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학교, 얼굴 없는 아이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0407495908045_1.jpg" width="250" height="170" />KBS2 월-화 밤 10시
13년 전 은 학생들이 학교의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장면으로 시작했지만 은 그 자체로 ‘흔들리는 학교’라는 가제를 단 다큐멘터리라 해도 위화감이 없는 풍경을 그린다. 공부는 이제 학교가 아닌 학원의 몫이며,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일탈에서 눈을 돌리거나 묵인한다. 아이들은 굳이 숨기려 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애써 알아채기를 피하는 현실 앞에서 “아이들은 감추고 어른들은 모르는”이라는 내레이션은 어색할 정도다.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며 현실을 바꾸려고 시도할 만큼 열정이 있던 학생들은, 생기 없는 교실과 삭막한 학교의 분위기에 파묻혀 그나마 거기 있다는 사실 조차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작품이 학생들보다는 교사 캐릭터에 먼저 집중하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무력한 기간제 교사지만 그럼에도 열정이 아직 남아있는 정인재(장나라)나 강남의 스타 강사로 학교나 학생들의 현실에는 전혀 관심 없는 강세찬(최다니엘)의 존재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일진, 학교폭력 피해자, 모범생, 방관자와 같이 카테고리를 나눈대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심부름 아르바이트를 하며 술 취한 아버지를 허리에 묶고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 남순(이종석)이나, 교사를 우습게 여기는 일진 정호(곽정욱), 공부가 최우선인 송하경(박세영)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지만, 이들의 캐릭터에서 아직 등장인물 소개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다. 학교의 현실을 고발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적인 목적을 넘어 하나의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이 모호한 아이들의 얼굴에 각자의 삶을 입히려는 시도가 절실하다. 그들이 “어떤 애고 왜 그러는지”를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정인재 선생과 에게 남겨진 첫 번째 숙제다.

글. 윤이나(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