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 확률이 있을 것, 재밌을 것, 새로울 것.”(박중수) 이것이 뮤지컬 를 설명하는 가장 탁월한 문장이다. 1919년에 탄생한 ‘마스크 히어로의 조상님’ 조로는 자유와 위트, 총명함을 두루 갖춘 캐릭터인 만큼 그동안 책, 영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전 세계와 전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조로의 위력은 뮤지컬에도 적용됐다.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뮤지컬 는 이후 유럽과 아시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20여개 국가의 프로덕션이 공연 중이거나 대기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 , 등 소위 ‘외국사극’이 강세였지만, 지난 11일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본 는 그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노선을 걷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집시의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나는 조로

먼저 가장 큰 특징은 음악에 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클래식과 팝을 기반으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면, 의 음악은 태양만큼 화려하고 뜨겁다. 스페인의 속국이었던 캘리포니아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만큼 룸바에 플라멩코 선율을 결합한 집시킹즈의 넘버는 “무게감 있는 쇼뮤지컬”(조승우)에 제격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소개된 이후 실로 오래간만에 듣는 집시음악인 셈이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대극장 뮤지컬에서 지휘를 맡아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집시, 라틴음악 전문 연주자를 섭외”해 풍성한 사운드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프로페셔널하게 무대에서 논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다져진 20명의 앙상블은 플라멩코를 비롯해 정열적인 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에는 플라잉 테크닉 슈퍼바이저, 와이어 액션 디렉터, 매직 디렉터와 같이 다른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스태프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그간 , 등의 작품에서 간간히 와이어가 사용된 장면이 있었지만, 2층 객석에서 무대로 날아드는 과감한 액션과 화려한 검술은 만의 장점이다. 이미 뉴욕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의 사고가 경고하듯,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이를 위해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도쿄공연의 셋업과 철수과정을 지켜보며 테크니컬한 부분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연 오픈 1개월 전부터 극장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양날의 검, 캐스팅

관객이 으뜸으로 꼽는 의 강점은 역시 캐스팅이다. 는 11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배우를 선점하기 위해”(송한샘) 올 2월 오디션을 시작했다. 긴 오디션 끝에 조로/디에고 역에는 “군에 있을 때 명찰에 cho 대신 zo를 썼다”는 조승우와 , 에 이어 다시 칼을 잡은 ‘검객전문’ 박건형, 최근 대작의 주역을 꿰차고 있는 김준현이 캐스팅되었다. 이어 디에고의 연인이자 친구인 루이사 역에는 조정은과 구원영이, 친구이지만 디에고를 배신하는 라몬 역에는 최재웅과 문종원이, 조로를 돕는 이네즈 역에는 김선영과 이영미가 출연한다. 배우들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이미 뮤지컬계에서 굳건한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주로 감초연기를 담당해왔던 구원영의 이미지 변신을 제외하고 다수의 캐릭터와 배우가 너무 예측가능하다는 점, 대부분 배우들의 관계가 불과 몇 개월 전 공연된 와 흡사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을 4개월 앞둔 의 한국 프로덕션이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바로 스토리. 국내에 소개된 라이선스 작품 중 몇몇은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에 비해 빈약한 스토리와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설정 등으로 빈축을 산 것도 사실이다. 는 외국 크리에이티브팀과의 협력이 아닌 100% 국내 스태프로 꾸려졌으며, 자체 개발도 가능한 방식으로 계약을 성사해 현재 로컬라이징과 스토리 보강을 위한 각색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결국 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일 것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뮤지컬 전용극장 블루스퀘어의 개관작으로 선정된 는 올 11월 4일부터 2012년 1월 5일까지 공연된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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