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MBC 화 밤 11시 15분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가 에 출연했다. 25년 전 사건을 재구성하는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신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게 된 것은 북한에서 혁명전사가 되도록 교육받으며 자란 결과라고 말했고, 남한에서 사면 받은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삶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특히 사건의 ‘유일한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김현희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2003년 을 강력히 비판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리뷰
증인이기 이전에 범인이다. 김현희는 에 대해 “증인이 이렇게 눈을 번히 뜨고 있는데도 가짜로 몰았다”며 “좌파 정부” 시절 자신이 당한 고통에 대해 토로했지만, 정작 은 무고한 115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범인을 과거의 스캔들에 휘말렸던 유명인쯤으로 소비함으로써 기획 의도는 물론 ‘긴급 편성’의 저의마저 의심케 했다. 대담자인 신동호 아나운서가 수시로 김현희의 감정과 진의를 추측하고 해명함과 동시에, 북에 두고 온 부모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눈물을 유발하고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화제를 꺼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만든 구성 또한 이 방송의 목적이 애초부터 진실 규명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건의 재구성보다 프로그램의 뚜렷한 목적이 드러난 지점은 김현희가 에서 10년 전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며 자신에 대한 ‘가짜몰이’는 “이적행위나 마찬가지로 북한을 도와주는 일”이라 못 박고 사과와 재발 방지, 관계자 법적 처벌을 촉구한 데 있다. 즉 그동안 과 대립각을 세워 온 사측을 비롯해 대북 강경 보수 세력이나 참여정부에 대한 안티 세력 등은, 자신을 피해자로 포지셔닝하고 비판적인 상대는 ‘적’으로 규정한 김현희의 입을 빌어 손 안 대고 코 푸는 데 성공한 셈이다.



수다 포인트
부제: 신동호 아나운서의 넘치는 배려, 예능 혹은 대담
–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게 실례지만, 올해 쉰 초반이시죠?” 여기가 인가요?
– “생활하시면서 어머님 생각나실 때가 언제입니까” 여기가 인가요?
– “요리도 하시죠? 잘 하시는 요리가 어떤 건가요?” 여기가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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