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강자는 없다. 그 어떤 분야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이 명제는 공평하게 적용된다.흔히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 YG, JYP가 기획력과 마케팅, 시장 성적 등에서 앞서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몇몇 기획사들은 조금씩 생기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중소기획사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기로 한이유도 그 때문이다.지금껏 이들이 보여준 행보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작성하고, 강점과 약점, 의도하진 않았으나 의외의 성과를 거둔 지점들을 분석한 후냉철한 평가와 조언을 함께 곁들였다. 이른바, 큐브엔터테인먼트부터 DSP까지 총 열두 곳의 회사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중소기획사 평가서다.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3대 대형기획사를 더욱더바짝 긴장시킬 회사는 과연 어디일지, 이 내용을 바탕삼아 각자 미래를 점쳐보는 것도 좋겠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인피니트, 넬, 테이스티, 베이비소울, 지선종합평가: 우직하고 느리게 성장의 발판을 밟아나간다. 인피니트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예능에서 캐릭터를 소비하지 않았고, 군무와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고집하며 사람들에게 팀을 기억시켰다. 트렌디하진 않지만 잘 직조된 노래는 신경보다 마음을 건드리고, 김성규의 솔로 활동에서는 록을, 호야와 동우의 유닛 ‘인피니트 h’에서는 힙합을 소화하며 음악적인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팀의 일체감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개인의 활동이 예상보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딜레마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쌓아가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신의 한 수: 인피니트에게 처음으로 음악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안겨주었던 ‘내꺼하자’. 8, 90년대의 감성을 담은 멜로디와 ‘내꺼 하자 / 내가 널 사랑해 / 내가 널 걱정해 / 내가 널 끝까지 책임질게’처럼 누나 팬들의 마음까지 뒤흔드는 우직한 남자의 가사, 칼군무라는 요소가 결합해 인피니트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의외의 한 수: 인피니트 호야의 tvN 출연. 짝사랑 상대인 윤제(서인국)를 바라보는 아련아련한 눈빛과 섬세한 표정 연기로 완성된 준희는 호야의 팬덤을 넓혔을뿐더러, 그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커다란 사건이었다.
사장님의 실수: 김성규의 솔로곡 ‘I need you’의 뮤직비디오를 하필이면 대통령 선거 전날 선보인 것. 아무리 타이틀곡이 아니었다해도,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선거에 쏠려있는 날 공개를 강행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 이슈를 만들려면 제대로 주목할 수 있는 환경에서터뜨려야 했다.


제이튠캠프
소속 아티스트: 엠블랙, 투엑스종합평가: 데뷔 초반, 프로듀서 비의 스타일을 계승했던 ‘Oh Yeah’나 ‘Y’는 섹시하면서도 거친 퍼포먼스 그룹으로 엠블랙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다져주었다. 그러나 비의 부재 이후, 엠블랙은 업그레이드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여전히 처음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에 상처 입은 야수를 표현한 듯한 가사,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무대 의상 등이 변함없이 등장하는 것은 다음 스텝으로 발을 뻗지 못한 이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기민하게 트렌드를 포착하는 순발력, 그 속에서 엠블랙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는 기획력이 시급하다.
신의 한 수: 엠블랙 지오의 KBS 출연. 이 짐승 같은 팀의 메인 보컬이 ‘사랑은 차가운 유혹’이나 ‘사랑은 이제 그만’ 등 여성 보컬들의 노래까지 감미롭게 소화해낼 줄은 미처 몰랐다. 연기도, 예능감도 아닌 뛰어난 가창력으로 나름의 환기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의외의 한 수: 전남 장성 출신 ‘농사돌’ 미르의 SBS 출연. 장뇌삼 농사와 경운기 운전으로 단련된 미르는 능숙하게 도끼질을 하고, 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개미의 상쾌한 맛을 즐기는 등 이제야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소구 중이다.
사장님의 실수: ‘모나리자’와 ‘Run’에서 드러난 생뚱맞은 콘셉트. 의 앨범 재킷에는 빠삐용과 제임스 딘 등으로 변신한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있었고, ‘Run’ 무대에서는 닌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모나리자’의 라틴풍 멜로디와 투우사를 연상시키는춤 덕분인지 남미 시장에서 각광받은 것은 다행이나, 앞으론 좀 더 곡과 밀접한 콘셉트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FNC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씨엔블루, FT아일랜드, 주니엘, AOA, 오원빈, M 시그널

종합평가: 비슷한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참신했다. 그러나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시작으로 FT아일랜드의 ‘Stay with me’, ‘좋겠어’, ‘사랑앓이’ 등 다른 작곡가가 쓴 곡들에 대해 연이어 표절 시비가 일어나면서 처음의 신선함은 반감돼 버렸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멤버들의 자작곡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는 점, 씨엔블루 멤버 전원은 물론 아직 확실하게 인지도를 얻지 못한 AOA의 설현과 혜정까지 연기를 시작하며 개인 팬을 늘려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신의 한 수: 씨엔블루 정용화의 SBS 출연. 생 신인이었던 그는 이 작품에서 고미남(박신혜)을 지켜주는 강신우 역을 맡아 ‘수건남’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많은 여성을 앓게 했다. 게다가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몰이하며 씨엔블루의 일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으니, 과감한 베팅이 성공으로 이어진 셈이다.의외의 한 수: 씨엔블루 강민혁의 KBS 출연. 민혁은 평균 시청률이 약 40 퍼센트에 달했던 이 주말드라마에서 귀여운 남자 차세광을 연기하며 매력적인 눈웃음과 이름을 널리 알렸다.
사장님의 실수: FT아일랜드의 이홍기가 ‘지독하게’에서 선보였던 크루아상 모양의 헤어스타일. 뒷머리를 앞으로 쓸어내려 길게 늘어뜨린 이 머리는 이홍기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지만, 도약의 기로에 서 있는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팬시한 스타일보다는 FT아일랜드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데 집중할 것을 권하고 싶다.



TS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시크릿, B.A.P, 오진석, 뉴챔프

종합평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반지하 정신’을 장착했다. 톱의 자리에 올랐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한 두번 시장성적이 부진하다 해도 끊임없이 노래를 발표하고 변신하는 근성으로 그들만이 가능한 영역을 확실하게 다졌다. 특히, 높은 연령대의 리스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시크릿의 ‘별빛달빛’, ‘배드 보이’스러운 90년대식 무대 의상과 사회 비판 가사로 전사의 후예를 자처했던 B.A.P의 데뷔곡 ‘Warrior’는 예상치 못한 부분을 공략해 기반을 넓히는 그들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단, 남다른 생존 전략이 이들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의 한 수: 단연코 시크릿의 ‘매직’. 시크릿이 두 팔을 양옆으로 리듬감 있게 흔들며 ‘어머어머어머 / 어머어머어머 / 어머어머 하고 놀랄걸’이라고 노래하기 전, 도대체 어떤 무대를 선보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밋밋했던 걸그룹은 펑키한 노래 한 곡으로 뚜렷한 색깔을 입었다.

의외의 한 수: 송지은의 솔로곡 ‘미친거니’에 방용국이랩 피처링을 한 것. 방용국의 훈훈한 외모와 굵직한 저음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B.A.P로 향하는 입구가 되어주었다.
사장님의 실수: B.A.P 멤버 전원의 탈색한 금발 머리. 똑같은 머리 색깔을 한 여섯 남자가 무대 위에 서 있는 광경은 팀의 아우라를 각인시키기엔 좋았으나,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다만 B.A.P가 독일 에서 신인상을 탈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니, 유럽 시장 맞춤형 전략이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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