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슴슴해서 더 맛있는 ‘뺄셈의 예능’"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2609285610250_1.jpg" width="250" height="167" />

파일럿 토 KBS2 밤 11시 25분휴대폰 압수 10분 전, 새신랑 정태호와 품절남 김준현은 각자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 통화를 하고, 사업가 김준호는 필사적으로 사업 연락처를 옮겨 적는다. 결혼하고픈 총각 허경환도 번호를 적기 바쁘다. 은 특별한 게임이나 이벤트를 더해 웃음을 만드는 ‘덧셈의 예능’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문명의 이기를 소거하고 그 변화를 지켜보는 ‘뺄셈의 예능’이다. 제작진은 ‘휴대폰, TV, 인터넷 없는 일주일’ 실험에 참여한 개그맨 6명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담담한 톤과 차분한 템포로 담아낸다. 다들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박고 있는 회의실 풍경, 매일 오가는 길목에 있었는데도 몰랐던 공중전화의 존재, 부모님의 전화번호조차 외우지 못한 무심했던 자신처럼, 늘 보던 풍경의 이면을 새롭게 발견하고 당혹스러워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특별한 치장 없이도 흥미롭다.

프로듀서를 맡은 나영석 PD의 전작인 ‘1박 2일’ 역시 평범한 여행에서 밥을 먹고 차를 타며 숙소에서 자는 당연한 일상을 소거해 박진감 넘치는 생존투쟁으로 바꾸는 뺄셈의 예능이었다. 그나마 여행이란 요소도 없이 1주일을 우직하게 담아내는 은 한결 더 리얼하고 내밀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빈 집에 혼자 남은 양상국이 그간 쓸 일이 없던 ‘외로움’과 ‘기다림’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 동전이 떨어지는 걸 초조하게 지켜보며 수화기에 매달리던 공중전화의 체험, 서로 연락하기 힘들 것을 안타까워하는 박성호 부부의 애틋함은 그것이 특별할 것 없는 보편적인 감정이기에 더 선명하게 전해져 온다. 연출을 맡은 신미진 PD는 때론 감각적인 편집으로, 때론 관조하는 시선으로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전달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은 어떤지 되돌아 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도 다음 화를 기다리는 일주일이 한 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영악한 예능이 나타났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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