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이 오래된 문구는 볼 때마다 즐거운 ‘쾌남’을 두고 한 말일 거다. 아름다운 조각미남도, 터프한 ‘상남자’도 아니지만 쾌남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자신감에 찬 행동엔 은근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들을 알진 못하지만, 그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즐거운 에너지에 빠지게 하는 쾌남. 다양한 분야로 흩어져 있을 뿐 누구보다 이러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남자들을 가 총 3회에 걸쳐 만난다. 첫 번째 주인공은 SBS 배성재 아나운서다. 부터 까지 깨알 같은 스포츠 중계 어록을 남기며 급상승한 그의 인기는 18대 대선 개표 방송, SBS 를 거쳐 어느새 트위터 3만에 가까운 팔로워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을 따라해 생긴 별명 ‘배거슨’으로 불리고 지난 27일 600회에 방송된 잠깐의 견공 축구해설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이 남자. 글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배성재 아나운서와의 유쾌한 대화를 옮긴다.
Q. 평일 SBS 를 맡은 지 두 달이 넘었다. 주말엔 EPL 중계도 해야 하니 일주일 내내 일을 할텐데 보통 스케줄이 어떤가.
배성재: 예전엔 주말 경기 준비하는 데만 나흘 걸렸다. 그러다 때 선수나 팀 정보를 확실히 정리하고 이후 중계를 계속 해왔더니 나름 시스템이 생기더라. EPL이나 유럽 빅 리그의 선수들에 대해 거의 다 아니까 주중엔 경기를 봐두고 금, 토요일에 선수나 두 팀의 히스토리 정도만 업데이트 하는 거다. 주중엔 그렇게 주말 중계 준비하고 3년째 진행하는 방송하는 정도였는데 맡은 후론 일이 많아지긴 했다. 종일 방송 시작된 이후 동계 스포츠 녹화도 해둬야 하고.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해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Q. 스포츠 중계 말고 정기적으로 시청자와 만난 지는 얼마 안 됐는데, 방송 시간에 비해 반응이 적극적이다. 엄지를 세우는 엔딩 제스처도 입소문을 탔고.
배성재: SBS 입사 후에 , , 등에서 패널을 많이 했지만 빨리 스포츠 분야에 집중한 케이스다. , 이후 중계를 주로 하다가 를 맡게 된건데 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진짜 클로징 인사는 하면 안 되고 그냥 “스포츠 소식이었습니다” 라고 하자니 딱딱할 거 같았다.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이렇게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러다 첫 방송 날 차범근 해설위원이 말춤 춘 영상을 보내주셔서 ‘차붐, 고마워요!’ 이런 느낌으로 엄지를 세우며 하게 됐다. 사실 스포츠 인들이 경기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자주 쓰는 제스처고 나도 PD와 방송하며 주고받는 신호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사람들도 괜찮다, 스포츠랑 잘 어울린다고 해서 계속 하고 있다. 오그라들지도 않고 좋은 거 같다.
Q. 이렇게 제스처 하나로도 화제가 되는 건 확실히 으로 시작된 깨알 중계 때문일 거다. 차범근 위원이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옐로카드 누적이면 16강 이후 적용된다고 하자 던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등의 멘트가 화제였는데 당시 그런 반응을 예상 했었나.
배성재: 전혀 못했다. 그땐 그저 재밌는 중계, 젊은 중계를 하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태극 전사들!’, ‘대한의 건아!’처럼 비장한 중계를 들어야 하지 않았나. 근데 스포츠 광팬인 가족 안에서 축구는 재밌는 거라고 늘 생각하고 커 온 나로서는 그런 중계에 아쉬움이 있었다. 변방의 서러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때 이미 4강까지 올랐고 땐 원정 1승을 했으니 이젠 한의 정서보다 재밌게 축구를 즐기는 감성을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골을 저렇게 재밌게 넣었을까’에 초점을 맞춰 전술도 쉽게 전하고. 그래서 내 멘트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이 돼도 전 국민을 울리진 않았던 것 같다.Q. 신선한 멘트가 호응을 얻긴 했지만 스포츠 중계란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농담을 하면 시청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쉽다. 당시 남아공에 간 캐스터 중 막내로서 차범근 위원과 호흡을 맞춘다는 부담도 컸을 텐데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었을까.
배성재: 스포츠 캐스터는 대본 없이 경기도 보고 해설자도 이끌어야 하는 생방송이라 현직 아나운서도 무서워한다. 근데 다행히 난 그런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처럼 옆에 있는 사람과 수다 떨며 스포츠를 봐 와서 상황 묘사를 하고 그 다음을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지. 스포츠 게임이라는 건 많이 보다보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이는 거고 이 룰 안에서 이 선수가 잘하고 못하는 지 분위기 파악이 된다. 그렇게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하다 보니 절대로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밑에서 적절한 말이 나온 것 같다.
Q. 그럼 평소에 중계 멘트를 따로 준비하진 않나.
배성재: 물론 준비한 거 던지기도 하지만 준비해서 ‘드립’치지 말라고, 의도한 말을 하면 반응이 되게 썰렁하다. 예전에 경기장 이름인 올드 트래퍼드랑 좌절할 때 인터넷에서 쓰는 ‘OTL’을 연결시켜 “지금 저 선수가 올드 트래퍼드에서 OTL을 만드는 군요”라고 했는데 반응 정말 안 좋더라. 근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걸 하면 반응이 괜찮다. 때의 멘트는 거의 준비 안 한 거였다. 스위스 모르가넬라 선수와 기성용 선수가 기 싸움할 때 던진 “기성용 선수에게 걸리면… 없습니다”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나왔다. 물론 영국과 일본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는 결과가 드라마틱해서 사람들이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반응이 의외이긴 했다.
“경기 중에 들었을 때만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는 멘트가 좋은 것 같다”
Q. 역시 준비와는 별개로, 타고나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가 보다. (웃음) 지금 생각해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멘트는 뭔가.
배성재: (검지를 세우며) 역시, 순발력이다! 아하하하. 예능 축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 축구엔 웃긴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콜롬비아에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중계할 때 콜롬비아가 해발 2700m라 고지대란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스페인 선수가 찬 패널티킥이 골대 위로 훅 날아간 거다. 그 때 “아, 위로 솟구치는군요. 다행입니다” 이게 아니라 “해발 3000m까지 날아가는군요”라고 순식간에 말했다. 선을 지킬 줄 아는 거다. 아하하하.Q. 그 선은 어느 정도인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아나운서다 보니 멘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배성재: 경기 중에 들었을 땐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고 끝나고 들었을 땐 ‘뭐가 재밌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 이상 가면 경기 내용보다 말이 남는데 그건 틀린 거 같다. 끝나고 예능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경기는 다 끝났는데 예능에서 말을 따와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는 건 좀 오그라들 것 같았다. 그 점에서 (검지를 세우며) 런던에서 내 감이 정말 좋았구나, 선을 지킬 줄 아는 구나 자평하고 싶다. (웃음) 나중에 봤을 때 재밌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TV란 남녀노소 모두 보는 거니까 그들이 충분히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기본은 깔아 놓고 2,30대들 혹은 축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멘트를 섞고 싶다. 전술적인 이야기를 쉽게 하다가 사이사이에 틱, 틱 던지는 정도로.
Q. 본인 멘트 뿐 아니라 여러 해설위원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그 선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해설위원들과 일을 할 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배성재: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려고 한다. 박문성, 장지현 위원처럼 이미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 하시는 분들도 있고 차범근 위원처럼 표정이나 목소리 자체로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분,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까지 다양하다. 차 위원은 경기 중엔 내 농담을 모르시고 끝나고 웃으시는 스타일이라 그 다음부턴 좀 더 질문을 분명하게 던졌고 박문성, 장지현 위원은 일반인들이 목소리 구분하긴 조금 힘든데 캐릭터 차이는 파악하고 있다. 장지현 위원이 더 냉정하게 전술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 박문성 위원은 재밌는 에피소드 위주로 생각했던 걸 다 던지면서 좀 나댄다. 그 분이야말로 선을 넘었다. (웃음) 반면 어눌하신 분들은 그것마저도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께 “듣기에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한다. 예능과 달리 중계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건 괜찮게 한다. 어차피 중계방송의 80%는 경기고 내가 할 일은 나머지 20%를 채우는 거니까.
Q. 스포츠 뿐 아니라 18대 대선 개표방송의 SNS 중계석에서도 그 20%가 깨알 같이 드러났다. 실시간 이슈를 짚으면서도 본인에게 “잘 생겼다”는 하는 멘션도 소개하고. (웃음)
배성재: SNS는 축구 중계 ‘드립’이랑 비슷한 게 실시간으로 봐야 재밌지 나중에 보면 재미없다. 리트윗이 많이 된 트윗은 그만큼 화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미 리트윗 많이 된 걸 방송이란 올드 미디어에 가져오면 또 고전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 중간을 찾는 게 되게 어려웠다. 과거에도 SNS 코너가 있었지만 그보다 살아있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전화 연결도 나중에 만들고 SNS 특징에 맞춰 공약도 걸게 한 거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아나운서가 말로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생방송 중에 제작진과 카메라와 진행 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 거라 어려웠다.Q. 그렇게 뉴스나 중계처럼 아나운서 기본 영역 안에서 전문성과 재미 모두 잡으며 화제가 되는 포지셔닝이 신선하다. 김성주부터 전현무까지 ‘아나테이너’란 말이 흔할 만큼 아나운서의 영역이 이제 천차만별이지 않나.
배성재: 대중의 시선이 바뀐 만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나운서의 미래라고 본다. 김성주 선배나 전현무 전 아나운서처럼 아나운서의 최대치를 보여주거나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는 분들은 영역을 넓히는 게 당연한 거 같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률로 볼 때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해 스포츠는 평소 파괴력이 떨어지니까 그 분들만큼 내가 스타가 될 거란 생각도 안 한다.
Q. 사실 본래의 영역에 충실한 모든 아나운서가 화제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본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배성재: 글쎄. 대중이 아나운서를 연예인처럼 보는 게 익숙하니까 이렇게 원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신선하게 보인 것 같다. 사실 내 일은 색다른 게 아니다. 스포츠 캐스터는 조금 일찍 시작했지만 뉴스, 라디오 DJ 다 아나운서가 하는 거다. 가끔 나에게 ‘초반에 MC 하고 떴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빛을 보는 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 아나운서가 된 건데 어떻게 날고 기는 연예인들 속에서 모두 잘할 수 있나. 그건 쉽지 않다. 난 그냥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널을 하면서 잠깐 카메라 들어올 때 내 말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것부터 배운 거다. 그리고 연예인들 사이에서 웃기거나 100% 내가 끌고 가는 진행은 오래 못하니까 정말 좋아한 스포츠를 재밌게 한 거고.
“나중에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Q. 밖에서 보면 이렇게 늘 유쾌한데 회사 아나운서 팀에서도 비슷한 이미지인가.
배성재: 완전 아웃사이더다. 물론 동료들과 친하고 딱히 여성적인 건 아닌데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문화가 안 맞는 것 같다. 회식도 웬만하면 잘 안 간다. 방송을 하고 있지만 원래 카메라 앞에 서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TV도 스포츠 외엔 거의 안 봤고 본방 사수한 드라마도 SBS 랑 MBC 정도다. 어릴 땐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거의 혼자 강아지랑 놀았고 1990년대 PC 통신이랑 인터넷 들어오면서 커뮤니티에 서식하게 됐다. 스포츠 커뮤니티는 안 거친 데가 없어 용어도 많이 알고 그 사람들과 감성도 비슷하다. 다만 여초 사이트는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입장이 잘 안 되더라. 한두 번 시도해봤는데 ‘강퇴’ 당했다. 아하하하.
Q.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게 어색한 성격이었는데 어떻게 지상파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됐나.
배성재: 대학에서 광고 홍보학과를 전공했는데 졸업할 때쯤 진짜 광고 쪽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적당히 일 해서 익숙해지고 거기에 부합해 사는 게 안 맞는 성격이라. 그러다 광고 공부한 사람이면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 스피치를 배우기로 했고 KBS 아카데미를 가게 됐다. 근데 처음 들어간 반엔 대학생이 아니라 현역에서 일하다가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좀 더 다지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옆 반엔 예쁜 여학생들이 많더라. (웃음) 아나운서 반이었던 거다. 여기도 말하는 데고 저기도 말하는 데인데 이왕이면 옆 반에서 해야 더 열심히 다닐 것 같아 아나운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물론 아나운서를 할 수 있는 얼굴은 전혀 아니라 생각했지만 뉴스 리딩을 하다 보니 어쨌든 시험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KBS에 합격했다. 1년 반 동안 지방에서 일하다 그래도 서울에서 방송해야겠다 싶어 시험을 다시 봤고 SBS에 들어온 거다. 아나운서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들어오진 않았어도 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냥 열심히 한 것 같다. 리포터나 패널도 하며 새벽에 라디오 DJ로 4년 동안 활동하다 주말엔 중계하고 쉴 틈이 없었다. 7년 중에 처음으로 제대로 일주일 휴가 낸 게 작년 1월이었다.
Q.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도 많지 않아 답답할 것 같기도 하다.
배성재: 사실 최근에 또래 남자 아나운서와 이야기하다 “넌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고 연애도 안 하고 술이랑 담배도 안 하고… 행복하냐?” 이런 질문을 받았다. 20대나 30대 초반이었으면 당연히 행복하다고 했을 텐데 36살이 되어서인지 그 날은 ‘내가 왜 이렇게 살지?’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메모를 했다. (휴대폰의 메모를 찾아 읽어주며) ‘너무 익사이팅한 거 없이 사는 게 아니냐는 말에 익사이팅이 뭔지도 모르고 산 거 같단 생각을 했다. 인생이라는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도 안타고 혼자 동물들만 보다가 문득 오후 5시가 된 기분. 폐장은 한참 남았지만 갑자기 외롭다. 애들이라도 대신 옆에서 신나게 뛰어 놀면 대리만족이라도 할 텐데 그냥 혼자 36세.’ 아하하하. 눈물 나지 않나. 나이를 먹으니까 인생을 낭비한 건가란 고민이 드는 거 같다. 물론 내일이면 역시 난 행복해 이런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Q. 그럼 에서 본인의 2013년 사자성어로 남긴 ‘막던지자’, ‘다던지자’ 말고도 하나 또 정해야 하지 않을까.
배성재: 건강하자. 이걸로 하고 싶다. 나름 2012년이 좋았던 게 건강을 잘 챙겨서인 거 같다. 그 전엔 일하면서 불규칙하게 먹다보니 몸이 형편없어졌었다. 학생 때부터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해서 건강했는데 어느 순간 체지방도 많고 건강 검진해서 나온 수치들도 안 좋은 거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작년에 맘 잡고 운동을 했는데 1년 동안 12kg이 빠졌다. 근데 들어가고 다시 수치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다시 잡을 고민을 하고 있다.
Q.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일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배성재: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순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스포츠 캐스터로서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대중의 호응을 못 얻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다. 사실 내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엔 ‘개드립’이 나오는데 내 말이 지금이야 농담으로 들리지만 원래 ‘드립’이란 용어가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의미처럼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리면 안 되지 않나. 그 때가 오면 스스로 그만둬야 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그럼 그 땐 아나운서 말고 어떤 일을 할 것 같나.
배성재: 미래 대비책은 없다. 시나리오 쓰는 게 꿈이었으니까 친형(배성우)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막연하다. 하지만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그 때도 아마 다른 일로 인터뷰하러 오시지 않을까. (웃음)
Q. 평일 SBS 를 맡은 지 두 달이 넘었다. 주말엔 EPL 중계도 해야 하니 일주일 내내 일을 할텐데 보통 스케줄이 어떤가.
배성재: 예전엔 주말 경기 준비하는 데만 나흘 걸렸다. 그러다 때 선수나 팀 정보를 확실히 정리하고 이후 중계를 계속 해왔더니 나름 시스템이 생기더라. EPL이나 유럽 빅 리그의 선수들에 대해 거의 다 아니까 주중엔 경기를 봐두고 금, 토요일에 선수나 두 팀의 히스토리 정도만 업데이트 하는 거다. 주중엔 그렇게 주말 중계 준비하고 3년째 진행하는 방송하는 정도였는데 맡은 후론 일이 많아지긴 했다. 종일 방송 시작된 이후 동계 스포츠 녹화도 해둬야 하고.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해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Q. 스포츠 중계 말고 정기적으로 시청자와 만난 지는 얼마 안 됐는데, 방송 시간에 비해 반응이 적극적이다. 엄지를 세우는 엔딩 제스처도 입소문을 탔고.
배성재: SBS 입사 후에 , , 등에서 패널을 많이 했지만 빨리 스포츠 분야에 집중한 케이스다. , 이후 중계를 주로 하다가 를 맡게 된건데 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진짜 클로징 인사는 하면 안 되고 그냥 “스포츠 소식이었습니다” 라고 하자니 딱딱할 거 같았다.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이렇게 할 수도 없지 않나. 그러다 첫 방송 날 차범근 해설위원이 말춤 춘 영상을 보내주셔서 ‘차붐, 고마워요!’ 이런 느낌으로 엄지를 세우며 하게 됐다. 사실 스포츠 인들이 경기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자주 쓰는 제스처고 나도 PD와 방송하며 주고받는 신호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사람들도 괜찮다, 스포츠랑 잘 어울린다고 해서 계속 하고 있다. 오그라들지도 않고 좋은 거 같다.
Q. 이렇게 제스처 하나로도 화제가 되는 건 확실히 으로 시작된 깨알 중계 때문일 거다. 차범근 위원이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옐로카드 누적이면 16강 이후 적용된다고 하자 던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등의 멘트가 화제였는데 당시 그런 반응을 예상 했었나.
배성재: 전혀 못했다. 그땐 그저 재밌는 중계, 젊은 중계를 하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은 ‘태극 전사들!’, ‘대한의 건아!’처럼 비장한 중계를 들어야 하지 않았나. 근데 스포츠 광팬인 가족 안에서 축구는 재밌는 거라고 늘 생각하고 커 온 나로서는 그런 중계에 아쉬움이 있었다. 변방의 서러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때 이미 4강까지 올랐고 땐 원정 1승을 했으니 이젠 한의 정서보다 재밌게 축구를 즐기는 감성을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골을 저렇게 재밌게 넣었을까’에 초점을 맞춰 전술도 쉽게 전하고. 그래서 내 멘트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이 돼도 전 국민을 울리진 않았던 것 같다.Q. 신선한 멘트가 호응을 얻긴 했지만 스포츠 중계란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농담을 하면 시청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쉽다. 당시 남아공에 간 캐스터 중 막내로서 차범근 위원과 호흡을 맞춘다는 부담도 컸을 텐데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었을까.
배성재: 스포츠 캐스터는 대본 없이 경기도 보고 해설자도 이끌어야 하는 생방송이라 현직 아나운서도 무서워한다. 근데 다행히 난 그런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처럼 옆에 있는 사람과 수다 떨며 스포츠를 봐 와서 상황 묘사를 하고 그 다음을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지. 스포츠 게임이라는 건 많이 보다보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이는 거고 이 룰 안에서 이 선수가 잘하고 못하는 지 분위기 파악이 된다. 그렇게 게임을 몰입해서 보는 게 익숙하다 보니 절대로 흐름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밑에서 적절한 말이 나온 것 같다.
Q. 그럼 평소에 중계 멘트를 따로 준비하진 않나.
배성재: 물론 준비한 거 던지기도 하지만 준비해서 ‘드립’치지 말라고, 의도한 말을 하면 반응이 되게 썰렁하다. 예전에 경기장 이름인 올드 트래퍼드랑 좌절할 때 인터넷에서 쓰는 ‘OTL’을 연결시켜 “지금 저 선수가 올드 트래퍼드에서 OTL을 만드는 군요”라고 했는데 반응 정말 안 좋더라. 근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걸 하면 반응이 괜찮다. 때의 멘트는 거의 준비 안 한 거였다. 스위스 모르가넬라 선수와 기성용 선수가 기 싸움할 때 던진 “기성용 선수에게 걸리면… 없습니다”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나왔다. 물론 영국과 일본 이기고 동메달을 땄다는 결과가 드라마틱해서 사람들이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하지만 반응이 의외이긴 했다.
“경기 중에 들었을 때만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는 멘트가 좋은 것 같다”
Q. 역시 준비와는 별개로, 타고나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가 보다. (웃음) 지금 생각해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멘트는 뭔가.
배성재: (검지를 세우며) 역시, 순발력이다! 아하하하. 예능 축구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 축구엔 웃긴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콜롬비아에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중계할 때 콜롬비아가 해발 2700m라 고지대란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스페인 선수가 찬 패널티킥이 골대 위로 훅 날아간 거다. 그 때 “아, 위로 솟구치는군요. 다행입니다” 이게 아니라 “해발 3000m까지 날아가는군요”라고 순식간에 말했다. 선을 지킬 줄 아는 거다. 아하하하.Q. 그 선은 어느 정도인 건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아나운서다 보니 멘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배성재: 경기 중에 들었을 땐 피식 웃으면서 소비되고 끝나고 들었을 땐 ‘뭐가 재밌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 이상 가면 경기 내용보다 말이 남는데 그건 틀린 거 같다. 끝나고 예능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경기는 다 끝났는데 예능에서 말을 따와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는 건 좀 오그라들 것 같았다. 그 점에서 (검지를 세우며) 런던에서 내 감이 정말 좋았구나, 선을 지킬 줄 아는 구나 자평하고 싶다. (웃음) 나중에 봤을 때 재밌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TV란 남녀노소 모두 보는 거니까 그들이 충분히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기본은 깔아 놓고 2,30대들 혹은 축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멘트를 섞고 싶다. 전술적인 이야기를 쉽게 하다가 사이사이에 틱, 틱 던지는 정도로.
Q. 본인 멘트 뿐 아니라 여러 해설위원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그 선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해설위원들과 일을 할 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배성재: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려고 한다. 박문성, 장지현 위원처럼 이미 아나운서보다 말을 잘 하시는 분들도 있고 차범근 위원처럼 표정이나 목소리 자체로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분,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까지 다양하다. 차 위원은 경기 중엔 내 농담을 모르시고 끝나고 웃으시는 스타일이라 그 다음부턴 좀 더 질문을 분명하게 던졌고 박문성, 장지현 위원은 일반인들이 목소리 구분하긴 조금 힘든데 캐릭터 차이는 파악하고 있다. 장지현 위원이 더 냉정하게 전술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 박문성 위원은 재밌는 에피소드 위주로 생각했던 걸 다 던지면서 좀 나댄다. 그 분이야말로 선을 넘었다. (웃음) 반면 어눌하신 분들은 그것마저도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께 “듣기에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한다. 예능과 달리 중계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건 괜찮게 한다. 어차피 중계방송의 80%는 경기고 내가 할 일은 나머지 20%를 채우는 거니까.
Q. 스포츠 뿐 아니라 18대 대선 개표방송의 SNS 중계석에서도 그 20%가 깨알 같이 드러났다. 실시간 이슈를 짚으면서도 본인에게 “잘 생겼다”는 하는 멘션도 소개하고. (웃음)
배성재: SNS는 축구 중계 ‘드립’이랑 비슷한 게 실시간으로 봐야 재밌지 나중에 보면 재미없다. 리트윗이 많이 된 트윗은 그만큼 화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미 리트윗 많이 된 걸 방송이란 올드 미디어에 가져오면 또 고전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 중간을 찾는 게 되게 어려웠다. 과거에도 SNS 코너가 있었지만 그보다 살아있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전화 연결도 나중에 만들고 SNS 특징에 맞춰 공약도 걸게 한 거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아나운서가 말로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생방송 중에 제작진과 카메라와 진행 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 거라 어려웠다.Q. 그렇게 뉴스나 중계처럼 아나운서 기본 영역 안에서 전문성과 재미 모두 잡으며 화제가 되는 포지셔닝이 신선하다. 김성주부터 전현무까지 ‘아나테이너’란 말이 흔할 만큼 아나운서의 영역이 이제 천차만별이지 않나.
배성재: 대중의 시선이 바뀐 만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나운서의 미래라고 본다. 김성주 선배나 전현무 전 아나운서처럼 아나운서의 최대치를 보여주거나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는 분들은 영역을 넓히는 게 당연한 거 같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청률로 볼 때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해 스포츠는 평소 파괴력이 떨어지니까 그 분들만큼 내가 스타가 될 거란 생각도 안 한다.
Q. 사실 본래의 영역에 충실한 모든 아나운서가 화제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본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배성재: 글쎄. 대중이 아나운서를 연예인처럼 보는 게 익숙하니까 이렇게 원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신선하게 보인 것 같다. 사실 내 일은 색다른 게 아니다. 스포츠 캐스터는 조금 일찍 시작했지만 뉴스, 라디오 DJ 다 아나운서가 하는 거다. 가끔 나에게 ‘초반에 MC 하고 떴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빛을 보는 구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 아나운서가 된 건데 어떻게 날고 기는 연예인들 속에서 모두 잘할 수 있나. 그건 쉽지 않다. 난 그냥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널을 하면서 잠깐 카메라 들어올 때 내 말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것부터 배운 거다. 그리고 연예인들 사이에서 웃기거나 100% 내가 끌고 가는 진행은 오래 못하니까 정말 좋아한 스포츠를 재밌게 한 거고.
“나중에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Q. 밖에서 보면 이렇게 늘 유쾌한데 회사 아나운서 팀에서도 비슷한 이미지인가.
배성재: 완전 아웃사이더다. 물론 동료들과 친하고 딱히 여성적인 건 아닌데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문화가 안 맞는 것 같다. 회식도 웬만하면 잘 안 간다. 방송을 하고 있지만 원래 카메라 앞에 서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TV도 스포츠 외엔 거의 안 봤고 본방 사수한 드라마도 SBS 랑 MBC 정도다. 어릴 땐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거의 혼자 강아지랑 놀았고 1990년대 PC 통신이랑 인터넷 들어오면서 커뮤니티에 서식하게 됐다. 스포츠 커뮤니티는 안 거친 데가 없어 용어도 많이 알고 그 사람들과 감성도 비슷하다. 다만 여초 사이트는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입장이 잘 안 되더라. 한두 번 시도해봤는데 ‘강퇴’ 당했다. 아하하하.
Q.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게 어색한 성격이었는데 어떻게 지상파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됐나.
배성재: 대학에서 광고 홍보학과를 전공했는데 졸업할 때쯤 진짜 광고 쪽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되더라. 적당히 일 해서 익숙해지고 거기에 부합해 사는 게 안 맞는 성격이라. 그러다 광고 공부한 사람이면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 스피치를 배우기로 했고 KBS 아카데미를 가게 됐다. 근데 처음 들어간 반엔 대학생이 아니라 현역에서 일하다가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좀 더 다지려고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옆 반엔 예쁜 여학생들이 많더라. (웃음) 아나운서 반이었던 거다. 여기도 말하는 데고 저기도 말하는 데인데 이왕이면 옆 반에서 해야 더 열심히 다닐 것 같아 아나운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거울을 보며) 물론 아나운서를 할 수 있는 얼굴은 전혀 아니라 생각했지만 뉴스 리딩을 하다 보니 어쨌든 시험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KBS에 합격했다. 1년 반 동안 지방에서 일하다 그래도 서울에서 방송해야겠다 싶어 시험을 다시 봤고 SBS에 들어온 거다. 아나운서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들어오진 않았어도 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냥 열심히 한 것 같다. 리포터나 패널도 하며 새벽에 라디오 DJ로 4년 동안 활동하다 주말엔 중계하고 쉴 틈이 없었다. 7년 중에 처음으로 제대로 일주일 휴가 낸 게 작년 1월이었다.
Q.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도 많지 않아 답답할 것 같기도 하다.
배성재: 사실 최근에 또래 남자 아나운서와 이야기하다 “넌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고 연애도 안 하고 술이랑 담배도 안 하고… 행복하냐?” 이런 질문을 받았다. 20대나 30대 초반이었으면 당연히 행복하다고 했을 텐데 36살이 되어서인지 그 날은 ‘내가 왜 이렇게 살지?’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메모를 했다. (휴대폰의 메모를 찾아 읽어주며) ‘너무 익사이팅한 거 없이 사는 게 아니냐는 말에 익사이팅이 뭔지도 모르고 산 거 같단 생각을 했다. 인생이라는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도 안타고 혼자 동물들만 보다가 문득 오후 5시가 된 기분. 폐장은 한참 남았지만 갑자기 외롭다. 애들이라도 대신 옆에서 신나게 뛰어 놀면 대리만족이라도 할 텐데 그냥 혼자 36세.’ 아하하하. 눈물 나지 않나. 나이를 먹으니까 인생을 낭비한 건가란 고민이 드는 거 같다. 물론 내일이면 역시 난 행복해 이런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Q. 그럼 에서 본인의 2013년 사자성어로 남긴 ‘막던지자’, ‘다던지자’ 말고도 하나 또 정해야 하지 않을까.
배성재: 건강하자. 이걸로 하고 싶다. 나름 2012년이 좋았던 게 건강을 잘 챙겨서인 거 같다. 그 전엔 일하면서 불규칙하게 먹다보니 몸이 형편없어졌었다. 학생 때부터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해서 건강했는데 어느 순간 체지방도 많고 건강 검진해서 나온 수치들도 안 좋은 거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작년에 맘 잡고 운동을 했는데 1년 동안 12kg이 빠졌다. 근데 들어가고 다시 수치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아 다시 잡을 고민을 하고 있다.
Q.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일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배성재: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순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스포츠 캐스터로서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대중의 호응을 못 얻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거다. 사실 내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엔 ‘개드립’이 나오는데 내 말이 지금이야 농담으로 들리지만 원래 ‘드립’이란 용어가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의미처럼 뭘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리면 안 되지 않나. 그 때가 오면 스스로 그만둬야 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그럼 그 땐 아나운서 말고 어떤 일을 할 것 같나.
배성재: 미래 대비책은 없다. 시나리오 쓰는 게 꿈이었으니까 친형(배성우)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막연하다. 하지만 뭘 하든 잘 하긴 할 거다. 그 때도 아마 다른 일로 인터뷰하러 오시지 않을까. (웃음)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