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개된 MBC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이하 ‘무도 가요제’) 음원이 4일 현재까지 각 주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음원 차트와 일일 음원 차트의 1위부터 7위까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4일 공개된 ‘나는 가수다’ (이하 ‘나가수’)의 음원 성적이 예전보다 못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주요 음원 사이트 중 하나인 멜론 차트에서 오전 10시 경 3일 방송된 ‘나가수’의 음원은 박정현의 ‘겨울비’(14위), YB의 ‘빙글빙글’(17위), 조관우의 ‘하얀 나비’(20위) 등이 20위 권 안에 들었을 뿐이다. 오후에는 ‘나가수’ 음원의 차트 성적은 더 하락하고 있다.

이는 과거 ‘월요일은 ‘나가수’ 음원 듣는 날’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의 변화다. 한달 동안 휴방됐던 ‘나가수’가 5월 1일 방송 재개된 이후 ‘나가수’의 연출자인 신정수 PD는 각 음원 사이트에 “‘나가수’ 차트를 따로 만들 것”을 요청했고, 각 가수 제작자들이 ‘나가수’ 음원에 볼멘 소리를 냈던 것을 기억하면 더더욱 그렇다. ‘무도 가요제’의 음원들이 1위부터 7위까지를 굳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나가수’의 음원이 바로 뒤를 잇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2PM, f(x), 티아라, 2NE1, 정용화, 시크릿, 포맨 등이 위치해 있는 것도 ‘나가수 ’음원에 대한 달라진 반응을 보여준다.

이런 성적이 ‘나가수’의 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가수’는 예전보다 화제성에 있어서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는 최초 프로그램 기획의 충격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무도 가요제’의 음원은 시청자와 언론의 호의적인 반응과 화제성, 여기에 4주 연속 방송되며 조금씩 공개된 7곡의 신곡들이 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히며 해당 음원들을 홍보하는 효과로 작용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여기에 은 그동안 매년 발간한 ‘무한도전 달력’ 등의 무도 브랜드의 상품들이 빼놓지 않고 높은 판매량을 보일 만큼 팬층이 두텁다. ‘무도 가요제’는 2년에 단 한 번있는 축제다. 반면 이제 어느 정도 일상적인 풍경이 된 ‘나가수’의 음원 성적 하락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방송 초기 어떤 가수가 무슨 곡을 불렀는지 선곡 하나하나 스포일러로 돌아다니며 기사화 됐던 것에 비해 이제 ‘나가수’의 스포일러는 새로 합류하는 가수와 탈락한 가수에 집중되고 있다. 그에 따라 ‘나가수’ 음원의 화제성도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매주 발표되는 ‘나가수’의 음원들이 예전처럼 발표되자마자 각 음원 사이트의 1위부터 7위까지를 휩쓰는 일은 쉽지 않아졌다.

또한 ‘나가수’ 음원들의 차트 성적은 예전만 못해졌지만, ‘나가수’의 시청률이 줄지 않고 오히려 KBS 를 맹추격하고 있다. ‘나가수’는 그동안 화제가 집중됐던 경연에 못지않게 경연에 참가하는 가수들의 인간미와 맨 얼굴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등 프로그램 성격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때문에 차트에서의 음원 성적은 예전만 못하더라도 각 가수들에 대한 호감도는 분명 ‘나가수’로 상승하고 있다. ‘나가수’로 인해 재조명 받고 있는 대표적인 가수인 김범수의 7집 의 타이틀곡 ‘끝사랑’이 ‘나가수’의 음원보다 더 높은 차트 성적을 기록했고, ‘나가수’에서 김범수의 편곡자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돈 스파이크가 낸 ‘Hello’ 또한 ‘나가수’의 음원들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 사실을 방증한다.

‘무도 가요제’의 충격이 가실 다음주엔 ‘나가수’ 음원 성적은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겠지만, 예전처럼 1위부터 7위까지를 모두 휩쓸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가수’의 음원성적 하락은 ‘무도 가요제’ 이전에 이미 예상이 된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임재범의 ‘여러분’처럼 큰 화제성을 가지는 곡은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겠지만, ‘나가수’ 때문에 가요 제작자들이 울상을 짓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나가수’의 음원이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보다 덜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나가수’ 음원이 기존 음원 시장을 교란해 가요계 관계자들의 한숨을 늘이고 있다는 지적은 조금은 거둬도 되지 않을까. 불과 한두 달만 지나도 될 일을, 우리는 너무 호들갑을 떤 것인지도 모른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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