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며, 무엇이든 특별한 이벤트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때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 어떤 달보다 풍성하게 마련되는 공연들이 달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갈등의 깊이는 깊어지기 마련. 여전히 과감하게 예매 버튼을 클릭할 확신이 없는 이들을 위해 공연장별 추천 공연 리스트를 작성했다. 아울러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알아두면 유용할 공연장 관련 팁들도 첨부했다.
대중적인 라인업, 올림픽공원 대표공연│스팅 공연일시: 12월 5일 (수) 저녁 8시 체조경기장 티켓현황: 아직은 예매 가능. 당일 현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
지난해에 이어 스팅이 또다시 내한한다. 지난 공연을 관람했던 사람에게는 오케스트라 편성이 아닌 밴드 유닛으로 스팅의 음악을 접할 기회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장을 목격한다는 것 자체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번 투어는 스팅이 솔로 활동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어온 것으로,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와 드러머 비니 콜라이유타, 키보디스트 데이빗 샌셔스 등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특히 스팅은 오랜만에 베이스 기타 연주를 직접 들려줄 예정이라고 하니 가지 않으면 후회할 ‘전설의 레전드’ 공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콘서트를 위해 그의 모든 앨범을 훑기엔 그 양이 방대하므로, 딱 한 곡만 공략하자. ‘스팅’ 하면 떠오르는 그 노래, ‘Shape of My Heart’ 말이다.
◇ 기타 추천 공연 비주얼의 위엄을 느끼고 싶다면: 김범수&박정현 콘서트 │12월 23일 (일) ~25일(월)│체조경기장 맨정신으로 올해를 보내기 싫다면: 글렌체크 콘서트 │12월 31일 (월)│올림픽홀◇ Tip – 올림픽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올림픽프라자 상가에 식당은 많다. 그러나,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심하게 붐비는 통에 때맞춰 식사하려 하다간 속만 터진다. 차라리 체조경기장 바로 앞에 있는 스낵바를 공략하자. 와플과 핫도그, 츄러스, 커피 등을 판매한다. 배불리 먹는 것에 집착할 필요 없다. 공연 볼 때 잠만 쏟아진다.
화려한 스케일, 잠실종합운동장 대표공연│ 공연일시: 12월 8일 (토) 저녁 6시 티켓현황: ★전 구역 매진 임박★
연말을 위한 파티는 필요하지만, 클럽에 가기는 부담스럽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을 겨울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는 이런 이들에게 권할만한 공연이다. 오프닝은 빅 배드 노우즈, 출연자는 마우리 앤 모라와 호란, 미토미 토코토와 사이버재팬 댄스팀, 디베리, 딜란 프란시스, 메이저 레이저, 리햅 등이며 헤드라이너는 하드웰과 디플로다. 호란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겠다고 미리 겁먹진 말자. ‘암디제이쿠 암클럽디제이 암고나매큐뭅 암디제이쿠 암고나매큐댄스’를 외치던 DJ 쿠, 보는 것만으로 흐뭇해지는 꽃미남 ‘서로’가 소속된 하우스룰즈도 스테이지를 달군다. 이보다 더 매력적인 정보. 공연은 8일 저녁부터 시작해 자정을 넘어 9일 새벽까지 이어진다.◇ 기타 추천 공연 48세 남성이 가꿔낸 기적의 동안이 궁금하다면: 이승환 콘서트 │12월 30일 (일) ~31일 (월)
◇ Tip – 지하도에 있든 운동장 입구에 있든, 편의점은 매우 복잡하고 먹을 만한 건 금세 다 털린다. 반드시 먹고 싶은 과자나 음료가 있다면 미리 사올 것. 그렇지 않으면 레드불만 마시게 될 수도 있다. –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볼 경우, 종료 후엔 운동장 정문 쪽으로 되돌아 나오는 것이 편하다. 체육관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문으로 나가면 지하철역까지 꽤 걷게 된다. 피곤해 죽겠는데 또 다리 운동을 할 텐가.
공연장의 품격, 세종문화회관 대표공연│류이치 사카모토 트리오 내한공연 공연일시: 12월 9일 (일) 낮 4시, 저녁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티켓현황: 일단 예매는 가능하나 1, 2차 공연 모두 좌석이 넉넉하게 남은 편은 아님겨울에 듣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다. 게다가 첼리스트 자끄 모렐렌바움과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을 더한 트리오 구성이다. 이 계절,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Lawrence’를 라이브로 듣는 것만큼 큰 선물이 또 있을까. 공연은 지난 1996년 발매된 스튜디오 앨범 에 수록된 곡들을 트리오 구성으로 편곡해 꾸며지지만, 예습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따라 부를 수도 없는 연주곡들이니 말이다. 아직 예매를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진지하면서도 어쩐지 오글거리는 유희열의 기대 평을 소개한다. “우주처럼 넓은 그의 음악 세계 중, 가장 기본인 피아노 트리오. 해답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들었던 그의 앨범. 보이지 않던 내 고민의 열쇠를 다시 이번 공연에서 만나고 싶다.”
◇ 기타 추천 공연 탱고의 온도로 몸을 덥히고 싶다면: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 내한공연│12월 9일 (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겨울엔 무조건 계피라면: 가을방학 콘서트 │12월 28일 (금) ~31일 (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Tip – 문화회관 후문 쪽에 기업은행과 농협,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CD기가 마련돼 있다. 현금 없다는 친구의 말에 속지 말자. – 지하 1층에 카페가 있지만, 음료는 5, 6천 원 선으로 저렴하지 않다. 세종로공영주차장과 세종문화회관 사이에 있는 노천카페에서는 3천 원이면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 단,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견딜 수 있다면. 아니라면 근처 로즈버드나 던킨도너츠에서 시간을 때우자. 커피 값도 더 싸다.
Eye to Eye, 유니클로 악스 대표공연│페퍼톤스 콘서트 공연일시: 12월 21일 (금) 저녁 8시, 22일 (토) 저녁 6시, 23일 (일) 저녁 6시 티켓현황: 21일 공연은 1층 좌석과 2층 좌석 모두 예매 가능. 22일과 23일 공연은 1층 좌석 매진.
콘서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어쩌면 알 수 없는 사실. 페퍼톤스는 라이브를 꽤 잘한다. 그리고 그들은 록 스피릿이 충만한 록 밴드가 분명하다. 지난 4월 4집 앨범 발매를 기점으로 각종 페스티벌과 클럽 투어 등에 매진해온 페퍼톤스도 연말 단독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물론 멘트의 대부분은 이장원의 몫일 것이며, 어쩌다 입을 연 신재평이 이장원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장면은 또다시 재현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페퍼톤스의 미모가 한창 리즈 시절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본인들의 클로즈업으로만 채운 뮤직비디오가 그 증거다. 이렇게 꽃 같은 외모를 지닌 두 사람이 지난 11월 발매한 EP 앨범 의 수록곡들까지 들려준다니 어머, 이건 꼭 가야 해.
◇ 기타 추천 공연 완벽히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푸디토리움 콘서트│12월 13일 (목) 추울 땐 ‘유자차’를 찾게 된다면: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12월 28일 (금) ~30일 (일)
◇ Tip –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헤매지 않고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다. –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하철로 다섯 코스인 올림픽공원에 주차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귀찮다.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만사 편하다. – 물품보관함에는 오백원짜리 동전 두 개가 들어간다. 미리미리 교환해놓자.
펄떡이는 라이브, KT&G상상마당 대표공연│전기뱀장어 콘서트 공연일시: 12월 21일 (금) 저녁 8시 티켓현황: 예매 가능
전기뱀장어의 음악은 어딘가 만화를 닮았다. 담백하고 거친 선들로 깊은 감정을 툭 건드리는, 그런 만화 같다. ‘넌 마치 별똥별처럼 나의 우주를 가로질러와 /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 지구의 회전축이 기우는 소리를 듣고 있어’(별똥별) 등의 가사가 특히 그렇다. 이들이 공연에서 시도하는 이벤트에도 독특한 구석은 제법 많다.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꾸민 연극을 준비하거나, 관객들에게 매운맛과 순한맛 장어구이를 나눠주기도 한다. 드럼 담당 김민혁이 ‘스티브혁스’로 분해 전기뱀장어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 바도 있다. ‘떼창’을 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둘 노래는 ‘거친참치들’과 ‘스테이크’. 심지어 21일은 고대 마야 달력에서 예언한 멸망의 날이라는데, 이 또한 꽤나 만화 같은 전개 아닌가.
◇ 기타 추천 공연 목소리 높여 ‘떼창’에 가담하고 싶다면: 검정치마 크리스마스 쇼│12월 24일 (월) ~25일 (화) 공연은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쇼 │12월 22일 (토) ~23일 (일)
◇ Tip – 모든 뮤지션은 로비를 통해 무대에 오른다. 그러므로 공연 시작 직전까지 로비에서 서성거리면, 좋아하는 뮤지션을 가까이서 보게 될 수도 있다. – 상상마당 근처에 있는 1인 전용 노래방은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1시간당 5천 원. 회원 기준 가격이긴 하지만, 이름과 휴대폰 번호만 등록하면 즉석에서 가입할 수 있다. 공연 내내 소리 지를 것을 대비해 미리 목을 풀어놓는 것도 좋겠다.
내밀한 음악의 공간, 벨로주 대표공연│비트볼 10주년 기념 공연 공연일시: 12월 15일 (토) 저녁 6시 30분, 16일(일) 저녁 5시 30분 티켓현황: 예매 가능
비트볼 뮤직은 빤한 취향의 틈새나 가장자리를 포착하는 레이블이다. 그렇게 10년 동안이나 자신들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해온 성과는 축하받아 마땅한 것이다. ‘사랑과 전쟁: 애증의 10년사’라는 부제를 붙여 먼저 멍석을 깐 것은 비트볼이지만, 여기에 화답함으로써 마음을 표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공연 첫날에는 림지훈과 오니시 유카리, 얄개들, 서교그룹사운드, 퓨어킴, 줄리아하트가, 둘째 날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와 기린, 룩앤리슨, 무키무키만만수가 출동한다. 중년과 아이돌 군단(비트볼 측의 표현에 따르면)이 고루 섞여 있는 가운데, 하루만 선택하는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양일 예매를 권한다. 줄리아하트와 무키무키만만수를 모두 볼 이런 기회가 과연 언제 또 올지 장담할 수 없다.
◇ 기타 추천 공연 마니아라면: 스즈키 츠네키치 내한공연│12월 8일 (토) ~9일 (일) 솔로지만 커플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이아립&이호석 콘서트 │12월 25일 (화)
◇ Tip – 벨로주 찾아가는 방법 1.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홍익대 정문 방향으로 걸어가며 오른쪽을 주시한다. 뉴발란스 옆, 색색으로 칠해진 계단을 통해 골목으로 들어가서 20미터쯤 올라가면 벨로주가 나온다. – 벨로주 찾아가는 방법 2. 홍대 놀이터 맞은편 비아모노 옆 골목으로 들어간다. 30미터 정도 전진 후 왼쪽에 보이는 건물 지하가 벨로주다. – 근처에 유명한 찻집이 두 개나 있다. 공연 전 추위에 떨면서 홍대 일대를 누비는 것도 좋지만, 차를 마시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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