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버스에 대해 짧고 명료하게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입니다. ‘Vitamin’과 같이 혼을 쏙 빼놓는 넘버들이 빼곡한 앨범 부터 이들을 주목한 사람들과 의 단정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Drive’로 이 밴드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제법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2011년, 이들이 발표한 새 앨범 은 다시 한 번 인큐버스라는 세상의 가장자리를 둘러싼 울타리를 멀리 던져놓습니다. 마이크 아인지거의 기타는 뒤로 물러서고, 호세 파실라스의 드럼은 굳이 내달리지 않습니다. JD 킬모어는 더 이상 현란한 스크레칭으로 귀를 현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오랫동안 이들의 새 앨범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이 앨범은 대장간에서 한참을 두드려 만들어 낸 도자기 그릇 같은 느낌을 줄지도 모릅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쇠와 도자기에 똑같이 스민 불의 기온마냥 차돌처럼 변함 없는 브랜든 보이드의 목소리는 결국 듣는 사람을 항복하게 만들고야 맙니다.

그래서 코앞으로 다가온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에서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이들의 연주와 퍼포먼스만은 아닐 겁니다. 같이 학교를 다니며 스케이드보드와 얼터너티브의 시절을 지나 온 청년들이 어른이 되는 동안 간직 해 온 불덩이. 어떤 온도의 음악을 하건 인큐버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불길은 축제가 끝나도 당신을 따라와 꿈 속의 유령처럼 오랫동안 귓가에 남아 있을 거예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도 소용 없습니다. If not now, when? 속절없이 이들의 포로가 되는 수밖에 없겠어요. 자, 다들 눈 감으세요.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뮤지션을 소개했던 ‘10 라디오’는 8월 18일 정식버전으로 다시 찾아올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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