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하나의 선입관이 되어 그 사람에 대한 경험 전반을 지배한다고도 한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언제 그녀를 만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뮤지컬 배우 차지연을 가슴에 품고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히 그녀가 연기해온 의 미실, 의 에피, 의 메르세데스 등 각 캐릭터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속 에피의 모습으로 첫 기억을 삼은 이들은 드라마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열정적인 뮤지컬 배우를 만났을 것이고, 뮤지컬 팬덤 바깥에서 얼굴과 이름, 그리고 존재감을 알린 MBC ‘나는 가수다’ 무대로 그녀를 처음 접한 이들이라면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고음역을 토해내는 강렬한 보컬리스트로 기억할 것이다. 현재 공연을 진행 중인 뮤지컬 를 통해 이제야 그녀를 만난 이들이라면 극 중심으로부터 한발 물러서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그래서 더 감정이입 되는 차분한 연기자로 차지연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극적인 걸 너무 많이 해서 다른 색깔의 나도 필요하지 않나”는 생각으로 같은 일상적 연기에 접근하는 변화의 과정만큼, 혹은 그보다 중요한 건, “뮤지컬의 곡도, 노래도, 연기도, 내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마음가짐이다. “저는 ‘우와! 저런 것도!’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다만 포장 안 하고 진심을 얘기하고 싶어서 배우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의 ‘빈 잔’을 서포트해주던 보컬리스트 차지연도, 속 장녀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자 차지연도 그렇게 하나의 모습으로 소급한다. 그런 그녀가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노래들을 추천해준 건, 필연적일지도 모르겠다.
1. ‘그 손, 한 번만’이 수록된
차지연이 추천한 첫 번째 곡은 러블리벗의 ‘그 손, 한 번만’이다. “숨겨진 곡인데 강현준 씨가 보컬로 참여했어요. 기타 반주 하나에 ‘그 손, 한 번만 잡아볼 수만 있다면, 그 손, 한 번만 잡아줄 수만 있다면’이라고 노래하는데, 청년의 정말 순수한 사랑을 들려주는 곡이에요. 그 파릇파릇한 설렘이 살아 있어요.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마음에 들고요.” 아마 짝사랑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노래다. ‘문을 열면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웃어주면 좋겠다, 이것도 욕심일까 봐’ 두려워하는, 사랑하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착한 남자의 마음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2. Rachael Yamagata의
“이 앨범에 ‘Elephants’라는 곡이 있는데 제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걸 아는 분이 추천해줘서 듣게 됐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여기에 수록된 ‘Duet’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특히 따뜻한 느낌의 곡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따뜻해요. 전주 시작하기 전에 레이첼 야마가타와 같이 듀엣 하는 남자가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손 편지를 쓰거나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일을 할 때 틀어놓으면 좋은 곡이에요.” 레이첼 야마가타 혹은 그와 함께 듀엣을 한 레이 라몬테인의 이름이 생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MBC 에서 지훈(최다니엘)과 세경(신세경)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그 따뜻한 선율은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함께 목소리를 섞는 순간에도 두 사람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3. 이소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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