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방송 ‘딴지 라디오-김어준의 나는 꼼수다’(이하 ‘나는 꼼수다’)다. 지상파 TV나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는, 오로지 애플사의 앱스토어 팟캐스트에서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이 시사풍자 토크쇼는 4월 말 방송을 시작한 뒤 빠른 입소문을 타고 국내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2일에는 미국 팟캐스트 정치/시사 분야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애칭 ‘가카’에 대한 비리 의혹 및 다양한 정치 현안을 때로는 방대한 자료로, 때로는 낄낄대는 농담으로 풀어내는 이 방송은 김어준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주진우 기자 등 고작 네 명의 인원으로 만들어진다. 진행자가 자체 제작한 자신의 저서 광고와 애청자들이 만들어 보내온 로고송 외에는 ‘전하는 말씀’ 하나 없이도 잘 나가는 이 신기한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집을 맡고 있는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가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나는 꼼수다’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 “다 각하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여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고, 하니 TV 에서도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시사 분야를 다뤄 왔는데 ‘나는 꼼수다’를 새롭게 만든 이유는 뭐였나.
김용민 : 서로 처음 알게 된 건 김어준 씨가 예전에 SBS 라디오 를 진행할 때 내가 고정 게스트로 나가면서였고, 정봉주 의원 역시 17대 국회의원 시절 김어준 씨의 CBS 라디오 에서 ‘국회 프락치’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활약했다. 호시절에는 지상파에서 만났지만 이 정권 이후 그게 허용되지 않으니까 인터넷에서 모이게 됐는데, 하니 TV에 출연하면서 ‘가카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이 시장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가 본격적으로 가카에 대해 찬양하면 대중도 관심을 갖고 주목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니 TV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의 입장으로 보이는 게 그쪽으로서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있고, 우리도 표현에 있어 완벽히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까 다른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전부터 나는 대안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함께 그림을 그린 거다. 셋 다 즐거운 거, 재밌는 걸 좋아하고 서로 신뢰가 있다 보니 시작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요즘은 길에서도 CCTV가 있는 곳으로만 다닌다”
팟캐스트 상위권에 있는 지상파 방송들과 달리 오로지 팟캐스트를 통해서만 유통된다. 어떤 홍보나 마케팅 없이 팟캐스트에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나?
김용민 : 물론이다. 지금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 5백만 명을 넘었고 올해 안에 2천만 명을 돌파할 거란 얘기가 있는데, 라디오는 TV와 달리 굉장히 개인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찰떡궁합일 거라고 봤다. 또 사실 TV로 하기엔 지금 서로 인건비도 안 주고 안 받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돈이 드는 게 무리기도 하고.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다 보니 케이블 TV로 옮겨 방송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고, 큰 인터넷 방송국을 통해 내보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김어준 총수가 “어디서나 다 볼 수 있는 흔한 매체가 되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사실 어떤 면에선 팟캐스트로만 들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팟캐스트를 본거지로 한다는 고집은 유지가 될 것 같다. 물론 팟캐스트에 올려도 어떻게든 PC로 다운받아 들으실 수는 있지만, 늘 우리가 강조하는 건 ‘가카에게 1등을 헌정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야매’로 들으시더라도 팟캐스트에 가서 한 번씩 꼭 다운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 받았나?
김용민 : 알고는 있지만 절대 비밀이다. 서버 관리하는 업체에서는 이용자가 많은 저녁 시간에 새 방송분을 업로드 하면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다며 낮이나 심야에 올리는 걸 권장한다. 사실 그걸 옵션으로 가격도 좀 깎아 주기로 했고. (웃음) 어쨌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저쪽’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요즘은 길에서도 CCTV가 있는 곳으로만 다니며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가 낳은 최대 유행어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웃음) 이건 어떻게 나온 말인가.
김용민 : IT 업계에서 십 수 년 동안 있으며 온갖 풍상을 다 겪어 본 김 총수가 시작한 말이다. 할 얘기 다 하고 마지막에 “하지만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하는 거다. 정말 가카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라 보시는 분들도 있고, 명예훼손 혐의나 설화(舌禍)를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굳이 어느 쪽이라고 말씀드리진 않겠다.
8회 방송부터 출연한 의 주진우 기자는 최근 팬 카페가 생길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떻게 영입하게 된 멤버인가.
김용민 : 사실 주진우 기자는 한 회만 출연하는 게스트였다. 주 기자가 에 가카의 청계재단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김 총수가 만나서 얘기를 듣다가 말을 워낙 재미있게 하니까 한 번만 나와 달라고 한 거다. 그런데 마침 BBK에 대해서도 탐사보도를 한 적이 있는 주 기자가 가카와 에리카 김의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관계를 너무 웃기게 설명하면서 일명 ‘주진우의 난’이 일어났다. 안되겠다 싶었던 김 총수가 “요 부분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듣도록 하자”는 꼼수를 썼고, 매주 그렇게 다음 주를 기약하고 넘기면서 5회째 이어지고 있다. 주 기자는 언제 끝나냐고 하는데 김 총수는 못 들은 척 하고, 주 기자가 갑자기 이번 주부터 그만 나오겠다고 할까봐 불안해하면서 모시고 있다. (웃음) 게스트가 갑, MC가 을인 시스템이다. 중간 중간 뉴스 멘트나 음악을 편집해 넣어서 이해를 돕기도 하는데 타이밍이나 선곡이 절묘하다. 가카의 ‘반값 등록금 공약’을 믿고 표를 줬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대학생의 인터뷰에 이어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 설레는 마음 하나로 그 땐 그랬지”라는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를 바로 붙이며 상황을 풍자하는 식인데.
김용민 : 녹음 전 미리 만들어놓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가 대화 내용을 듣고 떠오르는 걸 찾아 넣기도 한다. 지난 4월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엄기영 후보 측의 ‘콜센터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되었을 당시 최문순-엄기영 후보의 토론 같은 경우는 굳이 음악 없이도 그 자체로 대박이니까 멘트만 살린 경우고, 좀 건조하다 싶은 내용은 음악을 넣어 살리고 있다. 사람들의 귀에 익은 곡을 중심으로 가사와 아이템의 싱크로가 맞아떨어지도록 고민한다.
오프닝곡이 ‘오빠는 풍각쟁이’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김용민 : 음악을 사용할 때는 저작권 때문에 1분 이내로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 기사를 보니 ‘오빠는 풍각쟁이’는 시효가 만료된 곡이라고 하고, 마침 가카가 풍각쟁이시니까 이 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 클럽 리믹스 버전으로 나온 곡이다.
“많은 분들을 모아놓고 오프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
미리 회의를 하거나 대본을 써서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템이 던져지면 호흡이 척척 맞는 대화가 이어진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어 있나.
김용민 : 주로 어렵고 복잡한 경제 문제, 즉 가카의 재테크에 대한 꼼수는 정봉주 의원이 담당하고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꼼수는 주진우 기자가 맡고 있다. 김 총수는 각종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가카의 행적이나 발언에서 꼼수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배경 없이 해석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팩트를 기반으로 해서 적절한 해석을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방침이다. 그리고 나는 제작과 편집을 맡고 있는데 토크에 좀 끼어들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세 분이 워낙 디테일에 강하고 대단한 분들이라 틈이 없다. 앞으로는 성대모사라도 준비해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러다 이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세 명 다 구속되면 내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유일한 기술 담당자로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김용민 : 진행자들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로 껄껄대며 웃어대고 하니까 음폭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많이 제기된다. 내가 대화에 끼어들 겨를이 없는 이유 중 하나도 녹음 중 음역을 늘리고 좁히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은 출연자들이 작게 말하건 크게 말하건 적당히 중화시켜서 듣기 좋게 내보내는데 우리는 그럴 환경이 못 되고, 그래서 그런 불만을 들으면 나와 김 총수는 “어쩌겠습니까. 공짠데. 여러분이 참으시는 수밖에” 라고 말한다. 살짝 불친절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뿌리내리는 중이다.
열성적인 청취자가 많아지면서 공개방송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김용민 : 많은 분들을 모아놓고 오프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교수가 연출을 맡게 될 것 같은데 청와대 앞에 가설무대를 세워서 하고 싶다고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에게 질문을 보내고 있더라. (웃음) 나는 가카께서 행사장으로 가곤 하시는 호텔 같은 데서 디너쇼를 해야 돈이 된다고 했는데 김 총수가 말을 안 듣는다. 아니, 이 사람이 돈 되는 걸 모른다. 폼 잡다 망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뜻을 갖고 ‘나는 꼼수다’에 광고 넣겠다는 분들한테도 퇴짜를 놨다. 자본에 의존하면 순수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만날 거지꼴이지. 하하!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여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고, 하니 TV 에서도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시사 분야를 다뤄 왔는데 ‘나는 꼼수다’를 새롭게 만든 이유는 뭐였나.
김용민 : 서로 처음 알게 된 건 김어준 씨가 예전에 SBS 라디오 를 진행할 때 내가 고정 게스트로 나가면서였고, 정봉주 의원 역시 17대 국회의원 시절 김어준 씨의 CBS 라디오 에서 ‘국회 프락치’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활약했다. 호시절에는 지상파에서 만났지만 이 정권 이후 그게 허용되지 않으니까 인터넷에서 모이게 됐는데, 하니 TV에 출연하면서 ‘가카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이 시장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가 본격적으로 가카에 대해 찬양하면 대중도 관심을 갖고 주목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니 TV에서는 우리의 목소리가 의 입장으로 보이는 게 그쪽으로서도 좋은 일이 아닐 수 있고, 우리도 표현에 있어 완벽히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까 다른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전부터 나는 대안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왔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함께 그림을 그린 거다. 셋 다 즐거운 거, 재밌는 걸 좋아하고 서로 신뢰가 있다 보니 시작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요즘은 길에서도 CCTV가 있는 곳으로만 다닌다”
팟캐스트 상위권에 있는 지상파 방송들과 달리 오로지 팟캐스트를 통해서만 유통된다. 어떤 홍보나 마케팅 없이 팟캐스트에 업로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나?
김용민 : 물론이다. 지금 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 5백만 명을 넘었고 올해 안에 2천만 명을 돌파할 거란 얘기가 있는데, 라디오는 TV와 달리 굉장히 개인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찰떡궁합일 거라고 봤다. 또 사실 TV로 하기엔 지금 서로 인건비도 안 주고 안 받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돈이 드는 게 무리기도 하고.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다 보니 케이블 TV로 옮겨 방송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고, 큰 인터넷 방송국을 통해 내보내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김어준 총수가 “어디서나 다 볼 수 있는 흔한 매체가 되면 안 된다”며 반대했다. 사실 어떤 면에선 팟캐스트로만 들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팟캐스트를 본거지로 한다는 고집은 유지가 될 것 같다. 물론 팟캐스트에 올려도 어떻게든 PC로 다운받아 들으실 수는 있지만, 늘 우리가 강조하는 건 ‘가카에게 1등을 헌정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야매’로 들으시더라도 팟캐스트에 가서 한 번씩 꼭 다운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 받았나?
김용민 : 알고는 있지만 절대 비밀이다. 서버 관리하는 업체에서는 이용자가 많은 저녁 시간에 새 방송분을 업로드 하면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다며 낮이나 심야에 올리는 걸 권장한다. 사실 그걸 옵션으로 가격도 좀 깎아 주기로 했고. (웃음) 어쨌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저쪽’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경계하고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요즘은 길에서도 CCTV가 있는 곳으로만 다니며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가 낳은 최대 유행어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웃음) 이건 어떻게 나온 말인가.
김용민 : IT 업계에서 십 수 년 동안 있으며 온갖 풍상을 다 겪어 본 김 총수가 시작한 말이다. 할 얘기 다 하고 마지막에 “하지만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하는 거다. 정말 가카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라 보시는 분들도 있고, 명예훼손 혐의나 설화(舌禍)를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굳이 어느 쪽이라고 말씀드리진 않겠다.
8회 방송부터 출연한 의 주진우 기자는 최근 팬 카페가 생길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떻게 영입하게 된 멤버인가.
김용민 : 사실 주진우 기자는 한 회만 출연하는 게스트였다. 주 기자가 에 가카의 청계재단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김 총수가 만나서 얘기를 듣다가 말을 워낙 재미있게 하니까 한 번만 나와 달라고 한 거다. 그런데 마침 BBK에 대해서도 탐사보도를 한 적이 있는 주 기자가 가카와 에리카 김의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관계를 너무 웃기게 설명하면서 일명 ‘주진우의 난’이 일어났다. 안되겠다 싶었던 김 총수가 “요 부분은 다음 주에 한 번 더 듣도록 하자”는 꼼수를 썼고, 매주 그렇게 다음 주를 기약하고 넘기면서 5회째 이어지고 있다. 주 기자는 언제 끝나냐고 하는데 김 총수는 못 들은 척 하고, 주 기자가 갑자기 이번 주부터 그만 나오겠다고 할까봐 불안해하면서 모시고 있다. (웃음) 게스트가 갑, MC가 을인 시스템이다. 중간 중간 뉴스 멘트나 음악을 편집해 넣어서 이해를 돕기도 하는데 타이밍이나 선곡이 절묘하다. 가카의 ‘반값 등록금 공약’을 믿고 표를 줬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대학생의 인터뷰에 이어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 설레는 마음 하나로 그 땐 그랬지”라는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를 바로 붙이며 상황을 풍자하는 식인데.
김용민 : 녹음 전 미리 만들어놓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가 대화 내용을 듣고 떠오르는 걸 찾아 넣기도 한다. 지난 4월 강원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엄기영 후보 측의 ‘콜센터 불법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되었을 당시 최문순-엄기영 후보의 토론 같은 경우는 굳이 음악 없이도 그 자체로 대박이니까 멘트만 살린 경우고, 좀 건조하다 싶은 내용은 음악을 넣어 살리고 있다. 사람들의 귀에 익은 곡을 중심으로 가사와 아이템의 싱크로가 맞아떨어지도록 고민한다.
오프닝곡이 ‘오빠는 풍각쟁이’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김용민 : 음악을 사용할 때는 저작권 때문에 1분 이내로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 기사를 보니 ‘오빠는 풍각쟁이’는 시효가 만료된 곡이라고 하고, 마침 가카가 풍각쟁이시니까 이 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건 클럽 리믹스 버전으로 나온 곡이다.
“많은 분들을 모아놓고 오프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
미리 회의를 하거나 대본을 써서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템이 던져지면 호흡이 척척 맞는 대화가 이어진다.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어 있나.
김용민 : 주로 어렵고 복잡한 경제 문제, 즉 가카의 재테크에 대한 꼼수는 정봉주 의원이 담당하고 남녀상열지사에 대한 꼼수는 주진우 기자가 맡고 있다. 김 총수는 각종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가카의 행적이나 발언에서 꼼수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배경 없이 해석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팩트를 기반으로 해서 적절한 해석을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방침이다. 그리고 나는 제작과 편집을 맡고 있는데 토크에 좀 끼어들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세 분이 워낙 디테일에 강하고 대단한 분들이라 틈이 없다. 앞으로는 성대모사라도 준비해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러다 이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세 명 다 구속되면 내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유일한 기술 담당자로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김용민 : 진행자들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로 껄껄대며 웃어대고 하니까 음폭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 많이 제기된다. 내가 대화에 끼어들 겨를이 없는 이유 중 하나도 녹음 중 음역을 늘리고 좁히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은 출연자들이 작게 말하건 크게 말하건 적당히 중화시켜서 듣기 좋게 내보내는데 우리는 그럴 환경이 못 되고, 그래서 그런 불만을 들으면 나와 김 총수는 “어쩌겠습니까. 공짠데. 여러분이 참으시는 수밖에” 라고 말한다. 살짝 불친절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뿌리내리는 중이다.
열성적인 청취자가 많아지면서 공개방송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김용민 : 많은 분들을 모아놓고 오프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교수가 연출을 맡게 될 것 같은데 청와대 앞에 가설무대를 세워서 하고 싶다고 청와대 트위터 관리자에게 질문을 보내고 있더라. (웃음) 나는 가카께서 행사장으로 가곤 하시는 호텔 같은 데서 디너쇼를 해야 돈이 된다고 했는데 김 총수가 말을 안 듣는다. 아니, 이 사람이 돈 되는 걸 모른다. 폼 잡다 망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뜻을 갖고 ‘나는 꼼수다’에 광고 넣겠다는 분들한테도 퇴짜를 놨다. 자본에 의존하면 순수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만날 거지꼴이지. 하하!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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