강희가 작품 속에서 점차 현실로 들어가는 과정과 같았다. 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내면과 살인자의 모습이 동시에 들어 있었고, 에서는 두 남자를 저울질하는 여성의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면서 ‘4차원’과는 다른 느낌을 내기 시작했다. 존재감이 없었지만 어딘가 튀던 의 알 수 없는 소녀가 에서 성에 관해 거침없이 말하는 여자가 되는 변화는 이런 작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규어로스: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만큼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때 김C가 “제발”이라는 말과 함께 그들의 라이브 투어 기록 DVD를 건네면서 알게 됐다.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들으며 많은 위안을 받은 최강희는 결국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 이라는 책을 냈다. 최강희는 한 때 “연예인인지, 배우인지, 어른인지, 중간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연기를 때려칠까 했지만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 엘리베이터를 혼자서 못 타기도 했다. 그 전까지 연기에 대해 큰 중압감을 느끼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달리던 배우가 어느 순간 맞이한 배우로서의 사춘기. ‘동안’이나 ‘4차원’으로 불리던 배우는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겪으면서 어른으로 변해갔다. 김영애: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나이에 맞는 역을 한두 작품 하다보니까 배우다운 배우가 되고 싶었”던 최강희는 “애자란 아이가 나로 인해 중화 돼서도 안 되고 그 인물 안에서 최강희란 사람이 느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전작들과 달리 최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데뷔 후 “연기 변신에 자신이 없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 내에서 변화를 주던 최강희는 에서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연기했고, 사람들의 좋은 반응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반항아 같은 10대 시절과 어머니와 거칠게 다투기도 하는 애자의 모습은 이전까지 최강희의 연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특히 “한 영화에 한신만 잘하면 된다”는 자신의 말처럼 캐릭터의 절실한 감정이 터지는 순간의 표정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이미지가 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 하던 배우가 더 탄탄한 기반을 갖기 시작한 순간. 또한 최강희는 를 촬영하며 김영애를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지성: SBS 의 상대역. 에서 최강희가 연기하는 노은설은 마치 최강희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종합한 듯한 캐릭터다. 취직 때문에 고민하는 백수이면서 비현실적일 만큼 싸움을 잘하는 노은설의 연기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던 최강희의 전작들과 겹치고, 고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 그 일 자체에 절실해지는 노은설의 변화 역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최강희의 연기와 겹친다. 만화적인 톤과 현실의 재벌 풍자와 로맨스가 결합된 는 그만큼 연기의 톤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최강희는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통합하면서 그 모든 것이 캐릭터의 진심이라는 것을 납득시킨다. 노은설이 분노와 절실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뽑아줄 생각이 없는 면접관에게 항의하는 순간은 가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에서 노은설은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직장인에서 ‘보스’를 훌륭한 기업인으로 만드는 존재감 뚜렷한 비서로 변할 것이다. 평범했던 학생 최강희가 많은 팬들이 “멘토나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배우 최강희가 된 것처럼.

Who is next
최강희와 MBC 에 함께 출연한 김민종이 나온 KBS 에 출연한 김영철

10 Line list
탑 – 김정은 – 윤종신 – 김종국 – 최지우 – 휘성 – 박찬호 – 이효리 – 장서희 – 최양락 – 다니엘 헤니 – 이수근 – 권상우 – 소지섭 – 이민호 – 최명길 – 정형돈 – 김남주 – 박진영 – 손담비 – 김태원 – 신해철 – 송강호 – 김아중 – 김옥빈 – 이경규 – 김혜자 – 고현정 – 길 – 원빈 – 이승기 – 닉쿤 – 지진희 – 박명수 – 김혜수 – 신동엽 – 현빈 – 윤은혜 – G드래곤 – 하지원 – 타블로 – 김C – 유승호 – 양현석 – 강호동 – 김태희 – 김연아 – 장동건 – 장근석 – 김병욱 감독 – 정준하 – 손석희 – 정보석 – 고수 – 이병헌 – 이수만 – 김현중 – 김신영 – 장혁 – 김수로 – 이선균 – 신정환 – 김태호 PD – 강동원 – 송일국 – 노홍철 – 조권 – 김제동 – 문근영 – 손예진 – 김수현 작가 – 하하 – 이미숙 – 전도연 – 유영진 – 강지환 – 김구라 – 박지성 – 탁재훈 – 오연수 – 최민수 – 유재석 – 유진 – 크리스토퍼 놀란 – 이하늘– 신민아 – 장미희 – 이휘재 – 믹키유천 – 조영남 – 송승헌 – 엄태웅 – 안내상 – 이승철 – 김성근 감독 – 유아인 – 토니 안 – 류승범 – 싸이 –윤상현 – 김희철 – 심형래 – 정우성 – 하정우 – 진중권 – 박신양 – 배용준 – 임성한 작가 – MC몽 – 나탈리 포트만 – 김희애 – 이소라 – 염정아 – 김건모 – 유세윤 – 양준혁 – 임재범 – 이지아 – 차승원 – 박정현 – 김수미 – 성유리 – 윤계상 – 정재형 – 김범수 – 김여진 – 에릭 – 김선아 – 테디 – 최강희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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