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가 솔로 타이틀곡으로 발표한 ‘버블팝’의 활동을 중단했다. 현아는 곧 후속곡 ‘Just follow’로 활동할 예정이다. ‘버블팝’ 활동 중단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버블팝’의 안무에 대해 “청소년이 보기에 선정적”이라는 의견을 지상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 제작진에 전달했고, 그 즉시 현아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에서 활동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아는 지난해 발표한 첫 솔로곡
‘Change’의 뮤직비디오가 KBS로부터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19세 이상 시청 판정을 받았고, 자신이 소속된 그룹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는 특정 안무가 방송사 심의의 대상이 돼 안무를 수정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발표한 모든 곡들이 선정성 논란과 함께 심의 대상에 오르는 기록 아닌 기록을 세운 셈이다. 현아 본인이나 현아의 팬이라면 “왜 현아만 갖고 그래?”라고 불만을 제기할 법 하다.

심의는 그저 스칠 뿐?

현아가 이유 없이 심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버블팝’에서 극도로 짧은 핫팬츠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흔들거나, ‘거울아 거울아’에서 앉아서 다리를 벌리는, 이른바 ‘쩍벌춤’은 발표 직후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선정성의 판단 기준에서 일반 대중의 정서도 고려 사항이라고 본다면 현아의 춤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금도 현아의 무대에 대해서는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선정적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정성 논란이 현아‘만’, 또는 현아를 비롯한 몇몇 가수들에게만 집중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 간 가요계는 물론 TV, 언론 매체는 걸그룹, 또는 여성 솔로 가수들에게 끊임없이 이른바 ‘섹시 콘텐츠’를 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는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최근 여성 연예인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해 촬영한 KBS 까지 끊임없이 여성 연예인의 신체를 훑는다. 언론에서는 섹시한 여성의 사진에 ‘하의실종’, ‘꿀벅지’ 같은 단어로 클릭을 유도한다. 여기에 가요계는 가슴, 다리, 엉덩이 등을 강조하는 춤으로 섹시함을 과시하는 안무를 보여준다. 그래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iss A, 씨스타, 라니아, 브레이브걸스, 치치 등 올해 활동한 걸그룹은 대부분 일정부분 섹시함을 강조하는 무대를 선보였고, 때로는 선정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나인뮤지스의 가터벨트 의상이 규제를 받기도 했고, 레인보우는 ‘A’에서 상의를 배꼽 위로 끌어올리는 동작을 수정해야 했다. 거의 모든 매체와 걸그룹이 섹시함과 선정성이라는 단어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독 현아만 지난 1년간 발표한 모든 곡들이 심의 대상이 된 셈이다.

논란의 대상이 됐으니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선정성과 관련된 심의는 문자 그대로 ‘논란’이 될 때만 가능하다는데 있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심의 기준은 ‘방송심의에관한규정’을 따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심의에관한규정’에는 기획사나 가수, 또는 시청자가 참고할 수 있을만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지난 5월 포미닛, 라니아, 오렌지 카라멜, 브레이브걸스 등 걸그룹의 노출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KBS 와 SBS 등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근거로 ‘제44조(수용수준) 2.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는 시청 대상자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와 ‘제45조(출연) 1.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특정 연예인의 선정성에 대한 판단은 모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이 앞설 수밖에 없는 규정을 바탕으로 한 셈이다. 특정 가수만 심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심의 기준은 물론 심의 대상마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데 있다. 방통심의위의 관계자는 현아의 ‘버블팝’을 심의한 이유에 대해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역시 “민원이 들어온데다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 됐다. 방통심의위의 발언은 현아가 유독 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현아는 ‘버블팝’ 이전에도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또한 ‘버블팝’을 발표하며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미디어를 통해 많은 화제가 됐다. 유명 가수가 섹시한 이미지를 앞세우면 그만큼 선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논란에 휘말리면 민원이 몰리고,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가수는 선정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해도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여전히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강조하는 콘셉트의 걸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심의 기준 자체가 방송의 선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당장의 논란만 해결하는데 편리하도록 맞춰져 있는 셈이다. 방송의 선정성 논란이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이유다. 특정 연예인의 선정성이 논란이 되고, 심의를 통해 규제 당하고, 다시 비슷한 콘셉트의 또 다른 연예인이 등장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심의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

불특정 다수가 여과 없이 접할 수 있는 방송의 특성상 심의 자체를 무조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늘 급한 불 부터 끄는 식의 심의 기준이다. 미국은 자율적인 방송사업자 조직인 NAB가 폭력, 약물, 성적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윤리강령을 두고 있고, 일본은 방송프로그램심의회, NHK와 방송사업자연맹이 설립한 방송윤리프로그램향상기구가 심의를 실시해 심의 과정과 내용 및 결과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방통심의위의 방송심의의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심의 절차나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이유도 잘 알려지지 않는다. 사실상의 국가심의기구인 방통심의위가 심의를 한다면 모든 관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경우는 모두 규제를 할 수 있는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심의는 인터넷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느냐가 그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연예인은 계속 피해를 보고, 논란이 되지 않은 연예인들은 계속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특정 가수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 해결된 것처럼 지나가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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